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 EV3, 공간활용도·우수 전비·첨단기능 품은 '똑똑한 청년'
공인전비 뛰어넘은 6.8kWh 달성…넓은 공간 활용성 제공
생성형 AI·아이페달 3.0 등 다양한 첨단 기능 탑재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전기차 대중화의 선봉장."
기아에서 출시한 소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는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는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는 느린 충전, 짧은 주행가능거리, 높은 가격 등을 해결한 기아의 야심작이다. 1회 충전 후 500km가 넘는 주행가능거리, 30분 만에 80%까지 충전되는 급속충전,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능을 활용한 차량제어와 서비스,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활용 등 전기차가 제공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지원한다. 정부 보조금 등을 최대한 받을 경우 3000만원 초반대의 합리적인 가격은 덤이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지난 24일, <더팩트>는 기아 EV3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 주차장에서 강원도에 위치한 '롯데리조트 속초'까지 약 200km 구간을 시승해봤다.
EV3 외관에 대한 첫 인상은 '단단하고 넓어보인다'였다. 전면부에는 기아의 패밀리룩인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 주간주행등이 장착돼 EV 시리즈의 통일성을 강조했으며, 양옆 주간주행등 사이에는 검정 광택(블랙 하이그로시)의 수평 직선을 이어 시원시원한 느낌을 줬다. 범퍼 하단부 역시 길다란 수평을 강조해 차량이 더욱 크고 넓어보인다는 인상도 줬다.
측면부는 휠아치 부분을 살짝 튀어나오게 만들어 볼륨감을 주고, 단단하고 강한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여기에 루프 라인은 뒤로 갈수록 살짝 내려와 날렵하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 후면부에도 트렁크가 일자 형태나 대각선으로 뚝 떨어지지 않고, 굴곡진 형태를 주어 볼륨감을 살렸다.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적용된 후미등이 검정 광택 장식과 어우러져 고급스러움도 제공했다.
소형 SUV지만 공간활용도가 매우 좋았다. EV3는 차량 길이(전장) 4300mm, 너비(전폭) 1850mm, 높이(전고) 1560mm와 휠베이스(바퀴와 바퀴 사이 거리) 2680mm의 크기다. 몸무게가 90kg인 건장한 성인남성도 1열과 2열 모두 불편함 없이 착석할 수 있었다. 특히 2열 시트 각도가 직각이 아니라 30도 가까이 뒤로 눕힐수 있어 더욱 안락함을 줬다.
트렁크 공간은 골프백 1개를 넣으면 딱 알맞은 크기였다. 다만, 골프백을 완전히 가로로 넣기에는 너비가 좀 모자랐는데, 약간 대각선으로 넣으면 손쉽게 들어가는 수준이었다. 2열 시트를 모두 접을수 있어 공간 활용도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었다. 2열을 접은 상태로 성인용 로드자전거를 세로로 깊게 넣어 충분히 적재할 수 있었다.
내장은 클러스터부터 내비게이션까지 이어지는 대화면 디스플레이와 더불어 수평으로 길게 이어지는 엠비언트 라이트를 통해 좀 더 내부가 넓어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다만, 어두운 곳에서는 엠비언트 라이트 일부가 사이드 미러에 비춰져 후방을 확인할 때 시야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운전 중에는 디스플레이 터치가 오히려 불편할 수 있기에 공조장치 조작 버튼은 물리 버튼으로 설계한 것이 좋았다. 버튼 배열도 위에서 아래로 누르는 형태라 운전하다가 버튼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손쉽게 조작이 가능했다.
내부는 헤드레스트나 대시보드 일부가 '패브릭' 소재로 구성됐다. 좀 저렴해 보이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직접 만져봤을 때 재질에서 오는 촉감이 나쁘지 않았다. 콘솔박스가 사라진 대신 커다란 '콘솔 테이블'이 자리잡고 있었다. 간단한 업무를 보거나 차박 등을 할때 간식을 놓는 용도로 사용하기 딱 좋았다.
