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기승전…노동시장 개혁이다

최은영 2024. 7. 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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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한국자영업연구원장]얼마 전 한국은행과 농림축산식품부 간에 이례적인 물가 논쟁이 벌어졌다. 논쟁은 한국은행 총재가 높은 농산품 가격이 고물가의 주원인이라고 지적한 데서 발단이 됐다. 그러자 농식품부가 발끈했다. 장
관이 직접 나서 우리나라 농식품 물가가 그렇게 높지 않다며 이런저런 통계를 들어가며 한국은행 지적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논쟁을 보고 있자니 논쟁 당사자들의 정책적 무게감을 감안할 때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정작 심도있게 논의돼야 할 핵심 내용은 비켜간 채 부처 입장을 피력하는 데 급급해 보였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장관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먹거리’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옆 나라 일본이 이제 우리에게 가성비 좋은 먹거리 여행지로 인기를 끌게 된 것만 봐도 국내의 높은 먹거리 물가를 어렵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한국은행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 농식품 가격이 비싼 이유로 농업 부문의 낮은 생산성과 다단계 유통구조를 들었다. 그러고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뜬금없이 농산물 수입 확대 주장을 폈다. 구조적 문제 개선을 위해 기대했던 해법과는 거리가 먼 동문서답식 주장으로 들렸다.

먹거리 고물가 해법으로 진짜 필요한 ‘구조적’ 개선 해법은 무엇일까? 답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먹거리 산업의 노동시장 구조를 살펴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먹거리 관련 업종은 농업, 유통업, 외식업 등이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대표적인 자영업 업종이라는 점이다.

우리나라 자영업 업종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장규모에 비해 종사자 수가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영업 업종의 노동생산성은 낮다. 먹거리 업종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이유이기도 하다. 생산성이 낮으니 소득수준도 낮다. 벌이도 시원치 않은 업종에 왜 취업자들이 몰려들까. 시장기능이 잘 작동하는 노동시장이라면 그럴 리가 없을 텐데 말이다.

답은 노동시장의 시장기능이 마비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라 할 만한 나라들 중 자영업자 비중이 가장 높다. 자영업 피고용자를 포함한 자영업계 종사자 수는 1000만 명을 넘는다. 전체 취업자의 40% 가까운 수치다.

왜 이렇게 자영업 종사자가 많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정규직 임금근로자 시장에 둘러쳐져 있는 높은 담장 때문이다. 담장 안에는 소수의 안정된 고소득 정규직 일자리가 있고 담장 밖에는 불안정하고 낮은 소득을 감내하는 다수의 자영업자와 잠재적 자영업자로서의 비정규직이 있다.

정규직 담장이 너무 높아 담장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종사자 250인 이상 규모가 되는 소위 ‘괜찮은’ 기업 일자리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거의 꼴찌 수준으로 낮다.

이런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한국은행이 제시한 다단계 유통구조 개선이라는 원론적 해법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유통구조가 단순화되면 유통비용이야 줄어들겠지만 그 과정에서 줄어든 유통업 종사자는 갈 곳이 없다. 그러니 담장을 허무는 노동시장 개혁 없는 유통구조 개선 주장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먹거리 물가를 낮추기 위한 ‘구조적 개선’의 실체는 노동시장 개혁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먹거리 고물가의 저 밑바닥에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물가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시장 개혁은 경제양극화 해소의 근본 해법이며, 저출생 극복을 위한 최고의 해법(필자의 2022년 1월 10일자 목멱칼럼 ‘최고의 저출산 대책은 노동시장 개혁’ 참조)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생산성 제고, 양극화 해소, 저출생 극복에 더해 고물가 해소까지 현 세대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핵심 숙제들의 중심에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공통분모가 자리잡고 있다. 기승전 노동시장 개혁이다.

최은영 (eun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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