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깜빡이만 켤텐가”...금리인하 미루다 성장 엔진 꺼질판
고금리 장기화로 지갑 닫혀
민간소비 0.2% 줄어들고
설비 -2.1%·건설투자 -1.1%
순수출 성장 기여도 마이너스
年2.5% 성장 자신하는 한은
내수 발목잡는 고금리 방관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라 소비와 투자 부진이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이때문에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소비와 건설업 경기의 둔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여전히 ‘깜빡이’만 켠 한은이 더이상 금리인하의 타이밍을 놓쳐선 안된다는 것이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2분기 GDP의 전 분기 대비 성장률은 -0.2%로 1년 반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수 상황을 보여주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면서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민간소비는 승용차·의류와 같은 재화 소비 부진으로 0.2%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를 중심으로 2.1% 축소됐고, 건설투자도 1.1% 줄었다.
전체 성장률에 대한 기여도를 봐도 민간소비(-0.1%포인트)와 설비투자(-0.2%포인트), 건설투자(-0.2%포인트)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들 항목이 전체 성장률을 끌어내렸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와 한은은 지난 1분기 성장률이 대폭 올랐던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이 컸다고 밝혔다. 전기 대비가 아닌 전년 동기 대비로 따져보면 상황이 훨씬 낫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2분기 민간소비가 전년 동기보다 0.9%, 건설투자는 0.2% 각각 늘어난 점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연간 경제 성장률이 당초 예상대로 2% 중반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기재부의 연간 목표치는 전년 동기 대비 2.6%, 한은 목표치는 2.5%다.
앞서 기재부는 2분기 성장률이 보합(0%) 수준에 그치더라도 3분기와 4분기에 0.5%씩 성장한다면 연간 2.6%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던 만큼 낙관적인 시각을 유지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2분기 성장률 발표 후에도 기재부의 낙관론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승한 기재부 종합정책과장은 “2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상반기 성장률은 2.8%를 기록했다”며 “0.5%보다는 조금 더 성장해야 하지만 크게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은도 “상반기 성장률(2.8%)은 2022년 상반기 이후 가장 높다”며 “연간 전망치에 대체로 수렴하는 성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내수 부진이 길어지는데다 믿었던 수출마저 흔들리면서 연간 2% 중반대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은 지난 1분기에는 성장을 주도했지만 2분기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수출은 자동차·화학제품을 중심으로 0.9% 늘었지만 수입이 원유·석유제품 위주로 확대되면서 1.2% 증가했다. 수출보다 수입의 증가율이 더 높았던 결과 순수출은 전체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의 주체인 기업들의 경기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점도 연간 성장률 목표 달성 여부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0.6포인트 내린 95.1로 집계되면서 여전히 비관적 인식이 우세했다.
내수 부진을 완화하기 위해 한은이 금리 인하를 본격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를 부양하는 정책이 필요한 상황으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며 “10월이나 11월에 한 번 정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규철 한국경제연구원(KDI) 거시경제전망실장도 “물가가 내려가는 상황인 만큼 내수 부진의 요인인 통화정책은 조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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