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이렇게까지?" 블랙다이아몬드 A/S 체험 

윤성중 2024. 7. 26.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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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다이아몬드 코리아 본사의 수선실. 한정희 주임이 A/S를  담당하고 있다. 

본 기사는 아웃도어 업체(블랙다이아몬드사)의 제품 A/S 과정을 세세하게 확인하기 위해 작성됐다. (블랙다이아몬드사)의 실제 제품 A/S는 온라인 접수가 우선이며 직접 방문할 경우 접수만 가능하다. 아래 상황은 취재 협조를 얻은 후 이뤄진 것으로 접수 후 현장에서 바로 A/S 처리가 되지 않으며 수리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없다.

길이 조절이 자유로운 알루미늄 등산 스틱이 필요했다. 오래 전 쓰다가 고장 난 뒤 창고에 보관 중이던 '죽은' 스틱이 생각났다. 창고로 가서 스틱을 꺼냈다. 하단이 뻑뻑했다. 힘을 줘서 당겼는데도 빠지지 않았다. 이걸 다시 고쳐서 쓸 수 있을까? 수리해서 다시 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손에 익은 장비였기 때문이다. 제조사인 블랙다이아몬드에 문의했다.

"오래된 등산 스틱을 하나 갖고 있는데요, 고칠 수 있을까요?"

담당 직원이 대답했다.

"봐야 알 것 같은데요, 보내주시겠어요?"

담당 직원은 '안 된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스틱을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들떴다.

블랙다이아몬드는 A/S는 확실하고 말끔하기로 유명하다. 트레킹 폴을 비롯해 랜턴, 텐트, 배낭, 의류 등 블랙다이아몬드에서 제작된 거의 대부분의 제품, 또 공식 루트를 통해 판매된 제품에 한해 A/S가 이뤄지는데, 후기를 보면 '새 것처럼' 고쳐져서 돌아왔다는 내용이 많다. 어떤 사용자는 이를 가리켜 '美親미친A/S'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나는 그들의 A/S 시스템이 궁금했다. 접수부터 시작해 고치는 과정이 어떻길래 소비자들이 이처럼 열광할까? 블랙다이아몬드가 A/S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망가져서 쓰지 않던 오래된 블랙다이아몬드(이하 BD) 트레킹 폴을 갖고 일산에 위치한 본사를 찾아갔다.

BD A/S 접수는 공식 웹사이트와 카카오톡 채널에서 받는 것이 규정이다.

BD 고객상담실은 본사 사무실과 붙어 있다. 벨을 누르니 한정희 주임이 나와 문을 열었다. 그는 나의 폴을 신기한 듯 쳐다봤다. 그가 한참동안 폴을 살펴보다가 말했다.

"이거 오래된 거네요. 고칠 수는 있습니다! 먼저 접수부터 하시죠."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갖고 있던 제품은 A/S 기간이 한참 지났고, 게다가 눈으로 봤을 때 고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그가 일러 준대로 접수증에 이름과 연락처, 주소를 적고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접수증을 받은 다음 트레킹 폴을 들고 상담실 안쪽으로 사라졌다. 나는 그를 따라갔다. '수술'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궁금했다.

한정희 주임이 내 트레킹 폴을 작업대에 놓고 이리저리 살폈다. 그는 뻑뻑한 하단을 바깥으로 빼기 위해 꽤 힘을 썼다. 폴을 잡고 몇 분간 다툰 끝에 하단을 분리했다. 그것을 눈앞에 길게 대고 들여다본 다음 그가 대답했다.

본사에 접수처가 있다. 직접 방문시 접수만 가능하다.

"이거 휘었네요. 그래서 잘 안 빠졌던 거고요. 하단을 교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내가 그에게 질문했다.

"굳이 부품을 교체할 필요가 있을까? 휘어진 걸 펴면 되지 않을까요?"

그가 또 대답했다.

"폴이 휘었다는 건 이미 금속피로 현상이 진행됐다는 뜻이에요. 강도가 저하된 상태죠. 그리고 표면 백화현상도 꽤 많이 발생됐습니다. 휜 것은 무조건 교체하는 게 원칙인데 원하신다면 그대로 펴서 드릴게요. 펴서 사용하면 얼마 못 가 부러지거나 또 휠 거예요. 부품 교체 말고 그냥 펴드릴까요?"

