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의 왕’은 어쩌다 사기꾼이 됐나[책과 삶]
고잉 인피니트
마이클 루이스 지음 | 박홍경 옮김
중앙북스 | 400쪽 | 2만5000원
암호화폐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암호화폐로 떼돈을 번 젊은 남성이 사기죄로 감옥에 갔다는 뉴스는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의 이름은 샘 뱅크먼프리드, 암호화폐 거래소 FTX 창립자다. 그는 2019년 회사를 만들어 순식간에 수십조원을 벌었지만, 2022년 고객 자금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체포돼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이것은 비상한 두뇌를 가진 매력적이고 탐욕적인 사기꾼이 고객 돈을 노리고 벌인 사건일까? 미국 법원은 그렇게 판단했지만, 마이클 루이스가 쓴 <고잉 인피니트>를 읽고 나면 혼란스러워진다.
<빅숏> <머니볼>을 쓴 유명 논픽션 작가 루이스는 우연한 기회로 샘을 만난 뒤 그에게 큰 흥미를 느끼고 취재를 시작한다. 그는 샘이 초단타매매 회사에서 일을 시작해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부자가 되는 과정을 정교하게 재현한다.
샘을 설명할 때 ‘비상한 두뇌를 가진 매력적이고 탐욕적인’이라는 표현을 쓴다면 그중 맞는 것은 ‘비상한 두뇌’밖에 없다. 샘은 천재다. 매력은 없다. 그는 티셔츠에 카고 반바지, 목이 늘어난 양말만 신고 다니며 타인에게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
그럼 탐욕적인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뜻밖에도 ‘효율적 이타주의’다. 샘은 과학적 관점으로 어떤 행위가 인류를 이롭게 할지를 두고 끝없이 고민하며 돈을 버는 족족 그런 연구나 기부에 썼다. 샘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돈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저자는 이 사건이 어쩌면 거대한 블랙코미디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애초에 샘이 체포된 건 고객이 맡긴 87억달러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저자는 사실 그 돈은 사라지지 않았고, 그냥 회사에 있었는데 다만 샘이 ‘그게 어디에 있는지’ 몰랐을 수 있다고 암시한다. 황당하지만 책을 읽고 나면 ‘그랬을 수도’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지난 5월 FTX의 새 CEO는 ‘87억달러는 사라졌지만, 현재 FTX에는 145억~163억달러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미 당국에 보고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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