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몬·위메프 사태, 관리감독 구멍이 키웠다
당국 경영지도, 권고 수준 그쳐
재무상태 나빠져도 규제 어려워
티몬·위메프의 정산지연 사태가 확산되면서 금융당국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온라인 판매 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전자상거래(e커머스) 업체인 동시에 결제를 대행하는 2차 전자지급결제대행업체(PG)로도 분류된다. 2차 PG사의 부실 징후는 이미 지난해 본격화했으나, 허술한 감독 규정하에 방치되다 대규모 정산지연 사태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대형 PG업체에 대해선 건전성을 따지는 영업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소비자들이 상품 대금을 결제하면 1차 PG사(KG이니시스 등)를 거쳐 2차 PG사에 대금이 갔다가 판매자에게 돈이 최종적으로 들어가는 구조다. 티몬·위메프와 같은 2차 PG사는 인허가 심사 절차가 없고, 단순 등록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자본금 10억원, 부채비율 200% 이내 등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면 등록이 되는 식이다. 정부 인허가등록시스템을 보면 지난 4월 기준 PG업체는 154개사로,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2016년과 2019년 등록 후 영업을 이어왔다.
문제는 등록 업체가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나빠져도 라이선스(등록증) 반납을 요구할 근거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감독 규정 63조에선 전자금융업자는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자기자본이 0을 초과해야 한다’는 등의 유지 요건을 두고 있으나 PG업체들은 여기에서 제외됐다. 2007년 이후 지난해 5월까지 등록이 취소된 곳은 소형 PG사 1곳이 전부다.
현재 당국은 PG사에 대해 경영지도기준을 바탕으로 지도하고 있지만 권고적 효력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 금융감독원이 이미 2022년 말 기준 유동비율이 18.2%에 불과한 티몬을 대상으로 경영개선계약(MOU)을 체결하며 지도에 나섰음에도 정산지연 사태를 예방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e커머스 업체가 대부분 스타트업 형태인 만큼 초기 자본잠식 상태가 흔하기 때문에 규제 기준을 일률적으로 적용해 등록을 취소하는 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PG업의 정산주기에 대한 규정이 없는 부분도 일각에선 문제로 삼는다. 티몬은 거래월 말일부터 40일 이내 대금을 지급, 업계에서 정산주기가 가장 길다. 대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알려진 바 없다.
전문가들은 대형 PG사를 대상으로는 금융기관 수준의 영업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정산주기나 정산보관 규정을 두더라도 회사 건전성 자체가 위험하면 이번과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그간 PG업 등 e커머스 업체들은 소비자 이용 활성화 및 간편결제 편의성 등을 이유로 온갖 지원을 받고 관리 감독에선 제외됐다”며 “이번 기회에 PG업체 등에 대한 규제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수석부원장은 “감독 규정이 업계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추후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5일 티몬·위메프에 대해 합동 현장점검에 나섰다. 금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서울 강남구 티몬과 위메프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점검을 실시했다.
금감원은 이날 8개 카드사 소비자 담당 임원들을 불러 소비자 환불 협조를 요청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구입한 상품의 환불이 어려운 경우, 카드사나 1차 PG사가 먼저 결제 취소 조치를 하도록 관계사에 협조를 구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환불 지연·거절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 구제 및 분쟁 조정 지원을 위해 이날부터 한국소비자원에 전담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전담팀은 집단 분쟁 조정과 향후 민사 소송을 지원한다.
윤지원·김윤나영·김세훈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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