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개편으로 초고소득층 18조 감세…저소득층은 오히려 증세"
정부가 상속세 최고세율을 40%로 낮추는 등 25년 만에 처음으로 상속세율을 조정한다. 그로 인해 고소득자와 대기업 등에 최대 18조 원이 넘는 세수 감면 효과가 발생하는 반면,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은 오히려 상속세 개편으로 인해 세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상속세와 소득세, 법인세 등이 감면되면서 고소득층은 유리해지는 반면, 부가가치세는 오히려 증세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그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나라살림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상속세 최고세율 40%로 조정…공제액 대폭 확대
25일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여론의 큰 관심을 모은 부분은 상속세율 조정이다. 현행 상속세율은 과세표준 30억 원 초과 시 50%, 10억 원 초과~30억 원 이하 40%, 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 30%, 1억 원 초과~5억 원 이하 20%, 1억 원 이하 10%다.
이 같은 최고세율을 10억 원 초과 시 40%로 10%포인트 하향 조정한다는 것이 골자다. 5억 원 초과~10억 원 이하 30%, 2억 원 초과~5억 원 이하 20%, 2억 원 이하 10%다.
기존에 50%의 세율을 적용 받던 30억 원을 초과하는 거액의 상속자가 집중적인 혜택을 보고, 20% 세율을 적용받던 1억 원 초과~2억 원 이하 납세자도 세금 감면 효과를 얻는다.
상속재산 공제도 늘어난다. 현재 인당 5000만 원인 자녀 공제를 인당 5억 원으로 높인다.
현재 상속세 공제는 기초공제 2억 원에 더해 자녀 1명 당 5000만 원의 자녀공제 합계액 혹은 일괄공제 5억 원이 적용된다.
자녀 합계 공제액이 5억 원을 넘는 경우는 좀처럼 없으므로 대부분 상속인이 일괄공제를 선택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자녀 1인당 공제 기준이 5억 원으로 커진다. 여기에 기초공제와 배우자공제까지 더하면 상속재산 상당액을 공제받게 된다.
정부 "상속세 개편으로 4조 감세" vs 민간 "18.4조 감세"
정부는 이번 상속세 과표와 세액 조정으로 세수 2조3000억 원 감면 효과가, 자녀공제 확제로 1조7000억 원 감면 효과가 각각 발생해 세수가 4조565억 원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순액법으로 계산한 결과다.
구체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은 6282억 원, 고소득자는 1664억 원의 감세 효과를 얻고 중소기업은 2392억 원, 대기업은 917억 원의 감세 효과를 받을 것으로 정부는 예측했다. 기타 부문의 감세 효과는 3조2260억 원이었다.
즉 이번 상속세제 개편으로 인한 혜택은 서민과 중소기업이 더 크게 받는다는 소리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정반대 해석한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날 보고서를 내 이번 세제 개편안으로 인한 향후 5년간 세수 효과를 추계한 결과,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소득세 감면액은 2조2800억 원, 법인세 감면액은 2100억 원, 상속세와 증여세 감면액은 18조6000억 원이었다고 밝혔다.
반면 부가가치세는 1조7000억 원 증액됐다. 결국 서민으로부터 증세해 세수 감면에 따른 손실을 메운다는 주장과 다름 없다.
"초고자산가 감세-저소득층·중소기업은 증세"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번 개편안에 따른 향후 세수 전망 계산 자체가 잘못됐다고 우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정부는 순액법 합계에 따라 계층별 세부담 귀착효과를 설명하나 이는 실질 현금흐름과 경제적 실질에 부합하지 않는 잘못된 방식"이라며 이 같이 지적했다. 대신 총액법으로 향후 세수 전망을 계산해야 한다는 게 연구소 지적이다.
예를 들어 올해 세제 개편으로 세수가 1조 원 늘어난다고 가정할 때, 이 1조 원은 내년도 세수부터 반영된다. 따라서 향후 5년간 총 세수 합은 5조 원이 된다. 매년 개편된 1조 원의 증가분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순액법을 적용할 경우 개별 연도 세수를 확인하는 데는 좋지만 이를 합산한다면 오류가 발생한다는 게 나라살림연구소 지적이다. 순액법 계산 결과를 합산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설명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한 마디로 말해 순액법으로 합산한 향후 5년의 세수 개편 결과는 이해하는 게 불가능한 개념"이라며 "향후 5년의 세수 합은 총액법으로 합산해야 맞는다"고 지적했다.
