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했다? 이진숙 MBC 세월호 보도 이렇게 심각했다
[이진숙 청문회 맥락과 검증(1)]
세월호 보도 "최선 다했지만 아쉽다"는 이진숙
MBC 세월호 보도량 유독 적고 정부비판 '누락', 유가족 '갈라치기' 쏟아내
[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기자]
“저희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지금에 와선 아쉬움이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MBC 보도본부장을 지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가 24~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세월호참사 보도 문제를 지적하자 이렇게 밝혔다. 이진숙 후보는 유가족을 향한 사과문 낭독을 거부하고 사실상 유감 표명만 했다. 일부 국민의힘 의원과 증인 및 참고인들은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구조 오보의 책임이 오히려 언론노조 조합원인 일선 기자들에게 있다고 했다.
청문회에선 세월호 참사 당일 전원구조 오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지만 이는 이진숙 체제의 세월호 참사 보도 문제의 한 단면이다. 2014년 3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이진숙 보도본부장 체제 MBC의 세월호 보도는 장기간 동안 정부의 책임을 외면하고 유가족을 시민들과 분리해 고립시킨 문제가 핵심이다.
'보험금'과 '특례입학'... '이권 챙기기' 프레임
2014년 4월16일 참사 당일 전원구조 오보를 낸 MBC는 '특집 이브닝뉴스' 리포트에서 “인명피해가 났을 경우 한 사람당 최고 3억5000만 원, 총 1억 달러 한도로 배상할 수 있도록 한국해운조합의 해운공제회에 가입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던 그 순간이다.
2015년 1월6일 MBC '뉴스데스크는' 배·보상 관련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 소식을 전하며 “단원고 2학년 대입특례 합의” 제목으로 보도했다. 같은 날 TV조선 등 보수성향 방송사에서도 “세월호 배·보상법 합의”라며 '합의'를 한 사실 자체를 강조했는데 MBC는 본질로 보기 어려운 '대입특례'에 방점을 찍었다. MBC는 특례입학이 “피해가족 등의 여론을 수렴한 야당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유가족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가 '특례', '보상'을 위한 것처럼 해석되게 했다.
그러나 당시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입장은 MBC 보도와는 달랐다. 가족대책위는 “특례입학 등은 가족대책위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포함됐다”고 밝혔다. 유경근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정말 교묘하게 가족들을 매도하는 MBC”라고 비판했다. 당연하지만, 자녀를 잃은 유가족 입장에선 특례 입학은 아무런 의미 없는 조치였다.
조급하고 불순한 유가족? 유가족 공격 보도
보다 직접적으로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해 활동하는 유가족을 공격해 여론으로부터 고립시키는 보도도 있었다. 2014년 5월, 박상후 당시 MBC 전국부장은 민간잠수사 이광욱씨 죽음에 대해 “조급증에 걸린 우리 사회가 왜 잠수부를 빨리 투입하지 않느냐며 그를 떠민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박 부장은 또 중국 쓰촨 대지진과 동일본 대지진 사태를 언급하며 “(사고를 겪은 이들이) 놀라울 정도의 평상심을 유지했다”며 비교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장기간 단식투쟁을 하는 등 전면에 나선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씨는 '주요 타깃'이었다. 그의 단식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MBC 뉴스데스크는 2014년 8월26일 “김 씨가 딸의 기저귀 한 번 갈아준 적 없다” “이혼 후 10년간 누나가 혼자 애 둘을 키워왔다”는 유민양 외삼촌의 글을 보도했다. 전 아내가 사실관계가 틀린 점을 지적하며 논란은 일단락됐지만 MBC가 '논란'으로 부각한 뒤였다. 김영오씨는 불순한 목적을 위해 죽은 자녀를 이용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2014년 9월, MBC는 이틀에 걸쳐 세월호 농성을 비난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9월11일 “광화문 광장 불법농성”, 9월12일 “광화문 광장 이념 충돌 싸움판”리포트에서 “세월호법을 둘러싼 우파와 좌파의 깊은 감정싸움이 불거지면서 서울의 심장 광화문 광장은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다”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허가 없이 무단 점유된 광화문광장. 시민들에게 광화문광장을 돌려주기 위한 엄정한 원칙이 필요한 때”라고 보도했다.
정부 비판은 묵살… 침묵으로 잊히게 만들기
미디어오늘이 2014년 6월1일부터 7월 14일까지 지상파 3사와 JTBC 메인뉴스를 조사한 결과, 지상파 3사가 다룬 세월호 관련 보도는 KBS가 69건으로 가장 많았고 SBS(44건)가 그 다음이었다. MBC는 20건에 불과했다. 다른 지상파방송에 비해 MBC는 유독 세월호 참사를 외면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들은 '해경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하는 아이템, 기사 일부 문장 등을 발제하거나 쓰면 데스킹 과정에서 묵살되거나 삭제됐다'고 증언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펴낸 <세월호 사건 보도 백서>의 한 대목이다.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당시 기자들이 발제했으나 보도되지 못한 사안들은 다음과 같다.
·2014년 4월20일 안행부 국장 '기념촬영 제안' 논란 누락
·2014년 4월23일 “80명 구했으면 대단” 해경 간부 막말 파문 누락
·2014년 4월23일 해경 구조 혼선 아이템 누락
·2014년 4월25일 '해경 구조 동영상 은폐' 발제했으나 묵살
·2014년 4월26일 해경 구조인력 뻥튀기 발제했으나 묵살
언론노조 MBC본부에 따르면 세월호 다큐 제작에 착수했다가 2014년 4월21일 제작 중단 지시가 내려졌고, 한 아침 프로그램도 세월호 내용을 전체로 간다고 했다가 이를 수정하는 지시가 내려졌다. 사측이 일부 제작진에게 내린 지시사항 가운데는 '지나친 통곡이나 극단적 분노 표출, 총리나 대통령 모욕 등의 장면은 국민 행동 양식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니 유의 바란다'는 표현도 있었다고 한다.
항의방문 '저지', 10년 만에 만난 이진숙 끝내 사과 거부
MBC 보도에 분노한 유가족은 이진숙 본부장을 항의방문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2015년 1월8일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항의 서한을 들고 이진숙 본부장과 면담을 위해 MBC 건물로 들어갔지만 MBC 관계자들에 의해 저지 당했다. 이진숙 본부장은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2024년 7월24일. 10년이 흘러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이진숙 본부장이 대면하게 됐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 인사청문회 자리에 유가족인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장이 출석했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진숙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지만 끝내 제대로 된 사과는 이뤄지지 않았다. 장훈 소장은 “이런 분이 (방통위원장에) 지명받고, 이 자리에 올라가신다. 앞이 캄캄하다”고 했다.
장훈 소장은 “당시 보도본부장, 보도국 사람들 한 명도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며 말을 이어갔다. “내 자식이 40미터 물 속에 있는데,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 그 시간에 보험금 보도를 했다. 여태까지 10년 넘게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시체팔이, 아이들 죽음 이용해서 로또 맞았다, 놀러 가다 죽은 아이들 얼마나 더 보상해야 하느냐였다. 도대체 왜 그런 보도를 했으며 그 보도가 얼마나 많은 유가족들의 가슴을 찢어발겼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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