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네타냐후, 바이든·해리스와 개별 회담…가자 휴전협상 논의
해리스는 "인명피해 침묵 않겠다" 압박…네타냐후, 의회연설서 "하마스와 타협불가"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미국을 방문 중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각각 개별 회담을 갖고 가자 전쟁 휴전 협상에 대해 논의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지구에서 10개월째 이어지는 이스라엘군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투를 중단하고 하마스 피랍 인질을 석방하는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며 전쟁 강행 의지를 재차 드러낸 네타냐후 총리를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민주당 대선후보직을 넘겨 받을 것이 유력한 해리스 부통령은 가자지구 내 인명피해에 우려를 표명하며 좀 더 강경한 어조로 이스라엘에 전쟁을 끝낼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이 11월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경우 대(對)이스라엘 지원 기조에도 변화가 있을 거란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로이터 통신과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백악관을 찾아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차례로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맞으면서 "다시 온 것을 환영한다. 우리가 할 얘기가 많다"고 운을 띄웠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임기를 끝으로 정계에서 은퇴하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50년간의 공직 생활과 이스라엘 국가를 위한 50년간의 지원에 감사드린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자랑스러운 유대인 시온주의자'로 바이든 대통령은 '아일랜드계 미국인 시온주의자'라고 지칭했다.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두 정상 간 회담에 대해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가자지구 휴전이 주요 의제였다며 "어떻게 전쟁을 끝낼 것인지 대통령과 총리가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전쟁을 끝낼 때가 됐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생각하는 "최선의 방법은 협상을 성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비 보좌관은 또 "그 어느 때보다 협상 타결이 가까워졌다"면서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여전히 해소해야 할 중요한 격차가 있다"며 "양측 모두 타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휴전 협상에서 보낸 미국의 메시지는 휴전을 관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 이후 해리스 부통령과도 백악관에서 만났다. 해리스 부통령은 회담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스라엘은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 그리고 어떻게 이를 이행할지 역시 중요하다"면서도 "그곳(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진지하면서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나는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회담에서 제안한 '3단계 휴전안'을 토대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미국·이집트·카타르의 중재로 지난 9일 카타르 도하에서 약 2개월 만에 협상을 재개했다. 3단계 휴전안은 먼저 6주간 휴전에 돌입해 하마스 피랍 인질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교환 하면, 휴전을 영구적으로 연장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이후 가자지구를 재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이 새로운 휴전 조건을 추가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공세를 멈추지 않으면서 협상은 공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미 국회의사당에서 진행된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은 문명 간 충돌이 아닌 문명과 야만의 충돌"이라며 "하마스의 군사능력과 가자지구 통치 능력을 소멸하고 모든 인질을 데려오는 '완전한 승리' 이하로는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로선 미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굳이 휴전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네타냐후 총리는 민주당 대선후보인 해리스 부통령보다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분명히 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는 오는 2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바이든·해리스 정·부통령과의 회담을 마친 뒤 전직 대통령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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