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안에서 누가 쓰러졌대”···에어컨 없는 올림픽, 숙소만 걱정했더니[파리올림픽]
파리올림픽에 출전한 각국 선수들이 더위와 테러 위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에어컨이 없는 선수촌을 뛰어넘어 에어컨 없는 버스에서 장시간 이동하다 선수가 쓰러지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수영 대표팀 김우민은 25일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같은 버스에 타지는 않았는데 다른 나라의 어떤 선수가 버스에서 쓰러졌다고 들었다. 선수촌에서 여기 수영장까지 빨리 오면 40분이 걸리는데 버스에서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다. 버스 안에 사람은 많은데 창문도 전부 테이프로 막아놔서 열지 못하게 하니까 훈련하기도 전에 너무 덥고 힘들다”고 말했다.
황선우도 “숙소는 냉풍기도 있고 더운 느낌이 없는데 이동할 때 너무 덥다. 버스에서 에어컨을 잘 틀어주지 않고, 테이프가 창문에 잘 붙어있는지 보안요원들이 항상 철저하게 검사를 한다. 이동할 때 너무 힘들어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빨리 보완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은 에어컨 없는 대회로 출발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실내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고, 자연 냉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건물을 배치하고 건물 크기를 다양화했다. 그러나 여름에 열리는 대회에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한민국 선수단은 선수촌 내 각 방에 냉풍기를 따로 설치하기도 했다.
현재 파리의 날씨는 무덥지는 않다. 지난해 이상고온 현상으로 무더위에 대한 우려가 많았지만 보통 파리의 7~8월 기온은 한국의 봄, 가을과 비슷하다. 파리올림픽 주최측 역시 파리의 7월과 8월 평균 최고 기온은 26도로 선수촌 내 객실도 26도 이하로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러나 선수촌과 경기장 사이를 이동하는 버스 내 컨디션은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은 늘 테러 위험과 싸운다. 2012년 런던 이후 12년 만에 다시 유럽에서 열리는 파리올림픽은 특히 대회 기간 매일 약 3만 명, 개막식 당일에는 4만 5000명의 경찰을 투입할 방침이다. 이에 대회 공식 운영 버스 내의 창문도 전부 테이프를 붙여놨다. 혹시 모를 외부의 공격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로 인해 창문을 열지 못하는 선수들은 폐쇄된 채로 최소 20여명이 가득 탄 버스 안에서 짧게는 수십분, 길게는 한 시간 이상을 사실상 갇혀서 이동하느라 개막도 하기 전 더위와 싸우고 있다. 버스 이동 중 정신을 잃는 선수까지 나왔고 선수들 사이에 소문은 퍼지고 있다. 지금 파리에서, 개막하기도 전, 각국 선수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우려대로, 에어컨 없는 올림픽이다.
파리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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