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약 vs 진짜약...뇌는 가짜약 먹어도 통증 완화, 어떻게?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뇌 회로 상에서 실제로 통증 억제 효과를 낳는다는 새로운 동물실험 연구결과가 나왔다. 24일(현지시간) 자체 학술지에 게재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진통제라고 속이고 대체제(가령 설탕 등)을 먹였을 뿐인데 통증이 완화되는 것을 플라시보 효과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위약효과라고도 하는 이 현상의 생물학적 메커니즘은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있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그레고리 셔러 교수(신경생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위약을 먹었을 때 위약효과를 기대할 수 있듯이 통증 완화를 기대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실험상황에 놓인 생쥐들의 어떤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지를 추적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통증 인식과 전혀 상관없이 운동과 조절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진 소뇌와 뇌줄기(뇌간)가 활성화되는 것이 발견됐다.
논문을 검토한 하버드대의 클리퍼드 울프 교수(신경과학)는 "우리는 플라시보 효과가 어떻게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실제 현상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그것이 실제 벌어지는 구체적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 책임자인 셔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통증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약물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전 영상 연구에 따르면 위약의 통증 완화는 뇌줄기 및 전대상회피질이라는 뇌 영역의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를 더 자세히 조사하기 위해 생쥐를 대상으로 위약과 같은 통증 완화 효과를 기대하는 실험을 설계했다. 편안하게 따뜻한 바닥이 있는 방과 고통스러울 정도로 뜨거운 바닥이 있는 방 두 개를 사용해 동물이 뜨거운 바닥을 밟을 때의 통증이 시원한 방에 들어가면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도록 조건을 설정했다.
연구진은 실시간 영상도구를 사용해 위약 실험 중에 활성화된 뇌줄기의 신경세포군을 확인했다. 대뇌 피질과 소뇌를 연결하는 다리뇌핵(Pn)에 위치하는 신경세포들이었다. 다리뇌핵은 통증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뇌 영역이다.
연구진은 통증 완화에서 다리뇌핵 신경세포의 역할을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해당 신경세포의 활동을 차단했을 때의 효과를 측정했다. 다리뇌핵 신경세포가 억제되자 뜨거운 바닥으로 이동한 생쥐는 발을 핥고, 몸을 일으키고, 점프하는 행동을 더 자주 했다. 통증이 완화되지 않았다는 증거다. 반면 다리뇌핵 신경세포가 활성화된 생쥐는 발을 핥는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진통이 완화됐다는 증좌다.
다리뇌핵에 있는 4932개의 신경 세포를 추적 분석한 결과 65%가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가지고 있었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오피오이드 수용체는 강력한 아편성 진통제 투약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킨다.
뿐만 아니라 오피오이드 수용체를 가지고 있는 신경세포는 소뇌의 세 영역까지 확장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까지 소뇌에서는 통증 완화를 기대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완전 새로운 발견이다. 연구진은 플라시보 실험 중에 소뇌의 주요 세포인 퍼킨제 세포 그룹이 점점 더 활성화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울프 교수는 "내인성 오피오이드가 여기에 참여하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는 새롭고 더 효과적인 진통제를 발견할 수 있는 새로운 길로 이어질 수 있다. 과학자들은 위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뇌줄기와 소뇌의 신경회로를 연결하는 방법을 탐색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연구에서 "통증 경험을 억제할 수 있는 신체 자체의 조절 메커니즘을 활성화하는 것을 보다 안정적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울프 교수는 밝혔다. 이러한 뇌 회로를 이해하는 것은 또한 인지 행동 치료법과 경두개 자기 자극 같은 통증치료법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 이유를 밝히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히 무엇이 플라시보 효과를 활성화시키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울프 교수는 "플라시보 효과가 왜 모든 사람이 아니라 특정 개인에게서만 발생하는지 그리고 또 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것이 사라지는지에 대해선 우리는 여전히 모른다"고 지적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816-z)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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