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파리올림픽 ‘앰부시 마케팅’ 또 등장…11번가의 '불법과 편법 사이'
앰부시 마케팅 기업들 “법 위반 아니라 생각해 최대한 규제 피해 홍보 진행”
삼성·오비맥주 올림픽 공식 후원…CJ그룹·SPC 팀코리아 후원
[마이데일리 = 이재훈 기자] 파리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앰부시(Ambush·매복·기생) 마케팅이 어김없이 등장했다. 앰부시는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소비자들에게 마치 공식후원사인 것처럼 위장해 홍보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커머스 업체 11번가가 25일 ‘금메달 획득시 반값 할인쿠폰 증정’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대표적인 앰부시 마케팅 사례로 꼽힌다. 11번가는 이날 전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를 맞아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VICTORY 대한민국’ 기획전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11번가는 ‘대한민국 선수단이 금메달을 획득하면 선착순 1만명에게 50% 장바구니 할인쿠폰(최대 3천원 할인) 지급’을 문구로 넣었다. 여기서 △대한민국 선수단 △금메달 △VICTORY(빅토리) 대한민국 등이 모두 앰부시 마케팅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파리올림픽 후원사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앰부시 마케팅을 규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비후원 기업들은 올림픽 기간 ‘올림픽’은 물론이고 특정 단어인 △금·은·동메달(Gold·Silver·bronze Medal) △빅토리(Victory) △국가대표 △태극전사 등을 사용할 수 없다.
위반 내용이 확인되면 대한체육회, 특허청, IOC 등에서 1차 경고·주의·삭제 조치를 하고,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상표법·저작권 위반 소송까지 진행해 수억원의 벌금을 물 수도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앰부시 마케팅이 상표권 침해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결이 내려진 사례도 있다.
다만 11번가 사례는 우리나라 선수가 메달을 따면 '반값 할인쿠폰'을 증정하는 단순 이벤트성 마케팅이어서 IOC나 특허청, 대한체육회에 의해 강한 제재 조치를 받거나 할 수준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규제를 위반한 것은 맞기 때문에 '제2의 나쁜 전례'를 남기지 않기 위한 추가 조치는 필요해 보인다.
이전에도 앰부시 마케팅이 논란이 된 사례는 있었다. 2018 평창올림픽 당시 공식후원사가 아닌 SKT가 김연아 선수를 등장시킨 캠페인 광고를 하다가 대한체육회와 특허청 제재를 받고 내린 적이 있다. 당시 공식 후원사는 KT였다.
SKT는 김연아를 등장시킨 광고 마지막에 ‘SKtelecom’이라는 문구를 넣고, 자사 슬로건과 회사·제품명 등을 ‘평창에서 만나요(See you in PyeongChang)’나 ‘평창 응원하기’ 등 올림픽 관련 문구와 함께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이후 국내 기업들은 SKT의 앰부시 마케팅 제재 ‘학습효과’로 도쿄올림픽에 이어 이번 파리올림픽까지 최대한 올림픽이나 특정 선수 용어 사용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최근 파리올림픽을 앞두고는 국내 유통·금융 기업을 중심으로 △‘더 스포츠 2024’ 프로모션(롯데백화점) △프랑스에서 50만원 결재시 경품 증정(삼성카드) 등 앰부시 마케팅인지 판정 여부가 모호한 이벤트가 대부분이다.
물론 앰부시 마케팅 자체를 과도하게 제재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앰부시 마케팅 전부를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의 경우 실제 벌금이나 소송 등으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IOC는 올림픽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해 올림픽 특별법에서 앰부시 마케팅을 금지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우리나라도 평창 올림픽 특별법에 앰부시 마케팅을 금지하는 규정을 도입했다”며 “국내 기업들이 올림픽에서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고자 한다면 올림픽 관련 상표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파리올림픽에는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오비맥주가 공식 올림픽 후원사로, CJ제일제당과 SPC가 국가대표 팀코리아 후원을 맡는다. 삼성전자의 경우 1만7000여명 참가 선수들에게 대당 160만원 가량의 신제품 갤럭시Z 스마트폰을 지급하고,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시상대 셀카가 허용돼 금메달 329개 시상 때마다 선수들이 셀카를 찍는 홍보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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