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이탈 3~4표 ‘예상 밖’…3번째 특검법 ‘절충안’에 달렸다
‘한동훈 제3자 추천안’도 거론…친윤계 설득이 관건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두 번째로 폐기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세 번째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을 공언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제안한 대법원장 등 ‘제3자 추천’ 특검법,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가 제시한 ‘대한변호사협회 추천’ 특검법에 대한 여야의 협상 여부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앞서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대법원장 등 제3자가 특검을 추천하는 국민의힘 자체 채 상병 특검법을 제안했다. 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은 야당이 특검을 추천하도록 돼 있어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안’ 실현 가능성은 현재로선 높지 않다. 여당 내부 동의를 얻기도 녹록지 않다. 대통령실과 추경호 원내대표를 비롯한 친윤석열(친윤)계는 채 상병 특검법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임기를 막 시작한 한 대표 메시지에서도 후퇴 기류가 감지된다. 당선 뒤 대오 정비에 나선 만큼 대통령실과 친윤계와의 갈등을 피하기 위하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날 당대표로서 처음 참석한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는 전당대회 내내 민주당이 발의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왔다”면서도 제3자 추천 특검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 대표의 최측근인 장동혁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에서 “(두 번째 특검법 부결 뒤 야당이 다른 특검을 발의하면) 제3자 특검에 대한 논의를 굳이 이어갈 실익은 없다”고 말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민주당은 (한 대표) 제안을 받지도 않았다. 자연스럽게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 논의는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날 무기명 투표에서 야당발 특검법에 여당 의원 3~4명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난 점이 또 다른 변수다.
‘반대 당론’을 정했는데도 이탈표가 예상보다 많았다. 추후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법이나 민주당이 독소조항을 뺀 특검법을 추진할 경우 통과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이후 재의결 요건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여당의 이탈표는 8표다. 한 대표의 제3자 추천 특검법에 동조했던 친한동훈(친한)계 현역 국민의힘 의원 수는 15~20명에 달한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YTN 라디오에서 “제3자 특검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한동훈 대표 체제가 첫 시험대에 오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며 “친한계가 8명 이상인데 제3자 특검법이 발의됐을 때 친한계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민주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현재로선 채 상병 특검법을 ‘될 때까지’ 재추진하겠다는 의견이 많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특검법은 또다시 부결됐지만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회법의 일사부재의 규정을 고려해 ‘실질상 똑같은 내용을 가진 새로운 의안’이 되지 않도록 특검법안을 보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등 야당이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절충한 특검법 수정안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제3자 추천 특검법을 앞세워 당권을 잡은 한 대표를 압박하면서 여당 분열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전략이라는 의견이 야당 내에서 나온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부결 직후 논평에서 “제3자 추천안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며 “한 대표가 진정 채 상병 특검법 처리에 찬성한다면 즉각적인 논의와 법안 발의에 나서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예산안과 정부조직법 등 오는 9월 임시국회에서 국민의힘이 통과시키려는 법안들이 있어 여야 협상 공간도 넓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보라·신주영·민서영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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