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통령과 ‘휴전협정’… 친윤 ‘사보타주’ 막고 혁신동력 확보하기[Deep Read]

2024. 7. 26.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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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의 Deep Read - ‘한동훈 체제’의 향배
與 전대, ‘어대한’ 분위기 속 모든 변수 무력화… 尹 국정에 대한 당원 ‘거부감’ 확인
韓, 尹과 관계 회복·당 비토세력 최소화 과제… 내년 4월 보선이 성패 가를 최대 관문

62.84%.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는 한동훈의 압승이었다. 선거인단(당심) 득표율 62.65%는 여론조사(민심) 환산 득표율 63.46%와 거의 같았다. 당심이 민심을 따라갔다. ‘어대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된 전당대회였다. 승패의 관건은 한동훈의 실수 여부였다. 다른 후보의 캠페인은 변수가 될 수 없는 판이었다.

◇변수는 없었다

선거 초반에는 결선투표 가능성이 있었다. 한동훈의 ‘제3자 추천 특검법’은 전선 이탈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레이스 초반에 발표된 여론조사는 한동훈 대세가 확실했지만 1차에 끝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했다.

승부의 추를 한동훈 쪽으로 기울게 한 것은 ‘문자 읽씹’ 논란과 ‘한동훈 댓글팀’ 폭로였다. 특히 장예찬의 댓글팀 폭로는 메신저와 메시지 모두 최악이었다. 출마 명분이 약했던 한동훈에게 출마 동력을 제공한 ‘친윤’의 잇따른 자책골도 한동훈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승패를 가르는 3요소인 전력·전략·정신력에서 친윤은 한동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애당초 한동훈의 높은 지지율은 그에 대한 기대감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에 대한 반감이 투사된 결과였다.

‘김건희 여사 문자’ ‘댓글팀’ ‘비례대표 사천’ 등 메가톤급 폭로 공방 이후 대체적 판세는 한동훈 55%, 원희룡 25%, 나경원 15%, 윤상현 5% 정도로 보였다. 이 판세는 지난해 전당대회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의 최종 득표율과 비슷한 흐름이었다. 한동훈은 폭로전 이후 1차에서의 승리 가능성이 더 올라갔다. 원희룡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전략적 패착이었다.

한동훈·원희룡·나경원·윤상현의 정치적 승리 기준은 달랐다. 한동훈은 1차에서 끝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원희룡은 결선투표만 간다면 패배하더라도 대선 경선에서 다시 붙어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나경원은 원희룡보다 높은 지지율로 2위를 한다면 정치적 승리였다. 윤상현은 올림픽에서 동메달 딴 선수가 은메달 딴 선수보다 더 행복하듯 컷오프 없이 완주해서 존재를 알린 것만으로 이미 만족할 수 있었다.

◇4개의 시나리오

전당대회 결과를 총평하면 한동훈은 ‘원칙 있는 승리’, 원희룡은 ‘원칙 없는 패배’, 나경원과 윤상현은 ‘원칙 있는 패배’로 요약된다. 원희룡의 ‘원칙 없는 패배’는 뼈 아프다. 2011년에도 주류의 지원으로 나섰다가 4위로 ‘원칙 없는 패배’를 했는데 이번에도 똑같은 전략적 우를 범했다.

나경원과 윤상현은 내년 9월쯤 한동훈이 대선 출마를 위해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경우 2026년 지방선거를 이끌 당 대표에 도전할 기반을 마련했다. 특히 윤상현은 ‘윤상현의 재발견’이라는 세간의 평처럼 호감도가 많이 올라갔다. 정무장관이 부활한다면 0순위 후보로도 꼽힐 것이다.

전당대회 결과는 지난 2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당원의 ‘거부권’ 행사로 해석된다. 이대로는 하루도 더 갈 수 없다는 단호한 의사 표시다. ‘윤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민심’이라는 인식으로는 갈수록 민심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에도 아무런 변화 없이 4월 총선 참패를 자초하더니, 총선 패배 후에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그대로 가려는 윤 대통령과 친윤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다. 전당대회 결과는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이라는 노선의 정당성 확인이다.

