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명품백 사건 비판 여론을 “인민재판” 규정한 권익위원
“민심이 정의라는 건 착시 현상
미움을 이유로 처벌하려 해”
국민권익위원회의 한 위원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신고 사건 ‘종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이 개진되자 나치 독일, 중국 문화대혁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이 위원은 “민주주의의 다수결에 따른 민심이 마치 정의로 보이는 착시 현상”을 언급하며 “대한민국 국민은 잔혹한 형벌의 굿판을 당연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명품가방 수수를 비판하며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을 비합리적인 군중심리로 싸잡아 비난한 것이다.
경향신문이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지난 8일 제13차 권익위 전원위 회의록을 보면 이 회의에서는 김 여사의 명품가방 관련 신고 사건의 의결서에 소수 의견을 넣을 것인지를 두고 위원 간에 첨예한 대립이 이어졌다. 결국 의결서에 소수 의견을 담지는 않되 한 참석자가 이 자리에서 소수 의견을 낭독해 회의록에 남기는 절충안이 채택됐다. 회의록상 발언자는 전부 익명 처리됐다.
문제의 발언들은 한 위원이 낭독한 소수 의견에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다수 의견을 표방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위원은 우선 대통령기록물관리법상 ‘선물’을 준 주체가 내국인일 경우에는 ‘국가적 보존가치’를 따져 기록물로 인정할 수 있지만, 외국인 선물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선물은 별도 요건 없이 대통령기록물이 돼 신고 의무에서 제외된다는 취지다.
이 위원은 그러면서 외국인의 선물도 국가적 보존가치 요건을 따져 기록물 여부를 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죄형법정주의 위반”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 사건의 본질은 미움”이라며 “법으로 미움받는 사람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는 믿음이 마치 정의로 포장되고 있다는 위험성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신소련 형법, 나치스독일 형법을 언급하며 “유추해석으로 벌할 수 있다고 규정했던 역사에서 죄형법정주의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죄형법정주의가 사라진 문화대혁명 시절 수많은 사람이 인민재판이라는 이름으로 처벌받은 비극”을 들어 죄형법정주의를 지킬 필요성을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이 위원은 “다수, 대중의 기분, 심리, 감정에 따라 처벌한다면 다수와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또 다른 폭력에 불과하다”며 “흉악한 범죄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에 괘씸하면 죄다 사형시키길 바라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는 바로 이러한 전근대적 법인식 및 헌법의 대원칙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건 종결에 반대하는) 소수 의견은 국민 상식이나 이치에 맞지 않은 법 해석이라는 표현을 하고 있는데 국민적 상식이나 이치는 결국 미움, 감정, 기분의 다른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움을 이유로 240만 공직자 등 배우자와 그 가족에 대한 잔혹한 형벌의 집행을 요구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은 “대한민국의 법이 사람 잡는 데 많이 쓰이다 보니 대한민국 국민은 잔혹한 형벌의 굿판을 당연하게 느끼는 것 같다”며 “법조인, 법학자들이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새슬·김송이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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