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날고 현대차는 더 질주… 한국 경제 ‘쌍두마차’의 부활

정한국 기자 2024. 7. 26.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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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나란히 분기 사상 최대 매출

25일 올 2분기 역대 최고 매출 실적을 낸 SK하이닉스의 핵심 비결은 업계 1위로 올라선 제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이었다. 내실도 좋았다. 2022년 4분기부터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한 뒤, 올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침체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같은 날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는 2022년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기록을 세웠다. 2분기 성적이 시장 기대를 웃도는 깜짝 실적은 아니었지만 ‘월 1조원 이상 이익’을 내는 탄탄한 기업의 면모를 굳혔다. 영업이익률도 9.5%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하이브리드 차와 고급화 전략을 통해 두 자릿수 가까운 수익성을 지켰다.

그래픽=양진경

◇HBM으로 역대 최대 매출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 매출 16조4232억원, 영업이익 5조4685억원을 올렸다고 25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4.8% 올랐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넘긴 것은 2018년 3분기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업계 1위를 지키는 제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이 실적을 주도했다.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0%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 3월부터 주력 제품인 5세대 HBM(HBM3E) 8단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대부분 미국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탑재된다. 또 올해 3분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 4분기부터 글로벌 주요 고객사에 공급될 제품이다.

HBM3E 12단은 특히 SK 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마이크론이 본격적으로 주도권 경쟁을 벌일 제품군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기술 경쟁력과 풍부한 양산 경험을 가지고 있는 선두 업체(SK하이닉스)와 협력하는 것이 고객사 입장에서도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회사는 또 HBM 외에도 기업용 저장 장치(eSSD) 등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 강세와 함께 D램과 낸드 제품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른 것이 전체 실적에 반영됐다고 밝혔다.

우리 경제의 두 축,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대표 기업인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가 올 2분기 나란히 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현대차 울산 공장의 수출 선적 부두(위쪽 사진)와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의 모습./연합뉴스, 뉴시스

◇하이브리드·SUV·미국이 비결

현대차는 올 2분기 매출 45조206억원, 영업이익 4조2791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작년 2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6.6%, 영업이익은 0.7% 늘었다. 나란히 분기 기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현대차는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105만7168대를 팔아 작년 2분기보다 판매량이 0.2%쯤 줄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차량으로 꼽히는 친환경차와 SUV, 고급차 제네시스 판매가 늘면서 매출과 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예를 들어 전기차 캐즘이 확산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분기 5만8950대로 24.7%나 감소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가 12만2421대 팔려 작년보다 26.4% 늘어나 이를 만회했다.

지역별로는 글로벌에서 가장 비중이 큰 미국 시장에서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2분기 판매량이 약 25만4000대로 작년 동기 대비 13% 늘었다. 상반기 전체 판매량에서 미국 빅3 중 하나인 스텔란티스를 따돌리고 4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차 중 하나인 투싼 하이브리드 등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고, 신형 싼타페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미국에서는 SUV 비율이 73.2%까지 높아진 것도 수익성에 도움이 됐다.

◇하반기 본격 쌍끌이 효과 기대

하반기에는 반도체와 자동차가 나란히 우리 경제를 주도하는 상황은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우선 반도체는 이제 초호황기를 뜻하는 ‘수퍼사이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 직전의 수퍼사이클인 2018년 기록(20조8438억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예상이 많다.

자동차 산업은 지난해 실적의 정점을 찍었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최근까지 이어진 기록적 실적까진 아니더라도 하반기에 견고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대차·기아 등이 대규모로 선(先)투자한 전기차 분야의 상승세가 주춤한 것과, 우리 자동차 내수 시장에서 수요 침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불안 요소다. 그러나 핵심 시장인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 호조를 이어가고 있고, 하반기엔 위축된 전기차 시장을 돌파하기 위한 ‘대체재’ 신차가 여럿 출시된다.

연말에는 준대형 SUV인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3~4년 이상 개발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차가 출시되기 시작하고, 아이오닉 브랜드의 새 전기차와 소형 전기차 ‘캐스퍼 일렉트릭’ 등이 나와 전기차 점유율 회복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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