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레커연합의 약탈 경제 [권김현영의 사건 이후]

한겨레 2024. 7. 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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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영상 갈무리

권김현영 | 여성현실연구소장

한국갤럽이 지난 6월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유튜버 1위는 쯔양이다. 그는 1060만명의 구독자, 총 25억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유명해졌지만 권력을 가지지는 못했다. 대신 그의 명성에 기생해 돈을 버는 약탈 경제가 형성되었다. 이 약탈 경제 생태계에 있는 이들의 성별은 우연히도 남성이다.

쯔양이 드디어 용기를 내어 이들로부터 분리를 결심하고 사건을 공론화한 날, 이 ‘우연’으로 인해 남성 집단 전체에 대한 총칭적 일반화가 이루어질까 봐 두려웠던 이들은 엑스(X·옛 트위터)의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남성혐오’를 올렸다. ‘일부’ 남성들의 범죄로 인해 남성 전체가 매도될 것을 우려한 남성들의 발 빠른 대처였다. 그런데 지속적 반복적 피해를 본 한 사람이 낸 용기에 대한 화답이 기껏 “모든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라니, 고백하건대 혐오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는 변화는 없다는 평소 신념이 이때만큼 흔들린 적이 없다.

당연하게도 특정인의 개별적인 범죄행위로 인해 그가 속한 집단 전체의 평판이 좌우되는 것은 부당한 일이다. 그러나 그 행위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집단적이었고, ‘어떤 여성은 갈취당해 마땅하다’ 혹은 ‘남자들 사이에서는 문제 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는 문제적인 신념 체계가 제도적으로 지지되고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남성 특권’의 저자인 철학자 케이트 만은 연쇄 성범죄자는 소수의 남성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제도가 피해 여성들을 비난하는 데 동참하고 범죄자들의 결백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한 이것은 더 이상 소수 남성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18건의 성폭행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오클라호마 경찰관 대니얼 홀츠클로의 사례를 통해 논증한다. 대니얼 홀츠클로는 성 판매 전력이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질렀다. 사회가 피해자들을 불신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확히 쯔양의 개인정보를 ‘약점’으로 삼은 약탈 경제가 성립될 수 있었던 배경과 일치한다.

이 약탈 경제의 생태계를 지칭하는 상징적인 이름이 있다. 바로 사이버레커연합이다. 처음 이 이름을 보았을 때는 당연히 쯔양이 겪은 일에 분노한 누군가가 가해자들을 비판하는 동시에 적절한 수준으로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도록 천재적인 작명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이름은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불려진 것이 아니라 자신들 스스로 지어서 불려진 것이다.

사건이 터지면 너도나도 달려가 이슈를 줍는 것에 비유한 ‘사이버 레커’라는 명칭 자체가 이미 멸칭에 가까운데 그 이름을 주워서 몇몇 유튜버들이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정도를 넘어 상호 종속적인 방식으로 계열화시킨 것이다. 즉, 이들은 개인 혹은 집단을 넘어서 판 자체의 규칙을 만들어 단죄와 보상을 제공하는 일종의 유사 ‘네이션’을 구성했다.

그 판을 돌아가게 하는 것은 바로 여성의 몸, 성, 인격, 명성 등에 대한 남김 없는 약탈과 탈취였다. 모든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군의 남성들이 남성중심 사회의 규칙을 믿고 이 모든 일을 벌이면서 종횡으로 계열화가 되어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들 사이버레커연합에 쯔양을 협박할 정보를 제공한 것은 파이낸셜뉴스의 법조전문기자이자 변호사인 ㄱ씨였다. 그는 쯔양을 협박하고 폭행한 혐의로 피소된 ㄴ씨의 변호사로 선임되어 변호사로서 취득한 정보를 구제역 등 사이버레커연합에 소속된 인물에게 넘긴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이들이 “나름대로 취재도 하고 공익 활동도 하는 줄 알았다”고 변명한다. 이 말을 하지 않아야 할 마지막 직업군이 있다면 바로 기자와 변호사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ㄱ씨는 자신이 변호사 자격을 유지할 것이라 확신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앞으로는 낮은 자세로 살아가겠다. 무료 법률 상담과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해 소송 구조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아직도 제도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신념 체계가 깨어지지 않는 한, 범죄 수익을 공유하는 집단적 남성성이라는 계열화는 점점 막아내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모든 남자가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면, 이러한 약탈 경제로부터 나와 내부고발자가 되기를, 아니면 최소한 고발자에게 응원의 댓글이라도 달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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