무엇보다도 타사 차량과는 다르게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가 개방돼 있어 너무 좋았다. 타사 차량들의 경우 스마트폰을 좁은 구멍 속으로 사실상 집어 넣어야 하는데, 이렇게되면 간단하게 폰 화면을 확인하고 싶어도 볼 방법이 없다. EV3 같은 경우 평평한 바닥 위에 올려 놓는 형태라 신호대기할 때 잠시 폰 화면을 볼 수 있었다.
EV3는 생성형 AI 모델 '기아 AI 어시스턴트'가 탑재됐다. 음성 명령을 통해 창문을 여닫는 등의 간단한 차량 제어와 길안내 설정을 할 수 있다. 사람을 대하듯 질문하면 답변도 하는데, 처음엔 공식적인 답변만 내놓다가 재차 물으면 스스로 데이터를 다시 검색하고 한 단계 나은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예를들어 "EV3의 라이벌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처음에는 같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차량인 현대차 '아이오닉 5'와 제네시스 'GV60' 이라고 답했다. 이후 재차 라이벌을 묻자, 미국 테슬라의 '모델3'와 폭스바겐 'ID.4'도 추가해 라이벌이라고 말해줬다.
아직까지는 기초적인 것들만 정확히 답변해준다는 인상도 받았다. "오늘 날씨가 어때?"라는 질문은 제대로 대답하지만, "요즘 날씨가 왜이래?"라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 만일 챗GPT였다면 요즘 날씨가 왜 이런지 물으면 기상 이변으로 인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를 해줬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기아 AI어시스턴트는 갓 데뷔한 신인 아이돌이 인터뷰 대답할 때 몸을 사리며 공식적인 답변만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본격적으로 주행 성능을 확인하려고 가속페달을 밟아 천천히 출발했다. 드라이브모드는 에코, 노말, 스포츠, 스노우가 있는데, 에코와 노말은 체감상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고 스포츠는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응답성이 좀 더 개선된 듯한 인상을 받았다.
승차감은 현대차 아이오닉 5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살짝 단단하게 세팅됐는데, 과속방지턱을 넘으면 한번 크게 출렁인 다음 바로 흔들림 없이 차체를 꽉 잡아줬다. 한쪽 바퀴로만 요철을 밟으면 차량 전체가 뒤뚱거린다는 느낌도 받았다. 전기차인만큼 출력이 준수했고,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밟는 만큼 순식간에 앞으로 치고 나갔다.
회생제동은 총 3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1단계는 약하게 회생제동이 걸리며 내연기관차와 가장 유사한 주행질감을 선사했고, 2단계는 내연기관차 기준으로 브레이크를 약 20% 밟은 수준, 3단계는 50% 밟는 느낌을 줬다. 특히, EV3에는 '아이페달 3.0' 기능이 탑재됐는데, 앞차와의 거리, 현재 차량의 속도 등을 확인해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도 감속과 정차를 지원 해준다.
전비는 어떨까. 공인 전비는 5.2kWh지만 에코 모드를 놓고 서울 도심, 고속도로, 경사도 10%의 와인딩 코스를 돌았을 때 6.8kWh를 기록했다. 이날 시승 행사에서 가장 뛰어난 전비를 기록한 기자는 무려 7.9kWh까지도 나왔다. 7.9kWh 전비를 기준으로 81.4kWh 배터리(GT라인 기준)를 가진 EV3를 완충하면 무려 643km의 주행가능거리가 나온다. 100kW 이상 급속충전기의 경우 kWh당 347.2원임을 감안하면 완충시 2만8260원인데, 3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600km를 움직이는 셈이다.
전기차 대중화를 노리는 만큼 EV3는 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됐다. 3995만~4430만원대에서 가격이 형성되는데, 국고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최대한 받으면 지역에 따라 약 700만원 가까이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 기준 EV3 스탠다드 에어 모델은 3290만원까지도 가격이 떨어진다. 단단하고 세련된 외관과 넓은 실내공간, 다양한 첨단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이정도 가격이면 '혜자'나 다름없을 것이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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