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와 경영개선 MOU 맺고도...금감원, 2년간 감독 못했다
금융감독원이 2년 전 티몬과 위메프가 자본잠식에 빠졌을 때 경영개선협약(MOU)을 맺고도 적극적인 감독이나 대처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은 “법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면서도 “지도 기준과 점검·감독 체계가 이커머스 업체들의 빠른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했다.
25일 감독 당국에 따르면, 전자금융감독규정 63조는 티몬·위메프 같은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체에 대해 ‘자기자본이 항상 0을 초과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금감원은 개선계획이나 약정서를 내도록 하거나, 경영개선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자본잠식된 티몬·위메프와 협약을 체결했지만, 말 그대로 협약일 뿐이어서 강제성 있는 개선 조치로 이어지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티몬과 위메프가 자본금 기준 등을 상당 기간 지키지 못했지만, 신생 업체의 경우 초기 자본건전성이 좋지 못한 특징이 있고, 금융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금감원도 티몬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이유 막론하고 국민께 부담드리고 걱정 끼쳐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금감원과 공정거래위원회는 25일 티몬·위메프 본사에 조사단을 보내 합동 현장 점검을 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위메프와 티몬이 보고한 미정산 금액은 1600억~1700억원”이라며 “정확한 숫자를 검증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 사태는 상당 부분 사적 계약이 이행되지 않은 부분이기 때문에 1차적으로 티몬·위메프를 소유한 큐텐그룹 측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 달라고 촉구하는 상황”이라며 “소비자와 티몬·위메프 사이에서 중개한 카드사와 판매자인 여행업계 등에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 달라고 협조를 강조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날 금감원은 8개 카드사 소비자책임 관련 임원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들은 고객이 할부철회권과 항변권을 행사하도록 적극 안내할 계획”이라고 했다. 할부철회권과 항변권은 할부로 결제한 소비자가 남은 할부금을 납부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조속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소비자원에 전담 대응팀을 설치, 집단 분쟁 조정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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