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회사 곳간 마음대로 빼 쓴 큐텐…'재무관리 도마'

유영규 기자 2024. 7. 2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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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를 초래한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티몬과 위메프의 싱가포르 기반 모회사 큐텐(Qoo10 Pte.Ltd.)이 빈사 상태에 허덕이는 기업 부실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큐익스프레스나 위메프 등 한국 계열사가 보유한 현금을 야금야금 당겨 쓰면서 유동성을 갉아먹고 사실상 빈 껍데기 상태로 남겨 초유의 판매대금 정산과 환불 지연 상황을 초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25일 큐텐의 한국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 감사보고서(2023년)를 보면 싱가포르에 있는 큐텐의 물류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 Pte.Ltd.는 한국 자회사(큐익스프레스)에서 1천148억 원을 빌렸습니다.

이는 2021년 이자율 4.6%로 실행된 장기대여금으로 만기는 내년 8월까지입니다.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최대 주주로 있는 큐텐이 그룹의 최상위 지배기업이라면 큐익스프레스 Pte.Ltd.는 중간 지배기업입니다.

큐익스프레스 Pte.Ltd가 빌린 금액은 2009년 한국에 큐익스프레스를 설립할 당시 투자한 자본금(58억 원)의 20배에 달합니다.

이 금액은 2022년까지 그대로 유지되다가 지난해 오히려 1천168억 원으로 늘어납니다.

특히 큐익스프레스가 빌려준 장기대여금 가운데 400억 원은 출자전환을 통해 주식으로 대체됐습니다.

해당 자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는 알려진 바 없습니다.

자금 거래가 이뤄진 때가 큐익스프레스 Pte.Ltd.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시점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상장 추진 자금 혹은 회사 운영 자금을 확보하고자 자회사에 손을 벌렸을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그러는 사이 큐익스프레스 재무 상황은 빠르게 악화했습니다.

큐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59억 원의 영업손실과 9천9천만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설립 이래 누적된 적자로 지난해 말 기준 부채총계(2천549억 원)가 자산총계(2천305억 원)를 초과하는 완전 자본 잠식 상태입니다.

특히 현금화가 쉬운 유동자산은 205억 원에 불과한 데 반해 유동부채는 1천810억 원에 달해 여차하면 순식간에 자금 경색이 올 수 있는 상황입니다.

감사보고서를 낸 회계법인도 큐익스프레스 Pte.Ltd.에 일방적으로 이득인 해당 자금 거래에 의구심을 나타냈습니다.

감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은 감사의견에서 "큐익스프레스는 지배기업(큐익스프레스 Pte.Ltd.)에 1천168억 원을 대여하고 있는데 향후 지배기업의 영업 상황 등에 따라 상기 대여금의 회수 가능성에 불확실성이 존재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큐익스프레스의)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번 판매대금 정산 지연 사태의 단초를 제공한 위메프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위메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모기업 큐텐에 대해 171억 원 상당의 채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31억 원은 지난해 큐텐에 빌려준 돈입니다.

상환 기한과 이자 등 세부 대여 내역은 알려진 바 없습니다.

큐텐은 2019년부터 매년 1천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자금난에 허덕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위메프의 재무 상태는 큐익스프레스보다 더 심각합니다.

위메프는 지난해 영업손실 1천25억 원, 당기순손실 882억 원을 각각 기록했습니다.

부채총계(3천318억 원)가 자산총계(920억 원)의 3배인 자본 잠식에 빠져있으며, 5년 넘게 누적된 적자로 결손금도 7천559억 원대에 이릅니다.

또 지난해 177억 원의 영업활동 순현금유출이 발생한 데다 유동부채(3천98억 원)가 유동자산(617억 원)의 5배에 달해 현금 동원 능력이 여의찮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지난 2월 큐텐이 북미·유럽 기반의 전자상거래 업체 위시를 현금 2천300억 원을 주고 인수하면서 안 그래도 곳간이 비어 가는 위메프의 자금까지 끌어다 쓰는 바람에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업계 일각에서는 큐텐이 인수·합병한 티몬과 위메프 등의 재무까지 장악해 마음대로 자금을 유용한 게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 티몬과 위메프에는 별도의 재무팀이 없으며 큐텐에서 모든 재무를 총괄 관리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티몬·위메프 직원들조차 구체적인 재무 상황을 몰랐다고 말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큐텐그룹의 재무 구조가 심각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인데 그 중심에 큐텐의 관리 부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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