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검사 탄핵과 헌정질서
검찰권이 사유화되었다.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묻거나 명백한 범죄를 감싸는 일도 잦다. 검찰의 기준은 범죄 혐의가 아니라, 권력의 크기다. 대선에서 이긴 사람에게는 충성을 다하지만, 진 쪽에는 가차 없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소환조사’만 해도 그렇다. 김건희씨가 주가조작을 벌여 많은 돈을 챙겼다는 오랜 의혹에도 검찰은 꿈쩍하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의 부인을 건드릴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검찰은 국민적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명품백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김건희씨를 소환했다지만, 정작 소환의 주체는 검찰이 아니라 김씨였다. 검찰은 김씨의 소환요구를 충실하게 따랐다. 휴대전화까지 놓고 조사를 했다. 피의자가 증거인멸이나 공범이 도망칠 우려 때문에 휴대전화 없이 조사받는 경우는 있어도, 검사가 휴대전화까지 놓고 조사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런 엉터리 조사에 대해 여당 대표가 된 사람이나 검찰총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며 변죽만 울려댄다.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갈등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떤 검사는 사표를 냈다가 거둬들이는 생색을 내기도 했다. 어떤 모습을 연출하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부인은 극진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검찰의 태도는 바뀌지 않는다. 이렇게 대통령 부부를 위해 국가권력이 사유화될 때, 이를 막기 위한 안전장치는 없을까.
헌법은 이런 경우를 위해 탄핵절차를 마련해두었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 등의 고위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통령이나 고위 공무원의 전횡을 막기 위한 유일한 대책이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예외도 존재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물론, 대통령의 부인은 말할 것도 없다.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했는지, 그게 아니라면 검찰이 대통령 부인을 알아서 받들어 모셨는지 알 수 없지만, 김건희씨에 대한 이상한 ‘조사’는 대통령과 검사들이 헌법과 법률을 어긴 것이다. 모두 탄핵 대상이다.
국회가 4명의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를 준비하자, 검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어떤 검사는 “나를 탄핵하라”며 짐짓 운동가 흉내까지 내고 있다. 검찰총장이 앞장서고 부하 검사들은 뒤쫓으며 흥분을 감추지 않고 있다. 검사 탄핵이 실현되면 문명사회가 야만이 될 거라는 황당한 주장부터 ‘사법 방해’ ‘법치주의가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말까지 들먹이고 있다.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준비하는 강백신, 김영철, 박상용, 엄희준 검사가 파면당할 정도로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는지는 탄핵 조사와 소추 그리고 헌법재판소(헌재)의 심판으로 따져보면 그만이다. 아무리 검찰이라도, 이렇게까지 국회의 헌법 작용에 대해 반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런 게 바로 헌정질서를 짓밟는 ‘총 없는 쿠데타’다.
국가가 헌법을 통해 민주적 헌정질서를 확보하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직접 선거권을 보장한다고, 이를테면 5년에 한 번 대통령을 선출한다고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그건 지금 윤석열 정권을 통해 확인하는 것과 같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형식적인 측면만 충족하는 필요조건일 뿐이다. 그래서 헌법은 민주헌정질서를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해두었다. 탄핵제도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헌법과 법률을 위배한 공무원이 적지 않았을 텐데도 국회 차원의 탄핵 소추는 별로 없었다. 헌정질서는 탄핵제도 활성화 등 헌법을 수호하려는 노력을 통해서만 확립할 수 있다.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을 지키지 않으면 자리에서 내칠 수 있다는 헌법적 원칙을 확인하는 데 있다.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했던 안동완 검사에 대한 탄핵사건을 두고 헌재가 기각결정을 내린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안동완 검사의 보복 기소는 공소권 남용이 대법원에서 인정된 첫 번째 사례였다. 대법원 판결로 범죄를 확인해놓고도 헌재는 별의별 핑계를 대가며 기각해버렸다. 헌법수호의 무거운 책임을 지닌 헌재가 검사독재정권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해버린 거다. 하긴 이전에도 헌재는 공안사건이나 같은 법조인 사건에 대해서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도 국회 차원의 탄핵소추를 멈출 수는 없다. 대통령이 헌법을 어기면, 헌재가 제 역할을 해야 하고, 헌재마저 대통령의 하위 파트너가 되었다면, 국회라도 자기 역할을 해야 한다. 국회마저 헌정질서수호의 책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나라는 엉망진창이 될 거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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