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그림 따라…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생각들[그림책]
생각한다
잉그리드 고돈 그림 | 톤 텔레헨 글
안미란 옮김 | 롭 | 104쪽 | 3만4000원
끊임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나열한 책은 어떤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멈추려고 할수록 계속 고개를 쳐드는 생각….
벨기에 일러스트레이터 잉그리드 고돈의 그림을 보고 네덜란드 시인이자 동화작가 톤 텔레헨이 떠오른 ‘생각’을 쓴 책 <생각한다>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각들로 채워진 책이다. 풍부한 표정의 다채로운 사람들을 그린 고돈의 그림이 불러일으키는 수많은 상상의 길 사이로, 텔레헨은 자신의 사유를 넓고 깊게 펼쳐보인다.
어딘지 시무룩해 보이는 아이, 불안한 표정의 남성, 새초롬한 여인, 순하지만 뭔가 숨기고 있는 듯한 눈매의 개…. 일러스트는 재미있고 엉뚱하기도 하며, 사람들 중 내 모습 하나쯤은 찾아낼 법한 공감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우리 자신의 수많은 변주일지도 모른다. 텔레헨은 그런 공감과 변주의 순간을 시적으로 포착한다.
텔레헨은 “머릿속에서 철썩 쏴아아 뒤집어지는 바다. 집채만 한 파도가 치다가도 다음 순간 거울처럼 매끄럽게 달빛에 반짝이는 바다”라고 생각을 묘사하다가도, “불행할 때는 내가 행복하다고 속이지 못한다”며 날카롭게 정곡을 찔러댄다. 점프하고 춤추는 자유로운 스케치 앞에서는 깨달음의 희열을 생각한다. 그림을 보며 독자는 자신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펼칠 수도 있다. 세상에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책을 펴낸 민찬기 편집자는 이 책을 내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아름다운 책에 매료돼 네덜란드어 원문을 파악하고, 번역가를 찾고, 번역과 교정을 완성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또 고급스럽고 값비싼 재료를 사용한 아트북으로 만들어진 원서의 사양을 구현하는 데 정성을 들였다. 그는 “10년 동안 나를 감탄하게 하고 박수하게 하고 환장하게 한 책”이라고 말한다. 2015년 벨기에 최고 일러스트레이션상 수상작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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