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훈의 법과 사회]합법과 불법 사이에 끼어드는 편법

기자 2024. 7. 2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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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혼인신고 손익계산서’라는 신문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결혼식을 올리고도 신고하지 않거나 늦게 신고하는 신혼부부가 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절세와 지원금 혜택에 있다는 내용이다. 1인 가구로서 청약, 세금 그리고 대출과 각종 지원금 등 혜택을 누리려고 신고를 늦춘다고 한다. 나중에 신고 의무 위반 과태료를 조금만 내면 되니 손익계산을 해보면 남는 장사라는 것이다. 오히려 혼인신고가 불리해서 페널티로 불린다고 한다. 혼인신고 지연은 엄밀히 말하자면 법 위반이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과태료는 형벌이 아니라 행정처분이라서 불법이라고 여기지도 않는다. 신고를 안 했으니 남남이고, 1인 가구거나 한부모 가정으로 봐야 하는 법과 제도를 십분 활용한 행위라서 당사자들도 딱히 불법으로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 어디쯤 걸쳐 있는 편법이라면 편법이랄까.

인사청문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부동산 다운계약서나 법인 승용차 다운계약서도 마찬가지다. 불성실 신고나 신고 의무 위반 정도의 행위로서 가산세나 과태료 대상에 그치니까 불법으로 여기지 않는다. 실제 적발되는 사례가 드물어 법 위반이지만 합법적 편법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상속·증여, 대출, 입시나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집회·시위, 농지소유 등 여러 영역에서 편법이 널리 퍼져 있다.

인사청문회나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편법이나 꼼수가 드러나지만,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그야말로 편법이 판치는 사회, 오히려 편법을 정상으로 여기는 사회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음주운전 사고를 내고 도망친 다음 술을 한껏 마시는 편법까지 번졌다. 언론보도를 통해 편법 천태만상을 접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법과 제도를 잘 아는 사람이거나 가진 자들만의 일이다 보니 괴리감과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편법은 정상적인 절차를 안 지키고 간편하고 손쉬운 방법을 취하는 것이다. 법을 잘 아는 자들이 자신에게 득이 되도록 법의 공백을 교묘히 찾아 피해가거나 약한 처벌을 택하는 행태다. ‘법꾸라지’나 ‘법비(法匪)’는 이런 수법을 잘 활용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신조어다. 법 위반이 아니라면 문제 될 것은 없다. 합법을 가장한 불법적 행위에 해당한다면 달라진다. 겉으로 보기엔 법 위반이 가볍거나 불법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불법이고 탈법이라면 그냥 둬선 안 된다. 공직 후보자의 증여세 탈루나 위장전입 등 명백한 불법을 눈감아줘선 안 된다. 딱히 불법이라 단정하기 어렵거나 불법성을 밝히기 어려운 교묘한 수법이라고 방치해선 안 된다. 반면 고위공직 후보자의 절세까지 편법이나 꼼수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내야 할 세금을 피하는 기발한 방법이라면 위법이지만,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라면 비난해선 안 된다. 절세는 합법적 세금 절약 방법으로 국세청도 권장한다. 국세청 ‘세금 절약 가이드’가 바로 그것이다.

아는 자나 가진 자의 편법적 행태는 법에 대한 불신을 키운다. 불법적이거나 법 위반인 편법은 관행으로 굳어지기 전에 법과 제도를 고쳐서 막아야 한다.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편법이 성행하는 것이라면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입법자와 정부는 편법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을 분명히 긋고, 법과 제도의 공백을 메워야 한다. 공직자 재산 신고에 가족 간의 부동산과 금전 거래 관계를 포함하거나, 신고 의무 위반에 과태료뿐만 아니라 징벌적 가산세를 부과하거나 부당지원금의 몇배를 환수하는 조치 등이 그 예다. 편법으로 보이지만 합법적이라면 널리 알려서 모두가 이용하고 혜택을 누리도록 해야 한다. 편법적 행태가 합법임에도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게 보이는 것은 일부 전문가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 그렇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가 없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국가의 할 일이다.

하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

하태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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