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 여행비 결제했는데”…티몬·위메프 사태에 밤새 대기한 피해자들 ‘분통’

배시은·이예슬 기자 2024. 7. 25.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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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약 없는 기다림 정산지연 사태가 발생한 티몬의 서울 강남구 본사에 25일 고객들이 환불을 받기 위해 모여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환불 소식 듣고 몰려온 인파
원칙 없는 처리에 ‘전전긍긍’
위메프 대표 직접 나서 설명
티몬은 현장 대응 없어 원성

‘티몬·위메프 정산지연 사태’가 터지자 피해자들이 직접 티몬과 위메프 본사를 찾아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인파가 대규모로 몰리면서 경찰이 출동해 현장 통제에 나서기도 했다.

25일 오전 문이 굳게 닫힌 서울 강남구 티몬 본사 앞은 피해자들로 북적였다. 오후 2시쯤에는 200여명이 건물 앞에 모였다.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는 환불신청서를 작성하거나 대기하는 피해자들로 1층 로비가 꽉 찼다. 한쪽에선 류화현 위메프 대표가 직접 고객들과 대면해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최모씨(20)는 세종시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오전 9시에 위메프사에 도착했다. 대학 입학 전 1년간 모아둔 돈 400만원으로 동생과 함께 동유럽 여행 패키지를 예약했다는 최씨는 “태어나서 첫 해외여행이라 부푼 마음을 안고 예약했다”며 “무작정 서울로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원 철원군에서 온 김모씨(35)는 티몬을 통해 호텔과 비행기 탑승권 등 600여만원을 결제했다. 김씨는 “티몬은 오래전부터 자주 이용하던 플랫폼인데,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원칙을 알 수 없는 환불 처리 절차로 피해자들의 불안은 더 높아졌다. 일부 피해자들이 전날 위메프 본사를 찾아 환불을 받았다는 소식을 인터넷 커뮤니티 등으로 공유해 이날 오전부터 사람들이 몰렸다. 위메프를 통해 200여만원의 여행상품을 구매한 유정아씨(42)는 “여행사마다 재결제를 하라는 곳도 있고, 수수료를 받는다는 곳도 있는 등 대응이 제각각”이라며 “회사가 나서서 대응을 하지 않으니 피해자들끼리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공유하며 전전긍긍하는 상황이 벌어져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전날 만들어진 피해자 단체대화방들에는 각각 1500명 가까운 피해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위메프와 달리 티몬은 본사에서 현장 대응을 하고 있지 않아 피해자들은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지방에서 온 정모씨(26)는 전날 오후 8시부터 이날 오전까지 티몬 앞을 지켰다. 정씨는 “말단직원들만 몇명 오가고 상급자들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장우씨(32)는 “대표든 간부든 누구라도 나와서 조치가 가능하지 않더라도 알려줬으면 좋겠다”며 “아무런 얘기가 없으니 더 답답하다”고 말했다.

답답한 마음에 티몬 본사에서 위메프 본사로 이동한 피해자들은 “위메프라도 티몬에 서류를 전달해달라”며 수기로 환불신청서를 작성해 류 대표에게 건넸다.

이모씨(43)는 자녀와 함께 가려고 위메프에서 50만원을 주고 구매한 워터파크 이용권을 사용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씨는 “처벌이 무섭지 않으니 기업이 이런 식으로 운영을 하다가 안 되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 아니겠냐”며 “위메프 측에서는 위험을 알면서도 대비를 못한 것 같아 황당하다”고 말했다.

티몬·위메프에 입점한 사업자들도 답답한 마음에 본사를 찾았다. 여성 의류를 판매하고 있다는 A씨는 “위메프에서 두 달 치 정산금이 안 들어와서 1억원 정도가 묶여 있다”며 “7월15일에 정산금이 안 들어왔을 때 아무 일도 없다고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이 사태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배시은·이예슬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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