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에 찾아온 암, 그들의 삶을 바꿨다 [삶과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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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컨설턴트 유명길(42)씨를 처음 만난 것은 2년여 전이었다.
암 관련 기사로 '자연요법 종양학'이라는 어렵고 두꺼운 번역서를 소개하면서 이 책을 번역한 그의 스토리도 함께 썼다.
그의 아내는 2016년 9월 아들을 낳은 직후 자궁경부암 2기 진단과 함께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3년도 못 돼 폐에 전이돼 말기 진단을 받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국내외 암 관련 전문서적과 논문을 뒤져 식이요법, 대사치료, 기능의학 등 암 치료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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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컨설턴트 유명길(42)씨를 처음 만난 것은 2년여 전이었다. 암 관련 기사로 '자연요법 종양학'이라는 어렵고 두꺼운 번역서를 소개하면서 이 책을 번역한 그의 스토리도 함께 썼다. 유씨는 의료 전문가나 헬스케어 전문기자가 아니었기에 놀랐고, 캐나다에 사는 책의 저자와 온라인으로 소통하면서 치열하게 토론했다는 얘기를 듣고 또 놀랐다. 유씨는 자궁경부암 말기 진단을 받은 아내의 완치를 위해 독학하면서 '암 대사 치료 카페'라는 암환자 커뮤니티에 치료 정보를 올리던 전직 회사원이었다. 그의 아내는 2016년 9월 아들을 낳은 직후 자궁경부암 2기 진단과 함께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받았지만 3년도 못 돼 폐에 전이돼 말기 진단을 받았다.
말기 자궁경부암은 5년 생존율 20~40%, 재발 후 2년 생존율 17%라는 데이터를 확인한 유씨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회사를 그만두고 국내외 암 관련 전문서적과 논문을 뒤져 식이요법, 대사치료, 기능의학 등 암 치료법을 찾았다. 아내는 면역항암제 치료도 받았는데, 그 과정의 부작용을 해결하고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국의 면역요법 전문가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이번에 카페 회원 5명과 함께 번역 출판한 '암 면역요법 혁명'이 그 결실이다.
그는 아내의 암을 계기로 '다른 사람들이 건강하게 살도록 돕겠다'는 새 삶의 길에 들어섰다. 아내의 암 진단 후 북한산 기슭으로 이사하고 매일 함께 산에 올랐던 그는 지난해 산림치유지도사 자격증을 따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통합치유협동조합을 만들어 더 적극적으로 암환우 치유 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소중한 가족, 친구, 주변 사람들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산'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고 했다.
건강식당 도도브로스의 최한중(50) 대표도 암을 계기로 삶의 목표를 바꿨다. 생후 10개월 된 아들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던 2009년 3기 위암으로 위의 5분의 4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유명 모바일 게임을 만든 개발자였던 그는 성취감을 얻기 위해 경쟁을 즐기고 성과에 욕심을 내던 모습을 버리고 '암 환우와의 동행'이라는 삶의 새 목표를 이뤄가고 있다. 암 치료에 도움을 얻기 위해 가입했던 네이버 카페 '아름다운 동행'은 그가 운영 책임을 맡은 뒤 회원수가 늘어나기 시작해 지금은 23만6,000명이 넘는다. 믿을 수 있는 건강 정보와 위로, 공감에 목마른 환우들을 위한 오아시스 같은 커뮤니티를 지키려는 그의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 6년 전 그가 경기 하남 검단산 부근에 문을 연 건강식당 도도브로스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도 악착같이 이겨냈다. 암환우가 신선하고 건강에 좋은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고, 편안하게 소통하고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최근 일부 카페 회원들과 '사별자 상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암으로 배우자를 잃은 가족을 위한 마음치유 프로그램이다. 암 경험자 대상 코칭 프로그램, 힐링 여행 프로그램도 구상 중이다. 최 대표가 그리는 향후 삶의 모습도 유명길 건강 컨설턴트와 다르지 않다. 암환우가 서로 도우면서 행복하게 투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자신도 행복을 찾는 것이다. 같은 꿈을 꾸는 그들이 있어 나도 행복하다.
홍헌표 캔서앤서(CancerAnswe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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