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 강화가 美 대선 대비책이다 [조선칼럼 김성한]
정전 유지와 유사시 전력 제공
둘째 기능 강화가 핵심이다
회원국 국방장관 회의 정례화를
한미동맹과는 또 다른 부가가치
미군 축소·철수할 경우 대비해
실속 없는 주변부 네트워킹보다
‘전략 자산’ 되도록 조용한 집중을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직 사퇴 이후 민주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박빙의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선거 구도가 완전히 재편된 만큼, 우리 정부와 기업은 섣불리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보다 신중히 접근해야 할 상황이다.
특히 최근 미국 연방 검찰이 한국계 미국인인 대북 전문가가 지난 10년간 ‘한국의 대리인’으로 등록하지 않고 한국 정보기관에 협조하여 ‘외국 대리인 등록법(FARA)’을 위반하고 미국의 안보를 위협한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아무래도 분위기가 위축돼, 당분간 미 측 핵심 인사들은 한국 공무원이나 기업인들 만나길 꺼릴 것 같다. 그러니 우리 정부는 별 실속 없는 ‘주변부’ 인적 네트워킹보다, 국익에 보탬이 되는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 강화 전략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유엔사 강화는 미 대선 후 한·미동맹이 순항하게 될 때는 ‘촉진제’로, 도전에 직면할 때는 ‘안정제’로 쓰일 수 있다.
현재 유엔사는 6·25 전쟁 당시 전투부대 파병국 16국 중 14국(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튀르키예, 태국, 남아공, 그리스, 벨기에, 콜롬비아)과 의무 병력 지원 6국 중 3국(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총 17개 회원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의무 병력 지원국인 독일이 추가 합류할 예정이다. 유엔사는 한반도 정전 체제 유지와 유사시 전력 제공이라는 두 가지 임무를 갖고 있다. 정전 협정은 유엔군사령관에게 정전 협정 준수 및 이행 책임을 부여하고 있기에, 유엔군사령관 직책을 겸한 한미연합사령관은 북한의 도발로 인한 남북 충돌 시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남북 모두의 ‘자제’를 촉구하는 듯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반면 유사시 전력 제공이라는 유엔사의 임무는 한·미동맹을 보완하고 지탱해 준다. 정전 협정 체결 당일인 1953년 7월 27일 유엔 참전국 대표들은 워싱턴에 모여 한반도 유사시 유엔안보리 결의 없이도 즉각 개입하기로 약속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하였다. 게다가 유엔사는 주일 유엔사 후방 기지 7개소를 활용해 미군과 다국적군의 병력, 장비, 물자 등을 한미연합사에 제공할 수 있다. 유엔사는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연결하고, 한·미·일 안보 협력의 주춧돌 역할을 하며, 회원국들과 다국적 작전을 수행하는 조직이다.
이러한 유엔사의 잠재력을 간파한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인 2014년부터 유엔사를 ‘재활성화’하는 작업을 시작해 트럼프 행정부인 2018년에 완료했다. 유엔사 참모 조직을 보강하고, 회원국 수를 늘리며, 유엔사의 한·미 연합 훈련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유엔사 부사령관에 미국 출신이 아닌 제3국 장성을 연이어 임명해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7월 27일 정전 협정 체결 70주년 기념식에서 “유엔사는 한반도 평화 유지와 유사시 우방국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는 정치적 의지를 결집하고 국제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유엔사의 ‘전략적 플랫폼’ 기능을 조속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과 유엔사 회원국 간 국방장관 회의를 정례화하고, 한국 합참과 유엔사 간 정례협의체를 개설할 수 있다. 유엔사 핵심 참모 직위에 한국군 장성을 포함한 영관급 이상 장교를 보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유엔사가 위치한 ‘소재국(host country)’ 자격으로 유엔사 회원국 중에서 한반도 유사시에 전력을 제공할 가능성이 큰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등과 안보 협력을 추진하고, 이들과 군사적 목적으로 국내에서 잠시 활동하는 외국 군대의 법적 지위를 정하는 방문국 지위 협정(VFA)을 체결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한미 합의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에로 유엔사 회원국을 확대하는 것이 좋다.
한국은 이렇게 한·미동맹과는 다른 차원의 부가가치를 지닌 유엔사와 단단한 연결 고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혹시나 미 행정부가 주한 미군을 축소하거나 철수할 경우, 미국이 한국을 비롯한 유엔사 회원국들과의 협조 체제를 축소 또는 폐기하려 한다는 점을 압박해 유엔사 회원국들과 우리의 안보를 지켜낼 수 있다. 내년 1월 말 미국 신행정부 출범까지 시간이 많지 않지만, 우리 정부가 유엔사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 만드는 작업에 ‘조용히’ 집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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