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팔 친구가 된 작가들“취향 존중해 드릴게요”[낙서일람 樂書一覽]
책 읽다 절교할 뻔
구선아·박훌륭 지음
그래도봄 | 260쪽 | 1만8000원
“기억나요? 우리 때는 월간잡지 맨 뒤에 펜팔 친구 찾는 페이지가 따로 있었잖아요.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주소와 연락처와 이름, 나이를 모두 공개하며 펜팔 친구를 찾다니.”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최근 서울국제도서전을 미어터지게 만들었다는 ‘Z세대’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책 읽다 절교할 뻔>은 성장기에 편지를 써본 기억이 있는 저자들이 책을 주제로 1년 동안 주고받은 서신을 묶은 책이다. 약국 일부를 서점 공간으로 쓰는 ‘아직독립못한책방’의 박훌륭 대표가 ‘책방연희’의 구선아 대표에게 “우리도 그런 거 합시다, 교환편지”라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둘의 독서 취향은 조금 다르다. 구 대표에게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책이 나오면 바로 찾아읽는 작가 중 한 명”이지만, 박 대표에게는 읽어야 한다고 생각만 하고 아직 읽지는 않은 “숙제 같은 존재”다. 구 대표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책들의 키워드가 ‘집’ ‘장소’ ‘산책’ ‘계절’ ‘서점/책방’이라면, 박 대표에게는 ‘죽음’ ‘심리’ ‘질병’ ‘경제’ ‘모험’이다. 차이가 있다는 것은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뜻이다. 두 사람의 독서 경험은 편지를 주고받는 동안 점점 확장된다. 박 대표에게 독서란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행위다. 구 대표는 “조금은 괜찮은 사람이 되고 조금 더 괜찮은 내일을 살기 위해서” 읽는다고 말한다.
미국 프로농구(NBA) 팬들 사이에선 종종 마이클 조던과 르브론 제임스 중 누가 ‘GOAT(역대 최고)’인지를 놓고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지곤 하지만, 두 저자 사이에 “책 읽다 절교할 뻔”한 불화나 충돌은 발생하지 않는다. 독서는 승부를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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