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특검법 재부결돼 자동폐기...野 “통과될 때까지 낼 것”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해병대원 특검법이 25일 국회 본회의 재의 표결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이 법안이 국회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것은 21대 국회 때인 지난 5월 28일에 이어 두 번째다. 민주당은 “통과될 때까지 특검법안을 계속 낼 것”이라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정부·여당이 ‘민주당의 방송 장악 시도’라며 반대하는 방송 4법도 상정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들어갔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299명 가운데 찬성 194명, 반대 104명, 무효 1명으로 부결됐다. 재의 요구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필요해 국민의힘(108석)에서 8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여당에서는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는 안철수 의원 외 이탈 표가 3표 더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본회의에서 부결됐지만 민주당은 8월 국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을 재발의할 계획이다. 민주당 내에서는 여당 이탈표를 유도하기 위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특검법’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한 대표는 민주당·조국당이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방식이 아닌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안을 제안한 바 있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특검법 통과가 목적이라면 한동훈안을 수용하는 게 좋지만, 강성 지지층은 이걸 여당과 ‘야합’한다고 치부할 수 있어서 고민”이라고 했다.
제3자 추천을 제안한 국민의힘 또한 속내가 복잡하다. 한 대표가 제안하긴 했지만 당내에서 특검법을 아예 반대하는 기류가 강한 탓이다. 친한(친한동훈)계 장동혁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의 특검은 공정성·중립성을 전혀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제3자 특검을 대안으로 제시했던 것”이라며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측면에서 나온 게 아니다”라고 했다. 경우에 따라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철회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도 이날 “저는 내내 민주당 특검법 반대해왔다. (국민의힘이 분열할 것이라는) 민주당의 기대가 착각이라는 것을 우리가 ‘하나로 뭉쳐’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본회의에 앞서 여야는 로텐더홀에서 서로를 향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통상적으로 여야는 충돌을 우려해 규탄대회 시간과 장소를 달리했지만, 이날은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부딪쳤다. 여당이 로텐더홀 정중앙에서 ‘방송장악법 거부한다’는 피켓을 들고 항의하자 민주당, 조국혁신당, 새로운미래 등 야당 의원들이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에 찬성해 주십시오’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국민의힘 의원들을 둘러싼 것이다.
특검법이 부결될 땐 방청석에서 지켜보던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 20여 명이 국민의힘을 겨냥해 “너희도 자식 있냐”고 하자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은 우 의장을 향해 “퇴거 명령을 내려달라”며 “개판이네”라고 했다. 그러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말 함부로 하지 말라”고 했다.
이날 본회의에는 방송 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도 상정됐다. 공영방송인 KBS·MBC·EBS의 이사 숫자를 늘리고, 언론 단체 등에 이사 추천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국민의힘은 법안 처리 지연을 위한 필리버스터에 들어갔다. 여당은 방송 4법에 대해 전부 필리버스터로 대응할 계획인데, 민주당 등 야당은 다수 의석을 이용해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뒤 강제 종료하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 네 법안에 대해 각각 이런 과정을 거친다면 4박 5일이 걸린다. 다만 민주당은 전당대회 지역 경선으로 의원들의 본회의 참석이 어려운 주말(27~28일)에는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필리버스터는 최장 6박 7일 이어질 수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