한동훈 대표 앞에 놓인 시나리오는 네 개다. ①최선은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 회복도 하고 당 혁신도 성공하는 것 ②차선은 대통령과 관계 회복은 안 되지만 당 혁신은 성공하는 것 ③차악은 대통령과 관계 회복은 하지만 당 혁신은 실패하는 것 ④최악은 대통령과 관계 회복도 안 되고 당 혁신도 실패하는 것. 가능성은 ④②③①이다. 한동훈이 대통령이 되려면 윤 대통령과의 건설적 차별화와 당 변화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데 매우 어려운 과제다. 한동훈으로서는 대통령과의 관계가 나쁘면 당 혁신도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 현실적 고민일 것이다.

◇韓의 성공 조건

한동훈의 당 혁신 성공 여부를 가를 최대 관문은 내년 4월 보선 결과이다. 2020년 21대 총선 참패 후 들어섰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는 2021년 4·7 재·보선 승리로 평가받았다. 그런데 한동훈에게 있어 최대의 골칫거리는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풀지 못하면 친윤 지지층의 적대적 ‘사보타주’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압도적 승리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이방호·박형준·정종복 등 친이계가 대거 낙선한 것은 친박 지지층의 이탈 때문이었다.

한동훈 대표가 이끄는 선거든 본인이 직접 출마하는 재·보선이든 당내 강력한 적대적 세력이 있으면 안 된다. 즉, 윤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이 당 혁신 성공의 필요조건이 되는 셈이다. 현직 대통령과의 건강하고 생산적인 차별화와 변화·혁신을 모두 성공시킨 사례는 2012년 4월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그해 말 대선에서도 이긴 박근혜다. 그때는 이명박 대통령 임기가 1년 남은 시점이지만 지금은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았다.

윤 대통령 앞에는 네 개의 선택지가 있다. ①한동훈 고립과 붕괴 시도 ②한동훈과의 관계 회복과 수평적 당정 관계 수용 ③당과 거리 두기 ④원내대표나 야당과 직접 대화하는 자기주도적 정치. 1차 선택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 한동훈은 윤 대통령의 선택에 대응하는 스탠스를 취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한동훈은 당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었고 격려받았다. 윤 대통령은 전대 바로 다음 날인 24일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와 낙선자까지 용산으로 초청해 삼겹살 만찬을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외롭게 만들지 말라”고 당부했고, 한동훈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통령을 포함한 참석자 전원이 손에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한 장면은 통합을 위한 상징적 설정인 것으로 보인다.

◇휴전협정

한동훈의 입장에서는 내전의 상처가 너무 크고 거대 야당의 공세가 심상치 않아 당장 가열한 내부 투쟁을 전개하기는 어렵다. 당장은 윤 대통령 및 친윤과 휴전협정을 맺은 형국이다. 다만 두 사람의 인식차가 너무 커서 평화협정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동훈이 민심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한·윤 평화협정은 윤 대통령이 ‘민심이 당심이고 당심이 윤심’임을 받아들이게 될 때 가능해진다. 당정관계 회복을 위한 공은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정치컨설팅 민 대표

■ 용어 설명

‘제3자 추천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는 ‘채상병 특검법’을 말함. 한동훈은 국민의힘 전대 과정에서 민주당의 야당 추천 특검법에 반대하며 제3자 추천 방식의 자체 특검법을 제안.

지난해 10월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는 여당의 기록적 참패. 이는 22대 총선을 반년 앞둔 시점에서 여권에 대한 경고로 해석됐지만 이후로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스타일이 그대로라는 지적받아.

■ 세줄 요약

변수는 없었다 : 한동훈 압승으로 끝난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는 민심이 당심임을 확인해줌. ‘어대한’ 분위기가 시종일관 지배하면서 모든 변수가 무력화.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당원의 거부감이 확인됨.

4개의 시나리오 : 한·윤 관계 회복 여부, 당 혁신의 성공 여부에 따라 4개의 시나리오가 나옴. 최선은 당정관계가 회복되고 혁신도 성공하는 것. 이를 위해 한은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을 통해 당내 비토세력 최소화해야.

휴전협정 : 한동훈표 혁신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최대 관문은 내년 4월 보선. 한은 윤과 ‘휴전협정’을 맺은 형국이나 평화협정으로 갈지는 미지수. 한이 친윤의 ‘사보타주’를 막고 당 혁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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