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러 면접 보나, 지인한테 부탁해"…축협 채용 글에 '조롱' 쏟아졌다

이은 기자 2024. 7. 2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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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가 지난 24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채용 안내에 한 누리꾼이 조롱 섞인 댓글을 남겼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인스타그램


대한축구협회(KFA)가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홍명보 감독을 선임한 가운데, 누리꾼의 조롱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24일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축구 국가 대표팀 장비 담당 기술 직원 공개 채용'을 알리는 글을 올렸다.

지원자가 갖춰야 할 자격을 설명하며, 고용 형태와 근무지, 담당 업무 등에 대한 설명글도 덧붙였다. 전형 절차는 서류전형 후 면접을 거친 뒤 채용되는 형태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축구협회에 대한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뭐 하러 공개 채용하고 면접을 보나. 그냥 잘 아는 지인 한 명 잘 아니까 면접 생략하고 집 앞에서 2~3시간 기다렸다가 해달라고 부탁해"라는 댓글을 남겼다.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앞서 홍명보 감독에게 대표팀 감독직을 제안했던 것을 비아냥거린 내용이었다. 이에 730명의 누리꾼은 '좋아요'로 공감을 표했다. "속이 시원한 한마디"라는 댓글도 달렸다.

이외에도 누리꾼들은 "이미 다 내정했을 텐데 뭐 하러 (채용 안내를) 하나" "PT 준비하면 마이너스라던데 맞냐" "회장직은 공개채용 안 하나요?" "이미 내부에서 정해진 거 아니냐. 하는 척은 해야 하니까 모집도 하고 면접도 보고 하겠지" "당신들 잘하는 자국 리그 클럽팀에서 빼 오지 그러냐" 등의 조롱 섞인 댓글을 남겼다.

홍명보 신임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5일 오전 외국인 코칭스태프 선임 관련 업무를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지난 2월 전력강화위원회(이하 '전강위')를 구성해 차기 감독 물색에 나선 바 있는 축구협회는 지난 7일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으로 홍명보 당시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수많은 외국인 감독이 물망에 올랐던 가운데 홍 감독의 선임 소식이 알려지자 축구계는 들썩였다.

특히 홍 감독이 당시 시즌 중이던 울산 HD 감독직을 맡고 있었던데다 그가 축구협회를 향한 일침을 가한 바 있기에 축구 팬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또한 지난 5개월간 외국인 감독들과 활발히 소통하며 감독 추천 작업을 맡았던 전강위 위원 박주호가 "임시 감독을 다수결로 정했다", "회의를 하는 5개월이 국내 감독을 내세우기 위한 빌드업 같았다" 등 전강위의 여러 문제를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이임생 대한축구협회(KFA)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지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축구협회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는 축구대표팀의 새 사령탑에 홍명보 울산 HD 감독을 선임했다. 계약기간은 2027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로, 홍 감독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10년 만에 다시 대표팀을 지휘하게 됐다./사진=뉴스1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는 지난 8일 "7월 2일부터 4일까지 유럽에서 외국인 감독 2명과 대면 인터뷰를 하고 5일 낮에 한국에 도착했다. 어떤 결정이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될지 스스로 많이 고민했고, 5일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홍명보 감독 집 앞에서 오후 11시쯤 만났다. 홍 감독에게 한국 축구의 철학과 게임 모델을 연결해서 A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을 위해 헌신해달라는 부탁을 몇 차례나 드렸다"고 밝힌 바 있다.

홍 감독 역시 "5일 이임생 이사가 집 앞에 찾아왔다. 2~3시간 기다린 이 이사를 뿌리치지 못했다. 그때 처음 만났다"고 했다.

이후 축구협회는 지난 22일 장문의 자료를 통해 PT 면접을 직접 준비한 외국인 감독도 있었지만 홍 감독이 선임된 이유 등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축구협회는 "물론 자료를 잘 준비해 오면 그 감독과 에이전트가 의욕 있고, 성의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것이 대표팀 감독으로서의 능력과 경쟁력이 있다는 근거는 아닐 것"이라며 "국내 감독의 경우 PT나 여러 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건 기본적으로 전력강화위원회 1차 회의에서부터 국내 감독들의 경우 플레이 스타일이나 팀을 만들어가는 축구 철학, 경력 등에 대해 대부분 위원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홍명보 감독의 경우 대표팀, 올림픽 대표팀은 물론 최근 울산을 4년간 맡으며 K리그 2연패 하는 등 울산의 경기를 통해 확인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 감독을 뽑는다면 (현직이더라도) 홍명보 감독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위원회 구성 초반부터 거론됐다. 또 한 나라의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을 뽑으면서 모든 후보에게 일률적으로 똑같은 걸 묻고 요구하는 면담 방식을 적용하는 게 최선은 아닐 것"이라며 "세부적 상황과 관점에서 최종 3명의 장단점이 평가된 것이지, 면담 방식에 특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런 축구협회의 해명에도 축구 팬들은 홍 감독의 선임 과정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하고, 여전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은 기자 iame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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