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프는 환불되는데 우린 왜 안돼!" 티몬에 수백명 몰려 고성(종합2보)
위메프 본사엔 무더위 속 환불행렬…저녁 무렵에야 상당수 환불받아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이미령 최원정 기자 = "회장 나와라! 위메프는 환불해 주는데 우린 왜 안해주냐!"
티몬·위메프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산한 가운데 25일 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티몬 입주 빌딩 건물 지하 1층에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 수백명이 모여 분통을 터뜨렸다.
회사 대표가 본사를 찾아 현장 환불을 하고 상황 설명을 한 위메프와 달리 티몬은 아예 건물을 폐쇄해버린 탓에 몰려온 이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티몬 직원들이 건물 내부 회의실에 있단 소식이 들리자 건물 바깥에 있던 소비자들의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이들은 건물 관리인이 출입하는 틈에 함께 지하 1층으로 진입하고는 귀가하려는 티몬과 공정위 직원들을 막아서고 "관계자 불러내라! 입장 발표해라!", "너도 직원인데 알았을 것 아니냐!"고 고성을 질렀다.
오후 10시 현재까지 100여명이 지하 1층 회의실 앞에서 공정위와 티몬 직원들이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원성에 못 이겨 공정위 직원이 상황 설명을 하러 나왔지만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공정위 직원은 "저희는 피해 확산을 막아보기 위해 조사하러 나왔고, 속 시원히 답을 해드리면 좋겠지만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며 "소비자원에서 집단 분쟁조정을 접수받고 있고 민사소송도 지원할 계획"이라고 했다.
피해자 수백명은 이날 오전에 인근 티몬 본사 건물 앞에 모여 무더위 속에 대기하다가 공정위 직원들이 티몬이 입주한 별도의 빌딩을 찾았단 소식에 10분 거리 입주 빌딩으로 이동했다.
도매업체를 운영한다는 한 40대 남성은 "티몬 캐시 4천만원어치를 구매했는데 환불도 안 되고 연락도 안 돼 찾아왔다"며 "설명이라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칠순을 맞아 필리핀 가족 여행을 떠나려 했다는 한 남성은 "여행을 못 가면 후회가 될 것 같아 여행사에 추가로 돈을 내더라도 갈 것 같다"며 "최악의 경우엔 티몬에 낸 돈은 포기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울상을 지었다.
초등학생 아이를 등교시키고 달려왔다는 조모(48)씨는 "여기서 직원을 만나 얘기라도 들어보려 했는데 직원은 다 도망갔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위메프 본사에서는 전날 새벽부터 현장 환불이 이뤄지면서 수백명 넘는 피해자들이 본사를 찾았다.
불안한 피해자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이날 오후 6시 기준 1천300명이 넘는 고객이 위메프 본사 사무실에서 환불을 받았다.
저녁 무렵에는 본사를 찾은 소비자 상당수가 환불을 받았다. 기다림 끝에 환불을 받은 이들이 서로 박수를 치며 환호하기도 했다.
낮 동안에는 무더위 속 줄이 길어져 땡볕 아래 기다리는 소비자도 많았다. 이들은 연신 부채질하거나 휴대용 선풍기 바람을 쐬며 삼복더위를 달랬다.
위메프는 현장에서 환불 접수를 하다가 찾아오는 피해자들이 점점 많아지자 안전사고를 우려해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부터 현장 접수를 중단하고 QR코드를 통한 온라인 접수를 안내, 피해자들이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위메프 본사 앞에서 만난 배모(57)씨는 "자본보다 부채가 더 많은 회사가 돈을 입금해줄 것이라고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불안하다"며 "오늘 돈을 받기 전까지는 밤을 새우더라도 기다릴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10월 가족과 함께 일본에 가려고 위메프를 통해 230여만원을 내고 여행 상품을 구매했다가 정산 지연 사태를 맞았다고 했다. 배씨는 대전에 살지만 자칫 한 푼도 환불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에 부랴부랴 상경해 위메프 본사를 찾았다.
곽모(45)씨도 "휴가 일정을 바꿔야 하나 고민 중"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위메프를 통해 270만원짜리 사이판 여행 패키지 상품을 예약해 다음달 중순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여행사로부터 예약을 취소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곽씨는 "여행사 쪽에서 재예약 비용을 요구해왔다. 취소할 경우 수수료 얘기도 나온다"며 "동일한 조건으로 다른 상품을 구매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비용이 더 들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 9월 동유럽 여행을 가기 위해 위메프에서 450만원을 들여 패키지 상품을 예약한 강모씨도 이날 오전 7시 30분께 위메프 본사로 달려왔다.
강씨는 "여행사에서도 대금이 안 들어와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신청하지 못한 상태이니 환불받으라는 연락이 왔다"며 "해결이 아직 안 됐다. 언제까지 기다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싱가포르 기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큐텐의 계열사 위메프에서 발생한 판매자 정산 지연 사태는 다른 계열사인 티몬으로까지 확산, 보름 넘게 이어지며 장기화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피해 규모가 1천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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