한정희 주임이 폴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덧붙였다.

"여기 촉 부분도 많이 닳았네요. 손끝으로 만져보면 꽤 부드러워요. 정상 제품은 손끝으로 만졌을 때 까끌까끌함이 느껴져야 합니다."

"촉이 날카로워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네, 끝이 날카로워야 땅에 짚었을 때 덜 미끄러져요."

한 주임은 트레킹 폴 하단을 빼낸 다음 폴 구멍에 기름칠을 했다. 그리고 다시 휜 폴을 끼워 넣었다가 뺐다를 반복했다. 백화현상이 일어난 표면을 수건으로 수차례 닦기도 했다. 나는 또 궁금해서 물었다.

폴의 끝 부분 '촉'도 많이 닳아 있었다. 교체해야 했다.

"이미 교체할 부품에 기름칠을 하고 닦는 이유가 뭔가요?"

그가 대답했다.

"네, 이렇게 해야 폴 안쪽에 기름이 골고루 묻어요."

그는 다른쪽 폴도 똑같이 작업한 다음 교체할 검정색 새 하단을 가져왔다. 나는 또 궁금한 걸 물었다.

"BD 트레킹 폴의 부품은 모든 제품에 다 적용할 수 있는 건가요?"

그가 대답했다.

"알루미늄 폴의 경우 대체로 사이즈가 맞는 편이에요. 출시된 지 3~5년 정도 된 제품의 부품은 본사에서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요. 그에 따라 오래된 제품도 수리할 수 있습니다."

 BD 코리아 A/S 담당 한정희 주임(왼쪽)과 김동현 주임.

그는 하단을 교체하고 '플릭락(폴 잠금장치)'을 점검했다. 나사를 이리저리 조이고 살핀 끝에 그가 말했다.

"다 됐습니다!"

수리하는 데 10분 정도 걸렸다. 한정희 주임이 말했다.

"폴 하단 교체 한 쪽당 2만 원, 오늘 두 쪽 교체하셨으니까 총 4만 원입니다."

말끔하게 수리된 트레킹 폴을 받으니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 고객 입장에선 BD의 A/S 정책이 당연히 좋을 수밖에 없었는데, 한편으로 의아했다. 아낌없이 퍼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새 트레킹 폴 판매를 포기한 것일 수도 있다. 마케팅 팀 이경빈 책임에게 물어봤다.

휘어서 고장난 폴 하단(위)과 새 부품(아래). 새 부품으로 교체할 경우 비용이 들 수 있다.

"BD의 A/S 정책이 유명합니다. 이로 인한 손해가 꽤 있을 것 같은데요?"

이경빈 책임이 대답했다.

"네 손해가 있죠. 새 상품 판매 기회를 놓친 건 확실합니다. 그렇지만 이번 수리를 통해 확실한 고객 한 명을 더 확보한 셈이죠. 우리로선 그 점 하나로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미니 인터뷰

블랙다이아몬드 A/S 담당 한정희 주임

그는 BD 코리아 고객상담실에서 올해로 4년째 일하고 있다. 트레킹 폴 수리를 마치고 그에게 더 궁금한 사항을 물었다.

Q 오늘 접수된 수리 품목만 몇 개 정도 될까요?

A 34개 정도 됩니다.

Q 내부에서 BD 제품 전체를 수리하나요?

A 내부에서 수리할 수 있는 품목은 트레킹 폴과 헤드랜턴이에요. 텐트나 의류 등은 외부 업체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Q A/S 접수량이 증가하고 있나요?

A 네, 요즘 들어 수량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작년에만 1,000개 정도 수리했습니다.

Q 어려운 점이 있을까요?

A 규정상 정식업체에서 판매된 제품만 A/S를 하고 있습니다. 가끔 직구한 상품이나 외국에서 직접 구매한 다음 수리를 맡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품질 보증을 제공받을 수 없습니다. 단 온라인으로 A/S가 접수되었을 경우 상태를 검토한 후 고객에게 진단 상태 및 국내에서 진행 가능한 수리 방법을 제안하며, 제품의 상태에 따라 공임비와 부품비용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객의 선택에 따라 수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A/S 후기 1

블랙다이아몬드 A/S 체험 고객 정정호

정정호씨가 쓰던 트레킹 폴. 수리하기 전이다.
수리가 완료된 트레킹 폴.

