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호카곶까지···유라시아 3만5000㎞를 차로 횡단하다

정원식 기자 2024. 7. 25.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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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건널수는 없더라도
유운 지음 | 행복우물 | 328쪽 | 1만7000원

현재 직장인 4년차인 저자는 우울과 불안을 오가던 대학생 시절의 어느날 유라시아 횡단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유라시아 동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포르투갈 호카곶까지 3만5000㎞를 7개월 동안 차로 여행하기로 한 것이다.

유라시아 횡단은 강원도 동해항에서 승용차를 배에 싣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건너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뱃멀미에 시달리며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부터 본격적인 여정이 펼쳐진다. 러시아에서는 대지의 광활함에 압도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인근 도시 하바롭스크까지의 거리가 796㎞에 이른다. 바이칼호 주변에서는 일면식도 없는 이들의 도움을 받아 진흙탕에 빠진 차를 꺼낸다.

폴란드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학살된 이들의 흔적을 보고 튀르키예에서는 낯선 이방인에게 점심을 차려주는 친절한 자동차 정비사를 만난다. 핀란드의 이나리 호수에서는 오로라를 목격하고 그 신비로움에 감격한다.

그리스에서는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무덤이 있는 크레타 섬을 찾아간다. “숨이 얕고 위태롭던 시기 카잔차키스의 모험담은 내게 산소통과도 같았다. 모든 게 망가져도 굴하지 않고 춤을 추는 카잔차키스와 조르바.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고 불안도 짓눌림도 없이 자유로운 그들. 두 사람을 붙잡고 해방의 공상을 탐닉하며 부유할 때 나는 괜찮았다. 상상에 불과하더라도 분명한 구원이었다. 그러니 여기까지 감사 인사를 전하러 오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저자는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기도 하고 홀로 싸구려 와인을 마시다 울먹이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들의 친절과 여행 중 때때로 마주친 경이로운 풍경들은 위안을 준다.

여행 끝에 그가 얻은 것은 “어딘가에 정주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깨달음이다.

“그러니까 돌아가고, 함께하고, 머무르는 것을 그리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거야. 여전히 삶은 기워지고 기울어졌지만 그 모습이 이제는 썩 밉게 느껴지지 않았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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