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티몬, '10% 할인 초특가 상품권' 판 돈 못 받자…'정산 돌려막기' 터졌다
PG사, 판매 방식 문제 삼고 대금 지급 보류
셀러 몫 자금 펑크 나자, 정산금 줄줄이 지연
환불 불가, 정산금 지연으로 소비자, 셀러(입점업체) 피해가 수천억 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보이는 티몬 사태의 결정적 발단으로 업계에서 보기 드문 ①10% 할인율 ②한 달 뒤 지급을 조건으로 내건 상품권 판매가 꼽히고 있다. 결제, 취소 업무를 하는 한 전자결제대행사(PG)가 7월 초 상품권 판매 구조를 문제 삼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티몬의 돈줄이 막혔다. 이어 상품권 판매 대금을 다른 셀러 정산금 지급에 돌려쓰려던 티몬 측 계획이 어그러지면서 수많은 셀러들이 돈을 제때 받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해피머니 문화상품권 등을 5월부터 이달 초까지 7~10% 할인 가격에 팔았다. 티몬의 상품권 판매 방식은 여러모로 다른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와 달랐다. 우선 티몬은 통상 3% 깎아주는 상품권의 할인 폭을 키웠다. 또 소비자는 결제일 기준 한 달 뒤에 상품권을 받게 했다. 상품권은 다른 이커머스 상품 주문 때처럼 결제 이후 곧바로 받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저렴하게 파는 상품권은 상품 기획자(MD)가 선호하지 않는 아이템이다. 상품권을 싸게 사서 중고거래 등으로 더 비싸게 파는 '상품권 깡' 수요가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티몬이 상품권을 최대 10% 할인가에 내놨을 때 '상테크'(상품권+재테크) 방법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기도 했다.
반면 초특가 상품권은 회사 자금 확보 수단으로 통하기도 한다. 구하려는 사람이 많아 짧은 시간에 매출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그러다 보니 티몬이 이 상품권을 내놓았을 때 '자금이 급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이커머스 업계에서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티몬 결제, 취소를 중개하는 PG는 상품권 판매 방식을 문제 삼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티몬에서 상품권 카드 결제 업무를 맡은 A업체는 티몬이 판매 대금을 자신들로부터는 2, 3일 안에 받으면서도 고객들에게 상품권을 뒤늦게 제공하는 건 정상 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티몬이 상품권을 한 달 뒤에 주지 못할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환불 이슈 등이 생기기 때문에 문제 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티몬 위기 출발점은 상품권"
심지어 A업체는 관련 상품권 판매 중지를 요청했지만 티몬은 이를 무시했다. 그러자 A사는 이달 초 티몬에 대해 상품권을 실제 구매자에게 공급할 때까지 판매 대금을 주지 않겠다면서 '지급 보류'를 걸었다. 이 역시 드문 대응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지급 보류 조치는 정산금 지연 사태의 시작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통상 티몬은 셀러에게 결제일 기준 40일 정도 뒤에 수수료를 떼고 정산금을 지급한다. 셀러가 5월에 판 상품 값을 7월 초에나 받는 식이다. 셀러 정산 기일이 결제일보다 한참 늦다 보니 티몬은 PG로부터 미리 받아 둔 판매 대금을 정산금 지급 시기가 먼저 돌아오는 다른 셀러에게 줬다.
일종의 '돌려막기'지만 티몬이 거래 규모를 유지, 증가해온 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매출이 비슷한 수준으로 일어나면 티몬 입장에선 정산금 지급을 위한 자금이 모자라지 않아서다. 실제 티몬의 6월 결제 추정액은 8,398억 원으로 1분기 월평균 6,145억 원보다 컸다. 하지만 A업체의 갑작스러운 지급 보류 조치로 자금을 돌려 막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자 티몬은 타격을 입었다. 당장 정산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자금 확보에 구멍이 났기 때문이다.
티몬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티몬 위기의 출발점은 상품권"이라며 "티몬 내에 돈이 돌지 않으면서 돈맥 경화가 왔고 정산금을 받지 못하는 셀러도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급 보류 조치만으로 발생한 연쇄 정산금 지연은 티몬의 재무 상태가 얼마나 허약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티몬에서 판매된 상품권은 문화상품권 외에도 SPC 모바일 상품권, 요기요 상품권 등 다양하다. SPC그룹은 이날 티몬, 위메프에서 판 상품권을 전액 환불 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요기요는 판매 대행사가 협의 없이 상품권 사용을 중지했다면서 티몬 등 이해 관계자 협조 없이 자체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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