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월의쉼표] 선물하기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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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는 시인 선배가 새 시집을 냈다.
가까운 몇몇이 조촐하게 출간 기념회를 하자기에 축하 선물로 무엇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선크림을 사 갔다.
오래전 선배와 여행 갔을 때 그가 어떤 브랜드의 선크림을 즐겨 쓰는지 알게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선배는 그냥 오지 무슨 선물을 사 왔느냐며 가볍게 잔소리한 다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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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그냥 오지 무슨 선물을 사 왔느냐며 가볍게 잔소리한 다음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근데 역시 애 엄마라 실용적이구나. 알고 보니 나 빼고는 모두 꽃다발을 사 온 것이었다. 그렇지. 축하 자리에는 꽃다발이 제격이지. 나는 그 사실을 난생처음 깨달은 사람처럼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꽃다발을 사고 싶지는 않았다. 애 엄마라서가 아니었다. 훨씬 일찍부터 그랬다. 꽃은 좋지만 꽃다발은 아니었다. 줄 때야 주면 그만이라 해도 받을 때는 그처럼 처치 곤란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며칠 못 가 시드는 꽃을 보는 것도 속상하고 그렇다고 처음부터 말리기도 죄스러운데 가격마저 사악하지 않은가. 그렇게 내가 받았을 때 곤혹스럽다고 느끼니 자연히 남에게 주지도 않게 되었다. 선배 말대로 나는 지극히 실용적인 인간임이 분명했다. 아무렴, 가성비가 중요하지. 꽃은 고작 며칠 보고 말지만 선크림은 매일 바르는데, 하며 나는 내 선택의 정당성을 다시금 상기했다.
그러나 꽃다발을 들어 수국 향기를 맡고 리시안셔스를 어루만지며 미소 짓는 선배를 보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문득 오래전 어느 시 쓰는 후배가 리시안셔스를 선물 받고 싶다는 시를 썼더니 만나는 사람마다 리시안셔스를 사 왔다고 하던 기억이 났다. 그는 정색하며 다음에는 벤츠를 원한다는 시를 써야겠다는 말로 사람들을 웃겼다. 나도 웃었지만 속으로는 울컥했었다. 원치 않는 리시안셔스가 불만인 척 행복해하는 후배의, 그리고 그에게 기꺼이 리시안셔스를 선물한 사람들의 마음이 상상되어서였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 상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 그것이 선물의 본질일 것이다. 후배가 정말 벤츠를 원하고 후배를 사랑하는 누군가 그럴 능력이 있다면 정말 벤츠를 선물할 수도 있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나의 실용이란 얼마나 편협하고 이기적인 것인지. 그런데도 다시 시간을 되돌린다면 꽃다발을 사겠는가 하는 질문에 금방 네 하고 입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니 얼마나 고질적인 것인지.
김미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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