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구독' 쯔양도 울린 '사적제재'라는 괴물 [연記者의 연예일기]
[OSEN=연휘선 기자] 법망을 거부한 사적 제재의 위험성이 유튜버 쯔양(박정원)의 피해로 폭발됐다. 감히 법을 초월한 '참교육'을 빙자하던 사이버 렉카들이 이제 법의 심판을 받을 차례다.
23일 수원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정현승)는 공갈 및 협박, 강요 등의 혐의로 유튜버 구제역(이준희)과 주작감별사(전국진)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쯔양으로부터 현금 55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구제역은 쯔양과 전 연인 사이에 있던 과거사를 빌미로 협박 및 강요한 혐의도 받고 있다.
쯔양은 23일 기준으로 개인 유튜브 채널 '쯔양'에 구독자 1060만 명을 자랑하는 유튜버다. 주로 먹방 콘텐츠를 선보였고, 한번에 많은 양을 먹어 치우고도 체형 변화가 없는 남다른 먹성과 특이체질로 화제를 모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와 코미디언 박명수 등과 함께 출연하는 합방 콘텐츠를 찍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기도 했다.
그러나 치솟는 인기 가운데 크나큰 상처도 있었다. 과거 전 남자친구였던 전 소속사 대표로부터 지속적인 폭행, 전속계약해지, 상표출원이의 등을 포함하여 0간, 000간, 상습폭행, 상습협박, 상습상해, 공갈, 강요, 성폭력처벌법위반 등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쯔양의 법률대리인 김태연 변호사에 따르면 쯔양은 전 소속사 대표에 대해 1차 형사 고소도 진행하였으나, 선처를 간곡히 요청받자 해당 사안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기로 약속받았다. 하지만 약정이 위반됐고, 불가피하게 2차 형사 고소를 진행했다. 혐의 사실이 많았기에 징역 5년 이상의 처벌이 예상되던 상황, 쯔양의 전 소속사 대표가 세상을 떠났다. 이에 '공소권 없음'이라는 불송치 결정으로 형사사건이 종결됐다.
문제는 이러한 쯔양의 과거 송사가 일부 사이버 렉카 유튜버들에게 먹잇감이 된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구제역과 전국진 등의 유튜버들이 쯔양의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는 조건을 달며 '리스크 관리'라는 명목 아래 5500만원을 갈취했다.
논란이 드러나자 구제역은 쯔양의 과거를 폭로하려는 유튜버들을 막고자 이중 스파이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다. 궁색한 변명이라는 질타가 쏟아졌으나 구제역은 자진해서 검찰조사를 받겠다며 나섰다. 실제 그는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했으나 오히려 조사를 받지 못한 채 돌아가 황당함을 자아냈다. 전국진은 쯔양 측으로부터 금전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과를 표명하며 쯔양의 과거사 관련 제보 메시지들을 모자이크도 없이 공개했다. 이에 오히려 쯔양 측의 2차 피해까지 야기했다. 쯔양을 협박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또다른 유튜버 카라큘라(이세욱)는 두 아이까지 걸고 쯔양 협박 의혹을 부인했다.
이에 쯔양은 전 소속사 대표가 모든 수입을 관리하고 정산도 40억 원이나 제대로 해주지 않았음에도 구제역이 탈세 혐의를 빌미로 삼자 5500만원을 주고 원치 않는 계약서까지 써야 했다고 털어놨다. 더불어 협박한 사이버 렉카 연합 유튜버들을 상대로 고소하며 피해 복구를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섰다.
논란이 커지자 구글코리아 측은 유튜브 카라큘라, 구제역, 전국진 등 세 채널에 대해 '수익 정지' 결정을 내렸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엄정수사를 지시하는 한편, "피해자의 약점을 이용해 금품을 갈취하고 허위 영상을 게시하거나 '사적 제재'를 내세워 2차 가해를 하는 등의 범행이 계속되고 있다. 반복적·악의적·중대 범행은 적극적으로 구속 수사 하라. 피해 정도가 중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판에 회부하고, 범죄 수익은 철저히 추적 후 몰수·추징 보전과 민사소송 등을 활용해 환수하라"라고 지시했다.
천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다이아 버튼'이 된 쯔양에게도 피해를 준 '사적 제재'. 이는 국가 또는 공공의 권력이나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 개인이나 사적 단체가 범죄자에게 벌을 주는 일을 말한다. 결국 법망을 피해 개인이나 단체가 자의적으로 처벌을 행하는 일이다. 대개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해 잘잘못이 분명한 사건들에서 가해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거나 유명인사들의 드러나지 않은 잘못을 폭로하는 식으로 유명세를 얻어왔으나 극단적으로 치달은 그 실상은 결국 범법과 탐욕에 지나지 않았다.
대중이 사적제재에 열광하게 된 시작은 사법적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대중의 법감정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소위 솜방망이 처벌이 누적된 것이었다. 법은 거리로도 시간적으로도 요원하고 이를 인내하고 얻어낸 판결도 인과응보에 응분하지 않다고 여겨지니 법의 준엄함은 잊히고 이를 대신할 사적제재에 대중의 시선이 몰린 것이다.
흡사 '더 글로리', '모범택시'와 같은 사적 복수를 다룬 드라마들이 대중을 열광하게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하지만 드라마와 현실의 차이는 극명했다. 현실에서 이뤄지지 못한 통쾌한 심판의 갈증을 채워주는 허구의 이야기와 실제 법을 초월하는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사적제재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과거 드라마 '비밀의 숲' 마지막 회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친 정의로운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은 부패한 사법 브로커에 대한 살인을 교사하고 이들에 연루된 정재계 인사들을 폭로하고 세상을 떠난 진범 이창준(유재명 분)에 대해 사회가 낳은 '괴물'이라고 밝혔다. 더 큰 목숨, 작은 목숨이 없는데 죄인을 단죄할 권리가 자신에게 있다고 착각한 괴물이라고. 이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내며 '비밀의 숲'을 엔딩까지 완벽한 드라마로 남게 했다.
극악한 범죄 결과에도 부족한 양형 기준을 생각하면 시민을 사회적 괴물로 만드는 현실에 대한 상실감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그나마 정의를 세우겠다며 행한 드라마 속 이창준의 사적 복수마저도 괴물 같은 일이었는데, 현실에서 탐욕의 수단이 된 사적제재는 말해 무엇할까.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서 사사롭게 된 모든 행위는 통제할 수 없다. 통제 불가능한 일탈은 누적될 수록 극단적으로 치닫고 시스템을 망치기 쉽다. 쯔양의 피해로 촉발된 이번 사태, 유명 유튜버 한 명의 피해로 가볍게 소비해서는 안 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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