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몰락의 그늘[이준식의 한시 한 수]〈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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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전쟁 나가 죽고 띠집 혼자 지키는데, 거친 삼베옷에 머리칼은 푸석하다.
뽕나무 없어져도 여전히 세금을 내야 하고, 밭이 황폐해져도 아직 경작세를 걷는다.
없어진 뽕밭에서든 경작조차 않는 밭이든 마구잡이로 세금을 매기니 전쟁통에 과부가 된 여인은 심산유곡(深山幽谷)으로 숨어든다.
시인의 경험칙상 그런다고 '세금과 부역을 피할 방도는 없을 터'이지만 과부는 근근이 제 한 몸을 건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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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나무 없어져도 여전히 세금을 내야 하고, 밭이 황폐해져도 아직 경작세를 걷는다.
자주 들풀 뽑아 뿌리째 삶는데, 즉석에서 잎 달린 생나무를 잘라 불을 지핀다.
제아무리 깊은 산속보다 더 깊이 들어가도, 세금과 부역은 피할 방도가 없으리니.
(夫因兵死守蓬茅, 麻苧衣衫鬢髮焦. 桑柘廢來猶納稅, 田園荒後尙徵苗.
時挑野菜和根煮, 旋斫生柴帶葉燒. 任是深山更深處, 也應無計避征徭.)
―‘산속의 과부(산중과부·山中寡婦)’ 두순학(杜筍鶴·약 846∼904)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교훈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 몰락을 앞둔 당 왕조의 암울한 현실을 가감 없이 담았다. 없어진 뽕밭에서든 경작조차 않는 밭이든 마구잡이로 세금을 매기니 전쟁통에 과부가 된 여인은 심산유곡(深山幽谷)으로 숨어든다. 시인의 경험칙상 그런다고 ‘세금과 부역을 피할 방도는 없을 터’이지만 과부는 근근이 제 한 몸을 건사하고 있다. 양식거리라곤 들풀이 고작이고 땔감조차 없어 생나무로 불을 지피는 이런 임시변통이 얼마나 지속될는지 여인 못지않게 시인의 불안과 조바심도 깊어만 간다.
두순학은 자기감정을 절제하면서 인물과 사실을 객관화하는 데 뛰어나 두보의 현실주의 정신을 계승하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 시인. 개중에는 표현이 조악하고 투박하여 시적 함축미가 빈약하다는 비평가도 있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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