"2012년 즈음 울트라 마운틴 카본 Z 트레킹 폴을 인터넷에서 구매했습니다. 일본 후지산에 가기 전이었죠. 그 후로 작년까지 문제없이 잘 쓰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지리산 화대 종주 도중 스틱의 접합부가 부러졌습니다. 구매한 지 오래 되서 A/S가 가능할까 싶었는데, 일단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제품을 보내고 4일 뒤, 망가진 부분이 새것처럼 고쳐져서 온 걸 확인했습니다. 다 닳은 촉도 교체됐고요. 비용은 들지 않았어요. 담당자는 마디의 접착이 떨어진 것이라 부품을 교체하지 않았다면서 무상으로 고쳐줬습니다. 주변에 이 사실을 알렸더니 몇몇 지인들이 BD 트레킹 폴을 구매하더군요."

블랙다이아몬드 A/S 체험 고객 남주현

사진 = 남주현 인스타그램 @joobarious
남주현씨가 쓰던 트레킹 폴. 수리하기 전이다. 사진=남주현 블로그 bolg.naver.com/joobarious
수리된 남주현씨의 트레킹 폴. bolg.naver.com/joobarious

"2018년에 홍대에 있는 아웃도어 편집숍에서 디스턴스 카본 FLZ을 구매했어요. 잘 쓰고 있었는데 작년 9월 트레일러닝 대회 때 폴 한쪽의 하단 끝 부분이 부러졌습니다. BD의 A/S는 까다롭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덕분에 편하게 접수했습니다. 결과 부러진 부위는 새 부품으로 교체되어 왔고요, 멀쩡한 한쪽은 '청소'와 부식에 대한 점검이 되어 있었어요. A/S 비용으로 2만5,000원을 예상했었는데 1만 원만 받았어요. 새 제품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산뜻했어요. BD의 사용자에 관한 진심이 느껴졌달까요?"

'캠 리슬링' 서비스, BD , 우리 장비 쓰는 등반자의 안전도 신경 써야

"캐머롯의 슬링은 훼손되었을 경우 반드시 교체하여야 합니다. 등반자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류진선 선임 (BD 코리아 기획팀) 
블랙다이아몬드 미국 본사에서 진행하는 캠 리슬링 서비스.
슬링이 교체된 캐머롯.

BD는 등반용 장비도 제작해 판매한다. 그중 프로텍션 장비인 '캐머롯'도 수리한다. 캐머롯은 등반자의 안전과 연관이 크기 때문에 이것의 수리는 미국 본사에서 진행한다. 과정이 어떻게 이뤄질까? BD 코리아 류진선 선임과 이야기를 나눴다.

Q 캠의 리슬링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었군요?

A 네, BD 고객 중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트레킹 폴이나 헤드랜턴에 비해 수리 건수가 많지는 않은데 한국의 등반가들에겐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 과정이 쉽지 않습니다. 미국 본사에 직접 수리 요청을 해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해당 서비스는 해외 배송을 통해 수선 접수, 수리 내역 등의 업무를 해야 합니다. 미국 본사에서는 이 서비스를 클라이밍 커뮤니티에 대한 '헌신적인 노력'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저도 이러한 헌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비에 대한 불신은 클라이머들의 등반 역량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요.

Q 리슬링이라면 캠의 슬링만 교체해 주는 건가요?

