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서핑은 파리 아니라 남태평양에서 한다
이번 2024 파리 대회 서핑 경기는 파리에서 열리지 않는다. 파리에서 1만5706㎞ 떨어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타히티 테아후푸에서 열리게 된다. 유럽에서부터 아메리카 대륙을 지나 남태평양까지 비행기로 22시간이나 걸리는 곳으로 시차도 11시간이나 차이 난다. 27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열리는 서핑은 올림픽 역사상 개최지에서 가장 먼 곳에서 열리는 경기가 됐다. 종전 기록은 1956 멜버른 대회 당시 승마 종목이 호주의 검역 관련 법 때문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렸을 때의 1만5590㎞다. 지난 도쿄 대회 때 처음 채택된 서핑은 도쿄에서 약 40km 떨어진 지바현 쓰리가사키 해변에서 열렸다.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
타히티는 프랑스 본토에 속한 남서부 아키텐의 휴양지 비아리츠, 거센 파도가 치는 라 토르슈 등을 제치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선정됐다. 파리올림픽조직위는 “파리 뿐만 아니라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파리올림픽 목표와 더불어 프랑스의 풍부하고 다양한 유산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영토를 올림픽에 참여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타히티에서 열리는 서핑 경기 추진 배경을 밝혔다.
타히티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 속한 화산섬이다. 지리적 위치, 수중 환경, 자연 암초 덕분에 웅장한 파도가 치는 곳으로 서핑 대회를 열기에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테아후푸의 파도는 최대 6.7m 높이다. 수정처럼 맑은 물에 산산히 조각나는 파도는 마치 한 장의 엽서처럼 아름다움을 자랑하지만, ‘머리가 잘리는 파도’ 또는 ‘서퍼들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파도 중 하나다. 이때문에 이번 대회에 참가하길 꺼려해 일부러 대표팀에 뽑히지 않으려는 선수들도 있었다고 한다. 여자 서핑에 출전하는 프랑스 국가대표 요하네 드페이(31)는 이번 대회에 참가해 테아후푸 파도를 보며 “마법 같은 파도, 무서운 파도”라고 짧은 평을 남겼다. 같은 종목 프랑스 대표 바히네 피에로(25)도 “아름다운 파도지만 위협적이고 무서운 파도다. 아래에 암초도 많아 파도에서 떨어지게 되면 위험하다. 처음에는 다가가고 싶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송민 서핑 국가대표 감독은 “굉장히 두렵고 무서운 곳으로 파도가 위험해 일반인들은 테아후푸에서 서핑을 해볼 엄두도 못 낸다. 그럼에도 보는 사람 입장에선 변화무쌍한 파도 속에서 짜릿한 서핑을 하는 선수들을 본다면 즐거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대회 서핑 종목에서 또 눈에 띄는 건 선수들이 해안에 정박한 크루즈에 머문다는 것. 테아후푸 해안의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식당, 기념품 가게 등 편의 시설로 가득 차 있는 크루즈는 ‘떠다니는 선수촌’이라 불린다. 지난 도쿄 대회 은메달리스트인 일본 남자 서핑 국가대표 이가라시 가노아(27)는 크루즈 숙소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타히티에 있는 우리 선수촌이 파리에 있는 실제 선수촌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회 관계자들 역시 200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에 지역 주민들의 집을 빌려 지낸다고 한다.
서핑은 한때 폴리네시아 왕이나 추장만의 특권이었지만 지금은 대중화된 수상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서는 3년 전 도쿄 대회 때 주목을 받았다. 송민 감독이 해설을 맡은 경기에서 “똑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비롯, 명해설로 많은 사람들을 서핑에 입문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국내에선 서핑을 위해 강원도 양양이나 부산, 포항, 제주 등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대회는 남자 선수 24명, 여자 선수 24명이 서핑 경기를 펼칠 예정이다. 이번 대회 남자 서핑에선 가브리엘 메디나(31·브라질), 하와이 출신 존 존 플로렌스(32·미국)가 일으킬 파도가, 여자 서핑에서도 하와이 출신 카리사 무어(32·미국)의 라스트 댄스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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