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이 평등하다는 착각 유발하지만…아직 민주주의보다 나은 체제는 없다[책과 삶]
민주주의,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
애덤 셰보르스키 지음|이기훈·이지윤 옮김
후마니타스|376쪽|2만3000원
현대 문명의 민주주의 제도는 대의제 민주주의다. 국민 개인이 직접 정치적 결정을 하지 않고 선출한 대표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치적 결정에 참여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대다수 개인은 선거 투표를 마치고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며 다른 개인들의 투표 결과를 기다리는 것밖에 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실망스럽다.
미국 뉴욕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인 애덤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 할 수 없는 것과 할 수 있는 것>에서 ‘자치’(자기 통치), ‘평등’, ‘자유’에 대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규명한다. 셰보르스키는 사람들이 민주주의의 이상과 현실을 혼동한다고 지적한다. 서론에서 “내가 하려는 것은 민주주의의 탈신비화”라며 “불합리한 희망을 부추기고, 그 결과 실현 가능한 개혁 방향을 보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민주주의는 ‘인민이 스스로 통치해야 한다’는 자치 사상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자치는 모든 개인이 자신이 살고 싶은 법적 질서가 무엇인지 동일한 선호를 가진다는 실현 불가능한 가정에 기초했다. 셰보르스키는 자치의 의미를 “최소한 일시적으로라도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법 아래에서 살아야” 하며 “최대한 많은 사람이 가능한 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집단적 의사 결정 체계”로 재규정한다.
민주주의에서 시민은 익명이다.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사상은 개인 사이의 불평등을 은폐하는 장막이다. 셰보르스키는 “대의제의 창설자들이 평등이라는 용어를 썼다면 (중략) 사회적인 차이를 잊어버리겠다는 것, 즉 익명성이라 불러야 할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라고 적었다. 또 민주주의가 사적인 삶에 간섭하지 않으며 최대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자유를 꿈꿨지만 ‘불간섭’과 ‘안전’은 모호하게 공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셰보르스키는 민주주의의 한계를 밝혀 역설적으로 옹호한다. 예를 들어 셰보르스키는 ‘참여란 평등할 수 없다’고 본다. 선거 제도를 넘어 정치 참여의 범위를 확대하는 시도가 누군가에게 더욱 특권을 준다고 비판한다. 셰보르스키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선거를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를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는 것”이라며 “나는 어떤 정치체제도 민주주의보다 나을 수 없다고 믿는다”고 적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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