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 이율' 과열경쟁 지도 나선다
IPO 앞둔 케이뱅크, 업비트 이자율 부담 우려도
[서울=뉴시스]이종혜 기자 = 금융감독원이 가상자산거래소들의 '고무줄' 예치금 이용료율 산정 방식에 발빠르게 제동을 걸었다. 합리적인 수준으로 계도에 나서며 '예치금 이용료율' 1차 전쟁이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다만 거래소별로 계약은행간 예치금 이용료율 부담 여부에 차이가 있어 향후 조정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시장 점유율 1위인 업비트의 경우 케이뱅크가 예치금 이자율(2.1%)를 전부 부담하는데 순이익의 2.5배가 넘는 비용을 지불할 전망이다.
26일 금융감독원과 가산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 금융감독원이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준법감시인들을 소집해 예치금 이용료율 산정 방식을 긴급 점검했다. 금감원은 거래소 간 치열한 이용료율 인상 경쟁이 벌어진 데 대해 시장의 신뢰를 높이고 안착을 위해 법과 규정에 맞는 합리적 수준에서 산정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자산거래소들의 예치금 이용료율 산정 변동이 컸던 이유는 예탁금 이자율과 관련해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예치금 이자율을 산정할 때 금융투자협회에서 마련한 '금융투자회사의 투자예탁금 이용료율 산정 모범규정'을 따른다. 해당 규정 제5조에는 회사는 시장금리 변동 등을 감안해 투자자예탁금 이용료율을 '분기 1회 이상' 재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금감원도 거래소들에 금투협 규정 참고를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가상자산업 감독규정 제5조(예치금이용료)에는 예탁금 이자율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만 기재되어 있다. 가상자산사업자는 예치금 이용료 산정기준 및 지급절차를 마련하고, 예치금 이용료는 운용수익, 발생비용 등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산정하라고 적혀있다. 때문에 각 거래소 내부적으로 자율적으로 이자율 산정 기준을 마련하다보니 출혈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앞서 지난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각 거래소들은 예탁금 이자율 인상 눈치싸움에 돌입했다. 이자율에 따라 시장 점유율 변동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규제 시행에 따라 가상자산 이용자 예치금은 시중 은행이 보관·관리하고,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예치금 이자 성격의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거래소가 고객에게 이용료를 지급하려고 해도 ‘유사 수신행위’로 분류돼 불법이었다.
각 사들은 며칠 간 공지를 통해 예치금 이율이 과열되는 소동이 있었다. 지난 23일 빗썸은 시중은행 이점을 살려 제휴은행인 NH농협은행에서 관리·운용으로 발생한 연 2.0% 이자에 빗썸이 추가로 2.0%를 더해 4.0%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빗썸이 은행 이자에 자체 자금을 더해 이용료율을 지급하는 방식이 규정에 부합하지 않다고 봤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 자본시장에서 가상자산시장으로의 자금 대규모 이탈 등을 우려해 선제적 대응을 위해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있다. 거래소들의 이용료가 연 1%대에서 은행 정기예금 이자율을 웃도는 4%까지 높아지면서 과열 경쟁 우려 양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한 가상자상업계 관계자는 "예치금 이자율 과열 경쟁이 각 거래소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제동을 건 이유도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업비트-케이뱅크는 관리계약, 빗썸, 코빗은 신탁계약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당국에서 기준 마련을 요구한 이유는 하루 아침에 요율의 변동이 변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봤고 감독 규정에 명시된 대로 합리적 산정 범위 안에 있어야 하는데 거래소간 소통을 통해 공통의 기준으로 산정하라고 재검토를 요청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예탁금 이자율을 각각 확인한 결과 거래소와 계약은행 간 계약기준은 상이했다. 빗썸은 NH농협은행과 함께 이자율을 담당하고, 코빗 역시 신한은행과 일정 비율을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업비트(케이뱅크), 코팍스(전북은행), 코인원(카카오뱅크) 등은 계약은행이 오롯이 이자율을 책임진다고 밝혔다. 업비트의 경우 비율 비공개를 고수했지만 지난 25일 케이뱅크가 이자율을 담당한다고 추가 정정해 밝혔다. 신탁 라이선스가 없는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가 1.0%를 담당하는데 비해 케이뱅크가 이자율 예치금 2.1%를 담당하는 것은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이전까지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지급하던 이용료율은 0.1%이었는데 20배나 늘어난 셈이다.
업비트 1분기 기준 예치금은 6조3222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3조9486억원이었던 예치금이 1분기 만에 2배 가량 늘어났다. 업비트가 고지한 요율을 적용하면 고객에게 줘야할 이용료는 829억원에서 1323억원 수준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단기 자금을 시중은행도 아닌 인터넷전문은행이 2.1%까지로 수익을 낸다고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기업공개(IPO) 절차를 밟고 있는 케이뱅크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장예비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케이뱅크의 1분기 순이익은 507억원이다. 순이익의 2.5배 이상을 이자 비용으로 지급해야한다. 상장승인 결과를 앞두고 케이뱅크가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월 케이뱅크는 은행연합회의 협의 사항인 한도계정 해제요건을 임의로 30일에서 3일로 낮춰 빈축을 샀던 적도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올해 연간 기대 수익과 거래소의 예치금 현황·추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이용료율을 결정한 것으로 현재 수준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비트 역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두나무 관계자는 "예치금 이자율을 1.3%에서 2.1%으로 상향 조정한 이유는 업계 기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고 이용자를 위해서 케이뱅크와 협의해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jh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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