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폭격기, 미국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 첫 동반 진입

박은하 기자 2024. 7. 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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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위협은 아닌 듯”
중국의 북극 영향력 강화 움직임으로 해석
러시아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 두 대와 중국 H-6 폭격기가 24일 미국 알래스카 인근에서 합동순찰을 했다. 러시아 국방부./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알래스카주 인근에서 비행하던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가 미국 알래스카 방공식별구역(ADIZ)에 나타나 합동 순찰을 했다. 중·러 폭격기가 함께 알래스카 ADIZ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CNN은 25일(현지시간)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가 전날 알래스카주 일대 ADIZ에 진입한 러시아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95 두 대와 중국 H-6 폭격기 두 대를 감지한 뒤 추적해 차단했다고 보도했다.

NORAD는 중·러 폭격기가 미국이나 캐나다의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으며 알래스카 ADIZ에서의 활동이 “위협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ADIZ는 영공과는 다른 개념이다. 자국 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 항공기를 조기에 식별해 대응하기 위해 영공 바깥 공역에 설정하는 임의의 경계를 말한다.

중국 군용기가 알래스카 ADIZ에 함께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는 정기적으로 베링해 위로 폭격기를 출격시키고 있으며 이전에도 알래스카 ADIZ에 진입한 적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폭격기가 전략 순찰 임무에서 도달한 가장 먼 거리”라고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훈련은 2024년 군사훈련계획 일부이며 제삼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장샤오강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2019년 이후 실시한 8번째 합동 순찰로 중·러 양국의 전략적 상호 신뢰와 실용적 협력을 강화했으며 국제법을 준수했다. 제삼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중국의 H-6 폭격기의 알래스카 ADIZ 첫 진입은 최근 북극에 영향력을 키우려 하는 중국의 동향과 연관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해안 경비대는 지난 12일 알류샨 열도의 암치트카 고개 북쪽 베링해의 국제 해역에서 중국 군함 4척을 발견했다. 그레고리 길롯 NORAD 사령관은 지난 3월 미 의회 상원에서 중국이 북극으로 점점 더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며 “빠르면 올해 안에 (이 지역에서) 중국 군용기를 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은 지난 2018년 스스로를 ‘근(近) 북극 국가’라고 선언하며 북극권을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포함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지난해에는 쇄빙선 ‘쉐룽 2호’를 보내 북극 지역 지질 ·환경 탐사에 나섰다.

기후변화로 북극 빙하가 빠르게 녹자 북극을 지정학적으로 활용하려는 주변국들의 움직임도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은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에 북극 연구소를 두고 있다. 중국 극지연구소는 2018년 핀란드의 라플란드에 있는 공항을 매입하고자 했지만, 핀란드 정부 등의 반대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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