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가자 식량난 없어, 민간인 보호 최선”…미 의회 연설서 사실 왜곡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가자지구 전쟁의 ‘완전한 승리’를 강조하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그가 미 의회에서 연설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을 향해 “자랑스러운 아일랜드계 미국인 시오니스트(유대민족주의자)”라며 그간의 이스라엘 지원에 사의를 표하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서도 고마움을 전하는 등 미국의 초당적 지지를 얻어내는 데 주력했다. 그는 52분간 연설에서 공화당 의원들로부터 52차례 박수를 받았으나 민주당 의원 수십명은 연설을 ‘보이콧’했고, 의회 밖에서는 5000여명의 시위대가 그를 ‘학살자’라고 비판하며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네타냐후 총리 연설의 상당 부분이 근거 없는 일방적인 주장인 데다 전쟁을 어떻게 끝낼지에 대해선 계획을 제시하지 않아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보 성향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그의 열광적인 공화당 청중으로부터 52번의 기립 박수를 받았을진 몰라도, 그의 수사는 국내에서 이 연설을 보고 있는 이스라엘 국민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비판했다. 보수 성향 예루살렘포스트는 “이스라엘이 향후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내놓은 가자지구 전쟁 관련 핵심 주장과 사실관계를 살펴봤다.
① “이스라엘은 4만대 이상의 구호 트럭이 가자지구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자지구에 반입된 구호 트럭은 총 2만8018대로, 네타냐후 총리가 밝힌 4만대와 차이가 있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지난 5월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서 지상전을 시작한 이후 남부지역에 구호품 공급이 크게 줄었다.
가자지구에 식량이 충분하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말과 달리 전문가들은 식량 위기가 심각하다고 지적해 왔다.
지난달 유엔은 기아감시시스템인 통합식량안보단계(IPC) 보고서를 통해 가자 주민 중 절반 이상은 집에 먹을 것이 없으며, 5명 중 1명은 하루 종일 한 끼도 먹지 못하는 극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② “이스라엘은 대피령을 내려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위험에서 벗어나게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맹비난하며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충분한 민간인 보호 노력을 다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조치가 충분한가를 두고서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공격처럼 대피 명령 직후 공습을 단행해 실제로 대피할 시간을 주지 않거나, 이스라엘군이 안전을 보장한 대피 경로나 ‘인도주의 구역’을 공격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며 피란민이 밀집한 난민촌이나 병원, 학교를 공격하는 일도 끊이지 않았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백기를 흔들거나 비무장 상태인 피란민을 상대로 총격을 가해 사살하는 영상이 여러 차례 공개되며 국제사회의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다.
③ “이란이 반이스라엘 시위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의사당 건물 밖에 모인 시위대가 이란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며 이들이 “이란의 유용한 멍청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으나, 자금 지원에 대한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의사당 밖에는 약 5000명이 모여 이스라엘의 ‘가자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비판했다. 시위대 중에는 인질 석방 협상을 요구하는 이스라엘인들과 전쟁에 반대하는 유대인 단체도 포함돼 있었다. 이날 의사당을 찾아 항의한 인질 가족 7명도 의회 경찰의 제지를 받고 연설장에서 강제로 쫓겨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의원 50여명도 항의의 의미로 연설을 보이콧했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네타냐후 총리 연설 중 ‘제노사이드 유죄’ 등 문구가 쓰인 손팻말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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