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문에서] AI 디바이드와 반려로봇

김봉아 기자 2024. 7.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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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허)'라는 영화가 있다.

남자 주인공이 인공지능(AI)인 여성과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래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를 넘어 'AI 디바이드(AI divide)'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홀몸어르신의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 인형 모양의 AI 로봇을 보급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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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허)’라는 영화가 있다. 남자 주인공이 인공지능(AI)인 여성과 대화하며 외로움을 달래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다. 2013년 영화가 나왔을 때만 해도 AI와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흥미롭긴 했지만 먼 미래의 일로만 보였다.

하지만 요즘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는 속도를 보면 영화의 이야기는 현실에서도 곧 일어날 듯하다. 디지털 기술 중에서도 AI는 최근 생활 속에 급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2022년 생성형 AI 서비스인 챗GPT(지피티)가 등장하면서 누구나 업무와 생활에 챗GPT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도 AI 기술을 개발·활용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그렇다 보니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를 넘어 ‘AI 디바이드(AI divide)’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디지털 디바이드는 디지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를 말한다. AI 디바이드는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격차를 뜻하는데,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을 ‘AI 네이티브(원어민)’라 부르기도 한다.

디지털 디바이드를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계층이 고령층, 특히 농촌의 노인들이다. 어르신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키오스크(무인단말기) 같은 디지털 기기 이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2023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70.7%, 농어민은 79.5%로 일반 국민(100%)과 차이가 크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새로 개발된 다양한 AI 기술의 수혜자 또한 농촌의 노인들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노인 돌봄에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최근 노인 돌봄 정책에 AI를 적극 도입해 ‘늘 편한 AI 케어’ ‘AI 어르신 든든지키미’ ‘AI 노인 말벗서비스’ ‘AI 시니어 돌봄타운’ 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홀몸어르신의 건강과 정서적 안정을 위해 인형 모양의 AI 로봇을 보급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강원 속초시의 ‘다솜이’, 충남 논산시의 ‘금이’와 ‘옥이’, 전남 순천시의 ‘루미’, 경남 의령군의 ‘홍이’ 등 지역마다 로봇의 이름은 다르지만 기능은 비슷하다.

‘돌봄로봇’ ‘반려로봇’으로 불리는 이 로봇은 어르신들의 말벗이 돼주고 노래·퀴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 응급상황이 벌어졌을 땐 119나 지자체 담당자에게 신속히 알려준다. 실제로 돌봄로봇은 어르신들의 우울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초시가 지난해 다솜이를 사용한 어르신 55명의 우울 척도를 검사한 결과, 평균 11.9점(심한 우울)에서 8.8점(정상)으로 개선됐다.

어르신들이 로봇을 친구처럼 여기며 외로움을 달래는 모습을 떠올리면 왠지 씁쓸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고령화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디지털 돌봄’은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고령층에게 위협이 되는 동시에 기회가 되고 있다. AI가 어르신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된 것처럼 어르신들이 스마트폰이나 키오스크 같은 디지털 기기 활용에도 익숙해지도록 할 순 없을까.

‘정보문화의 달’을 맞아 6월1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모범국가 대한민국, 국민과 함께하는 따뜻한 디지털 세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디지털 포용 모범국가 선언식’을 진행했다. ‘디지털 포용’은 소외나 차별 없이 누구나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리는 것을 뜻하며, ‘디지털 포용법’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

이날 정부는 누구나 AI·디지털의 혜택을 마음껏 누리는 대한민국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따뜻한 디지털 세상’과 ‘디지털 포용’이라는 말이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김봉아 디지털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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