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랑스와 충돌한 히잡...파리 올림픽 장외 달굴 논란거리 5가지

유재인 기자 2024. 7. 25.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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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NSC)가 “이란의 지원을 받는 테러 조직들이 올림픽 기간 중 이스라엘인이나 유대인을 상대로 공격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림픽은 지구촌 200여 나라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모여 스포츠로 기량을 겨루며 인류 화합과 평화를 다짐하는 축제지만, 테러 위험성 등 국제사회의 골치아픈 사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표출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번 올림픽의 장외(場外)를 달굴 논란의 이슈들을 다섯 가지로 정리했다.

2024 파리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 프랑스 파리 에펠탑의 오륜마크를 '주밍'기법으로 촬영한 모습./연합뉴스

◇톨레랑스와 충돌한 히잡

프랑스는 다양성을 너그럽게 포용하는 톨레랑스(관용)의 나라로 알려져있지만, 절대 관용을 베풀지 않는 현안이 있다. ‘히잡(이슬람 여성의 머리가리개) 착용’ 문제다. 헌법의 근간 세속주의를 앞세워 특정 종교 신도임을 나타낼 수 있는 복장을 공공장소에서 착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며, 복장단속 강도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취임 후 부쩍 높아졌다. 이 공공장소에 ‘올림픽 경기장’도 포함된다는게 프랑스 정부 판단이다. 이에 따라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안고 경기장에 나서는 프랑스의 무슬림 여자선수들은 자신의 머리칼을 관객과 TV카메라 앞에 노출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역차별 논란’을 부르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무슬림 여자 선수들의 히잡 착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 엠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이 IOC에 프랑스의 조치가 철회되도록 압박을 가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한 아프가니스탄 선수가 히잡을 쓰고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올림픽의 악연

이스라엘은 이번 올림픽에 16개 종목에 80여명의 선수단을 파견한다. 그러나 이스라엘 올림픽 참가를 반대하는 시위가 파리 시내에서 벌어지는 등 친(親) 팔레스타인 진영의 반 이스라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전쟁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한 것을 문제 삼아 “이스라엘은 반인도주의 전범국이기 때문에 올림픽 참가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하마스와 대립관계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올림픽위원회도 IOC에 이스라엘 참가 금지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여론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지만, 참가 금지 조치가 내려질 가능성은 없다. 사실 이스라엘은 올림픽 테러 피해국가다. 1972 뮌헨 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9월단’의 테러로 선수단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 첫 참가한 팔레스타인은 파리에 8명의 선수를 내보낸다.

◇개막식 공연자가 “파업하겠다”

파리는 1900년과 1924년에 이어 다시 올림픽을 연다. 영국 런던과 함께 하계 올림픽을 세 번 개최한 단일 도시가 됐다. 100년만에 스포츠 제전을 열게 됐지만 파리에선 어수선한 소식만 들려오고 있다.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노동자 처우가 악화됐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파리시가 진행한 대규모 올림픽 기반 시설 공사에서 사안이 심각한 31건을 포함해 181건의 사고가 일어났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파업이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유명한데 ‘올림픽 꽃’ 개회식까지 영향을 미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AFP 등에 따르면 개막식 공연자 300여명이 가입된 프랑스공연예술인연합(SFA)-노동총동맹(CGT) 노조는 23일 파업 통지서를 제출했다. 이들이 결의를 실행할 경우 개막식 일부 공연에 차질이 올 수도 있다. 파리 공항 노조와 택시기사 노조도 개막일부터 파업을 예고해 교통대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테러 경보 속 강력범죄 발생도

24일 파리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경찰들이 파리 시내를 순찰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프랑스는 과거 파리(2015년 11월), 니스(2016년 7월) 등에서 벌어진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로 수백명이 목숨을 잃었던 비극을 겪었다. 이 때문에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올림픽을 계기로 테러단체들의 준동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돼왔다. 주경기장을 벗어나 처음으로 파리 시내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두고서도 테러범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이 때문에 선수단이 배를 타고 입장할 센강에서는 이례적으로 테러 진압 훈련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올림픽이 두 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이 치러지는 중에 치른다는 점도 테러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올림픽 기간 파리 시내에는 경찰 4만5000명, 군인 1만명, 사설 경비원 2만2000명 등 약 7만7000명의 병력이 배치됐다. 치안은 삼엄해졌지만, 강력 범죄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호주 여성이 파리 도심에서 집단 성폭행을 당해 현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국기 떼고 국가도 못부르는 ‘전범국 선수’들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국기는 찾아볼 수 없고 국가도 들을 수 없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와 러시아를 적극 지원한 벨라루스의 올림픽 참가 자격이 박탈됐기 때문이다. IOC는 올림픽 무대에 나오길 원하는 이들 나라 선수들에게 팀이 아닌 완전한 개인 자격일 것, 소속 국가 군사 활동과 무관할 것,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지 말 것 등 깐깐한 조건을 달아 심사를 한 뒤 출전자격을 부여했다. 이들 나라 선수들이 메달을 따더라도 시상대에는 오륜기가 걸리며, 금메달을 따도 국가 대신 올림픽 찬가가 연주된다.

이렇게라도 나오는 러시아 선수들이 전의에 불탄 우크라이나 선수들과 맞붙는 경기는 ‘빅 매치’가 될 전망이다. 그럴 가능성이 큰 종목이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남자 87㎏급.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우크라이나의 즈한 벨레니우크(33)가 2연패 길목에서 러시아 출신 밀라트 알리르자예프(26)와 맞붙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에서 드문 흑백 혼혈인 벨레니우크는 스포츠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2019년 국회의원에도 당선됐다. 우크라이나 올림픽위원회는 자국 선수들이 러시아·벨라루스 선수들과 악수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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