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힘들지만, 난민의 삶보다 덜해요”…파리 올림픽 개회식 ‘난민팀 기수’ 시드니 응감바
15세 때 시작한 복싱 매력에 빠져
영국 챔프지만 시민권 거부당해
“지금도 땀, 글러브 냄새가 좋아”
“복싱, 힘들죠. 그런데 난민의 삶보다는 덜해요.”
파리 올림픽 개회식에서 난민팀 기수로 선정된 복싱 선수 시드니 응감바(26·카메룬)가 25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가디언에 한 말이다.
응감바는 이날 가디언 인터뷰에서 “전 세계에 많은 난민이 있고 나는 기회를 얻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라며 “세상에는 자기 존재를 알아채주기를 바라고,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주기를 바라는 난민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싱은 쉽지 않지만 난민들이 인생에서 겪은 것에 비하면 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카메룬에서 태어난 뒤 잉글랜드에서 자랐다. 대학까지 잉글랜드에서 다녔다. 그는 영국 국적은 얻지 못했고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난민팀 소속으로 출전한다. 그는 15세에 복싱을 시작했다. 그는 “남자아이들이 무더위 속에 무거운 샌드백을 치고 섀도 복싱을 하고 링에서 스파링을 하는 걸 봤다”며 “그 순간 ‘저거야, 저게 바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당시 영국에 온 지 4년밖에 안 됐을 때였다. 영어도 서툴렀고 수줍음이 많았고 체중도 많이 나갔다. 학교에서 놀림을 많이 받았다. 그는 다음날부터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스쾃, 3분 줄넘기를 반복하며 글러브를 끼는 날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1년 반이 지난 후 그는 처음으로 복싱 발동작을 배웠다. 3개월 후 마침내 스파링을 했다. 상대는 남자 선수였다.
그는 “상대는 키가 6피트(약 183㎝) 정도였고, 체중이 100㎏쯤 되는 것 같았다”며 “그의 주먹을 맞고 다운됐을 때 ‘아, 이게 맞는 느낌이구나’ 하고 복싱을 사랑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금도 땀, 글러브 가죽, 표백제 냄새가 너무 좋다”며 웃었다.
6년 후 응감바는 세 체급에서 영국 내셔널 타이틀을 획득했다. 응감바는 파리에서도 메달을 딸 가능성이 있다. 그는 영국 시민권 발급을 여러 번 거부당했기 때문에 영국을 대표할 수 없다.
응감바는 레즈비언이다. 카메룬에서는 동성애가 범죄로 취급된다. 영국이 그를 카메룬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는 이유다. 응감바는 영국에서도 불법 이민자로 간주돼 여러 번 체포됐다. 그는 “나는 이미 영국에서 내 삶을 만들었고 카메룬에서 겪은 일은 거의 기억나지도 않는다”며 “카메룬에는 가족도 없다. 영국에서 살아남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9년 난민 지위를 부여받았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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