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미래차는 내가 최고" 완성차업계, 불붙은 'SDV' 경쟁

박찬규 기자 2024. 7. 26.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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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잡아라"…현대차-토요타도 힘 싣는 'SDV'] ②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 제어하려면 'SDV' 필수
[편집자주] 편주: 미래 모빌리티 핵심기술인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기술 선점을 위해 글로벌 완성차업계 경쟁이 치열하다. SDV는 자동차를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있는 만큼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하는 것은 물론 자율주행 기술과 연계도 가능하다. SDV 기술력에서 뒤처지면 앞으로 생존을 담보하기가 어려운 상황 속 업체들의 전략을 살펴봤다.

폭스바겐 ID.Buzz 자율주행차 주행장면 /사진=로이터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최근 화두는 '소프트웨어'다. 자동차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하드웨어 중심으로 진화했지만 소프트웨어 기술을 기반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라는 의미의 'SDV'(Software Defined Vehicle)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배경이다.

SDV는 소프트웨어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로 자동차가 최신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최적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스마트폰도 새로운 OS(운영체제)나 기능 추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만으로도 새로운 기능을 갖추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2025년을 기점으로 SDV로의 전환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본다. 통합제어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서비스 제공을 위한 생태계 구축, 빅데이터를 활용한 차 관련 신규 서비스 개발,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에 주력하고 있다.


SDV 전환 없이는 생존 어려워


폭스바겐은 SDV 전환에 적극적이다. 2028년까지 전기차 및 디지털화에 약 16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밝혔다.

4년 전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2020년 자회사 카리아드(Cariad)를 설립했다. 카리아드는 자동차 운영체제인 'VW.OS'를 개발, 모든 폭스바겐 차에 같은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고 이를 클라우드로 연결,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폭스바겐은 2026년까지 카리아드 직원 1만명을 충원하고 300억유로(약 45조원)를 투자한다.

지난 6월에는 총 50억달러(약 6조9236억원)을 투자해 미국 전기차 제조사 리비안과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 폭스바겐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배터리, SDV 등 전동화에 대응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독일 진델핑겐에 세운 최첨단 생산공장 '팩토리56' 내부 /사진=로이터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월 새로운 'MMA 플랫폼'과 함께 2025년 선보일 전용 운영체제 'MB.OS'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발표했다. 개발, 생산, 서비스 등을 비롯한 기업 밸류 체인의 주요 요소들을 연결하도록 설계했다. 벤츠는 소프트웨어가 미래 자동차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2025년까지 연구·개발 예산의 25%를 소프트웨어 개발에 투자할 방침이다.
일본 완성차 3사도 SDV에 힘을 주고 있다. 토요타는 2018년 소프트웨어 부문 자회사 '우븐 바이 토요타'(Woven by Toyota)를 설립, 자동차 소프트웨어 '아린'을 개발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상용화를 목표로 삼았다. 토요타는 아린이 조향과 제동, 가속을 제어하고 내비게이션 역할도 하는 차세대 자동차의 두뇌로 개발하는 게 목표다.
미국 텍사스에서 운행 중인 토요타 미니밴 시에나 기반 자율주행차. /사진=로이터
토요타는 올 여름부터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서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 무료 운행을 시작하는데 서비스는 토요타가 소프트뱅크 등과 공동 출자한 모네 테크놀로지가 운영한다. 차는 토요타의 미니밴 시에나를 기반으로 개발됐고 미국 메이모빌리티의 자율주행 시스템을 적용한다. 토요타는 2025년까지 1만8000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한걸음 더 나아가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완성차 3사는 차세대 모빌리티용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에 협력하는 방향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 개발비용을 줄이면서도 시장을 선점할 수 있어서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첨단 분야에서 SDV를 고도화할 인재 육성 계획을 밝혔다.
GM의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의 자율주행차 /사진=로이터
북미 완성차업계도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GM은 자체 OS인 '얼티파이'(Ultifi)를 개발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언제든지 클라우드 기반으로 OTA을 통해 사용자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쉽게 접근하고 설정할 수 있도록 목표를 세웠는데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트 오토'를 지원하기 보다 독자적인 생태계를 갖추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했다. GM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인명사고를 낸 이후 사업구조를 재정비한 자율주행 자회사 크루즈에 8억5000만달러(1조1765억원)를 투자했다.

포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포드 모델 e'(Ford Model e)를 개발하고 있으며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라티튜드AI'도 설립했다. 폭스바겐과의 합작사 '아르고AI'가 설립 6년 만에 문을 닫은 지 반년 만에 독자 개발에 나선 것. 포드는 레벨3 자율주행차를 2026년까지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스텔란티스도 자율주행 스타트업 AI모티브를 인수하며 SDV에 뛰어들었다. 2015년 헝가리에 설립된 AI모티브는 인공지능(AI)·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 반도체 지식재산권, 자율주행 개발용 시뮬레이터 미래 자동차 기술 솔루션을 보유한 회사다. AI모티브는 자율주행 통합 소프트웨어인 AI 드라이브를 스텔란티스에 공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텔란티스는 북미 완성차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2025년까지 도입한다고 밝혔다. 생성형 AI인 '챗GPT'를 활용한 새로운 인터페이스도 도입 예정이다.

볼보자동차는 폴란드에 신규 소프트웨어 개발 센터를 구축한다. 새로운 테크허브(Tech Hub)를 개설해 소프트웨어 개발 센터로 운영할 예정인데 올해 말까지 엔지니어 약 120명을 채용하고 앞으로 500~600명 규모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ADAS부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까지 자체 개발한다.


한국의 SDV는 포티투닷이 이끌어


현대차그룹 개발자회의 오프닝 발언 중인 송창현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올해 1월 소프트웨어 기능별로 분산된 SDV 본부 등 연구개발(R&D) 조직을 통·폐합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하는 AVP(Advanced Vehicle Platform) 본부를 설립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AVP본부의 수장으로 송창현 포티투닷 사장을 임명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포티투닷은 그룹 내 독립 연구개발 조직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로서 SDV를 책임진다. 포티투닷은 자동차 소프트웨어 개발의 핵심으로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 경험을 제시할 수 있는 '자동차 회사가 진짜로 필요한 것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두 조직은 하나의 조직처럼 협업하며 종합 솔루션 제공업체로의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김흥수 현대차그룹 글로벌 전략(GSO) 부사장은 지난해 6월 '인베스트 데이'에서 "이런 혁신을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이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이자 자회사인) 포티투닷에 우리 그룹이 부여한 역할"이라 설명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기술을 고도화하기보다 SDV 기반의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기존 설계방식 대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고 했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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