합산오류보다 더 큰 문제가 총액법으로 향후 세수를 추계할 경우, 고액 자산가는 감세 효과를 크게 누리는 대신 서민층은 오히려 증세 부담을 지는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연구소는 향후 5년간 고소득층은 최소 18조6000억 원의 세금 감면 효과를 얻고 중산층 이하는 0.25조 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측했다.
나라살림연구소는 "(현재) 상속이 발생한 사람 중 상위 5%만 상속세를 납부한다는 점에서 이번 개편으로 이득을 보는 계층은 상위 5% 내외"라며 "이번 상속세 감면으로 인한 5년간 세수 감소효과 18조6000억 원은 전액 고소득자 귀속 세금감면액"이라고 주장했다.
지금도 상위 5% 이하는 상속세를 거의 납부하지 않는 만큼, 이번 개편에 따른 혜택 범위도 5%로 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어 연구소는 "특히 2022년 기준 전체 상속세 결정세액의 92%를 상위 10% 피상속인이 납부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 상속세 감면은 초고자산가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가업상속 공제 혜택은 중소기업이나 중산층이 아닌 600억 원 이상을 상속받는 초고자산가에게만 귀속되는 만큼 이는 전액 고소득층 혜택으로 분류해야 하고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에 따른 특혜도 매출액 5000억 원 이상 재벌기업 주식을 상속받는 재벌 3세, 4세"라고 연구소는 꼬집었다.
정부의 세부담 귀착효과에서 서민과 중산층이 더 큰 감세 혜택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 까닭으로 연구소는 "이는 순액법이 가진 한계로 인한 착시효과"라고 설명했다.
정부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부가가치세 증세 효과는 2025년과 2026년에 집중된다. 이 때문에 순액법으로는 부가가치세수 증대의 실질을 반영하지 못한다. 연구소는 "총액법으로는 향후 5년간 발생하는 세수 증액 및 세수 감액 효과를 누적적으로 계산할 수 있지만, 순액법으로는 경제적 실질에 따른 현금흐름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나라살림 적자는 더 커질 듯?
연구소는 또 서민 및 중소기업으로부터 발생하는 0.25조 원의 증세 효과는 최소 수준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번 상속세 개편으로 인한 세수 증가 요인은 창업중소기업 등에 대한 세액감면 일몰 종료, 신용카드 등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축소, 전자신고 세액공제 폐지 등인데 "창업중소기업 등 세액감면 일몰 종료와 전자신고세액공제 폐지 등의 세수 증대효과는 대부분 중소기업과 중산층에 귀속되기 때문에 실제 이들 계층에 귀속되는 세금 증대 효과는 0.25조 원보다 더 클 것"이라는 이유다.
반면 "투자세액공제 증가분 공제율 상향 등은 상당부분 대기업에 귀속되는 만큼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귀속되는 5년간 실제 세금 감면 효과는 18조6000억 원보다 더 클 것"이라고도 연구소는 평가했다.
상속세와 법인세 등 고소득층에 매겨지는 세금이 더 줄어드는 반면, 서민과 고소득층이 같이 부담하는 간접세수는 더 늘어난다는 점 역시 중요 평가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인해 현 정부 들어 심각해지는 세수 결손 현상은 앞으로 더 악화하리라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해 정부 예산은 56조 원의 사상 최대 세수 결손을 봤다. 그로 인한 관리재정 수지, 즉 작년 나라살림은 87조 원 적자였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올해 본예산 기준 관리재정 수지 예상치는 92조 원 적자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5년간 18조4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를 담은 24년도 세법개정안은 재정과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안으로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특히 "상속세 감면액이 5년간 18조6000억 원인 반면 부가가치세는 오히려 1조7000억 원 증대되는 등 조세 형평성이 심각하게 무너지는 세법개정안"이라며 "노동 소득보다 상속 소득을 더 유리하게 과세하면 조세 중립성이 무너지고 경제 효율성도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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