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명품가방 수사’ 준비 알고도…3시간 뒤 검찰총장 보고
중앙지검 “통신 보안 탓” 해명
대검 감찰부, 진상 조사 예정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비공개 출장조사가 이뤄진 날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수사팀으로부터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 준비에 들어간다는 보고를 받은 지 3시간 넘게 지나서야 이원석 검찰총장(사진)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지검은 조사 장소 특성상 수사팀이 휴대전화를 소지하지 못한 채 조사를 진행하면서 부득이하게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은 총장 보고가 늦어진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2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하는 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0일 김 여사를 상대로 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조사가 끝난 뒤인 오후 8시 무렵 중앙지검 지휘부에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 준비에 들어간다’고 보고했다. 이 지검장이 이 총장에게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고한 때는 이날 오후 11시가 넘어서다. 이 지검장이 수사팀 보고를 받은 지 3시간 이상 지나서야 총장에게 보고한 것이다.
수사팀은 총장 보고가 늦게 이뤄진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내에선 수사팀이 보고가 지연된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지검장이 총장에게 늦게 보고하면서 수사팀을 궁지로 몰았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전날 수사팀에 오찬을 제안했으나 ‘혼란스러운 상황에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미뤄졌다.
중앙지검은 총장 보고가 일정 시간 지연된 것은 불가피했다는 입장이다.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팀은 김 여사에 대한 주가조작 의혹 조사가 이뤄지던 시각 조사 장소인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건물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다고 한다. 명품가방 수사팀은 주가조작 의혹 조사가 끝나자 ‘조사 준비를 위해 조사실로 들어간다’고 중앙지검 지휘부에 보고했다. 이후 이 지검장은 조사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된 시점에 총장에게 보고했다는 것이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3시간가량 공백이 발생한 것을 두고 “김 여사 측에서 조사를 받겠다고 승낙해 실제로 조사가 시작됐는지 확인되지 않은 유동적인 시간이었다”며 “수사팀이 외부와 통신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사 장소가 보안시설이라 수사팀이 휴대전화를 소지할 수 없다 보니 이 지검장이 상황을 즉시 알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지난 22일 이 총장 대면보고 때 같은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대검 감찰부는 이 지검장이 밝힌 사유가 타당한지 등을 중심으로 진상 파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과 이 지검장은 이날 파장을 수습하는데 주력했다. 이 총장은 주례 정기보고에서 이 지검장에게 김 여사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할 것을 지시했고, 이 지검장은 대검과 긴밀히 소통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김 여사 사건 수사팀과 도시락 오찬을 함께하며 향후 수사계획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다만 김 여사 조사를 둘러싼 검찰 내 갈등 요소가 잠복해 있어 9월15일 이 총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김 여사 수사 종결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혜리·이창준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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