"불안해하지 마세요"...티몬·위메프 사태에 소비자 먼저 챙긴 기업들
티몬·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입점업체를 넘어 소비자 피해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시몬스·SPC그룹·11번가 등 일부 기업이 소비자 피해를 책임지겠다고 나섰다.
25일 SPC그룹은 "티몬, 위메프 등을 통해 판매된 SPC 모바일상품권을 전액 환불 가능하도록 조치했다"며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티몬, 위메프 등을 통한 해당 상품 판매도 즉각 중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SPC는 고객 여러분의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행업체로부터 정산받지 못한 판매금 문제는 해당 업체와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찾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SPC의 이번 결단은 티메프의 정산금 지연으로 촉발된 '환불 대란'이 기업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인 것으로 풀이된다. SPC 측은 "소비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어젯밤과 오늘 아침 긴급회의를 소집해서 신속히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몬스가 오는 8~9월 두 달간 티몬에서 지급받아야 하는 정산 금액은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 여기고 이처럼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안정호 시몬스 대표는 "회사가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소비자에게 불편을 전가하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며 "소비자의 불편과 불안감을 먼저 해소하고 이후 티몬과 차근히 풀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하임앤컴퍼니가 운영하는 레이디가구 또한 티몬과 위메프에서 결제된 4억 원 상당의 제품 배송에 나선다. 이미 취소가 완료된 고객이 재구매를 원할 시 구매가에 준하는 가격에 구입 가능하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나형균 오하임앤컴퍼니 대표이사는 "우리가 감수해야 할 피해액은 크지만 그 부분은 티몬, 위메프와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본다.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먼저 해결해 주면서 신뢰를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티몬과 위메프에서 구매한 레이디가구 제품에 대해 배송을 책임지고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요기요, 배달의민족, 신세계 등과 계약을 맺고 해당 업체 기프티콘을 자체 발행해 위메프에서 판매해 온 11번가는 고객이 위메프에서 구매한 해당 기프티콘을 모두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해당 기프티콘 액수는 10억 원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는 이날 공지를 통해 "고객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일괄 사용 불가 처리를 결정했다. 취소 환불 절차는 티몬·위메프 고객센터를 통해 진행해 주시기를 바란다"며 "티몬·위메프의 대금 지연과 관계없이 사용 처리된 상품에 대해서는 야놀자가 책임지고 제휴점에 정상적으로 정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통합 모빌리티 예약 플랫폼 찜카 역시 티몬을 통한 찜카 상품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히며 "이는 저희와 티몬 간의 문제이며, 고객이 이미 구매한 찜카 금액권은 현 상황과 관계없이 온전히 사용하실 수 있다"는 공지를 게시했다.
소규모 업체들도 가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티몬을 통해 일본과 대만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엔데이트립을 운영하는 엔타비글로벌 측은 24일 "당사와 당사의 여행 상품을 찾아주시는 고객님의 추가 피해를 막고자 티몬을 통한 여행 상품 판매는 중단했다"며 "현 사태와 관련해 당사 여행 상품을 티몬으로 구매해 주신 고객님 한분 한분께 투어 이용에는 일체 차질이 없음을 공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판매금 정산 관련해서는 당사와 티몬의 대화를 통해 상황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며 여름 휴가철 여행을 고대하고 당사를 찾아주신 고객님의 여행은 당사 판매금이 정산되지 않아도 티몬 측 고객 취소 환불이 불가한 경우에도 당사가 책임지고 진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유혜광돈까스는 25일 공지를 통해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건에 대해서는 판매 취소 처리하는 것이 저희가 입을지도 모르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이기는 하나 그동안 저희 제품에 대해 많은 사랑을 주신 고객들께 불편과 불안을 드리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해 어제까지 주문 주신 고객분들의 제품은 모두 배송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상공인인 저희에게 그동안 베풀어주신 성원에 늘 감사드리며 저희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들은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타 플랫폼에서 구매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얀풍차제과점 대표 또한 전날 고객들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해 "미정산된 금액은 티몬과 본 제과점과의 문제로, 고객님들께 번거로움과 불안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9월 24일까지 티몬에서 환불이 되지 않을 경우 제과점 자금으로 전액 환불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현재 (티몬) 서버가 매우 불안정하여 지금 환불 시도를 하면 정신적 고통을 받으실 수 있다"며 "지금은 환불 시도를 자제하시고 고객님의 정신 건강을 위해 기다려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도 했다.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고객과 약속한 상품을 배송·이행하겠다는 해당 기업들의 대처에 누리꾼들은 "기업 오너들의 마인드가 정말 훌륭하다" "모두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텐데 이번 일을 계기로 신뢰가 생겼다" "평생 충성 고객 될 듯하다" "여유가 있는 대기업들과 달리 소상공인들에게는 힘든 상황일텐데 감동적이다" 등 응원 어린 반응을 내보였다.
디지털뉴스팀 이유나 기자
YTN 이유나 (ly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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