A 네, 그렇습니다. 캠에 연결된 슬링이 끊어지거나, 그래서 동일한 슬링을 매듭지어서 사용할 때 강도가 60%까지 하락합니다. 또 오래 쓴 것도 새 슬링에 비해 40% 이상 강도가 떨어집니다. 많은 클라이머가 슬링의 안전을 간과해요. 좁은 크랙에 사용되는 장비인 만큼 바위 등의 지형에 슬링이 쓸릴 수 있죠. 일반 슬링에 비해 약해질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봐야죠. 퀵드로우 같은 경우 사용자가 직접 개별 교체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캐머롯의 슬링은 일반인이 교체하기 어려워요. 슬링 연결 부위를 강하게 재봉(바택)해야 하는데, 전문 장비가 필요합니다. 캐머롯의 슬링은 훼손되었을 경우 반드시 교체해야 해요. BD에서 실시하고 있는 리슬링 서비스를 통해서 많은 고객이 더 안전하게 등반을 즐겼으면 합니다.

Q 캠 리슬링의 경우 접수가 많은 편인가요? 어떤 과정을 거쳐 진행되죠?

A 작년에 51건을 받아 진행했습니다. 1년 중 등반환경이 가장 좋지 않은 여름 장마 기간(7월 접수), 동계(12월 접수) 두 시즌에 진행합니다. 국내 사용자들의 제품을 받아 선별한 다음 포장해서 미국으로 발송합니다. 이후 수리가 진행되죠. 수리 기간은 4~6주 정도 걸립니다. 기존의 슬링 색상, 바택에 사용되는 실 등의 스타일은 변경될 수 있어요. 국내에서 1차 선별해 수리가 불가능한 제품은 다시 보내드립니다. 슬링 부분을 제외한 캐머롯 와이어 교체도 진행하고 있지만 등반장비의 파손된 부위는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수리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본사에서는 제품 상태에 따라 보상판매 정책도 시행 중이니 참고해 주세요.

Q 비용은 얼마인가요?

캠 1개당 2만 원입니다. 여기에 수리비, 해외 배송비 국내 편도 배송비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블랙다이아몬드 공식 홈페이지에 접수 후 제품을 보내 주시면 됩니다.

A/S 후기 2

BD 캠 리슬링 체험 고객
박기성 국립공원관리공단 도봉사무소 산악구조대장

슬링 부분을 수리한 후의 캐머롯.
미국 본사에서 슬링을 교체한 후 라벨을 새로 달았다. 라벨에는 수리한 날짜(월-년도)가 적혀있다.
캐머롯 새상품의 슬링라벨에 적힌 인장강도. 리슬링 후 다른 라벨이 달린다.
리슬링 후 새로 달린 라벨. 적힌 정보가 상이하다. 인장강도는 캠부터 슬링까지 결합된 상태로 측정한다. 따라서 슬링이 새것이어도 캠의 현 상태에 따라 인장강도가 달라지므로 X kN (측정 불가)로 표시가 된다. 눈/책자 아이콘은 사용자 매뉴얼에서 중요한 점검사항을 꼭 확인하라는 뜻이다. 

"저희 특수산악구조대는 2019년에 만들어졌습니다. 팀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등반용 장비를 구매했고 그중 블랙다이아몬드의 캐머롯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5년 정도 사용하니 캠의 슬링이 낡더군요. 그래서 작년 11월에 블랙다이아몬드에 문의해 캠 리슬링 서비스를 받았고, 올해 3월 수리가 완료된 제품을 받았습니다. 100% 만족했습니다. 이후로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본사에서 직접 수리를 하니 확실히 더 믿음직하네요."

BD 캠 리슬링 체험 고객
홍승기 국립공원 산악안전교육원 강사

"올해 1월 초에 캠 리슬링 서비스를 신청했다. 캐머롯 40개 정도를 수리했어요. P.P.E (Personal Protective Equipment) 관리 기준 섬유제품은 10년이 지나면 폐기를 원칙으로 합니다. 산악안전교육원에서 교육장비 관리를 위해 매년 분기별 점검을 하고 있습니다. 때마침 블랙다이아몬드 캐머롯이 구매한지 10년이 지나서 폐기를 하려 했는데, 사이트에서 우연히 리슬링 서비스를 보고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리슬링 서비스의 만족도는 정말 좋습니다. 캐머롯의 색별로 리슬링서비스가 진행됐어요. 슬링의 생산년도까지 표기가 되어 있어 관리하기가 편리하다고 느꼈습니다. 가지고 있는 캠의 생산년도 또는 구매 년 월이 오래 되었다면 리슬링 서비스를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월간산 8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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