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언론 장악’…공언련이 ‘킥오프’하면 권력이 움직였다

박강수 기자 2024. 7. 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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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④
5개 언론사 공동기획
윤 정권 출범 뒤 ‘한상혁 찍어내기’부터 시작
국힘 미디어특위·보수단체 고소·고발 등 45건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한겨레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지난해 9월11일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등이 국회에서 야 4당 주최로 열린 ‘윤석열 정부 해직 방송 기관장 긴급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남영진 전 한국방송(KBS) 이사장.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이 출범한 뒤에도 전임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는 1년 넘게 남아 있었다. 2022년 6월16일 권성동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위원장 거취에 관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한 것이고 자리 욕심으로 비칠 수 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에 동조하고 있지 않으니, 당연히 물러나 주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윤석열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한상혁 방통위원장,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함께 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 생각한다. (기자: 물러나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신가?) 임기가 (남아) 있으니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 아니겠나.”

‘방송 장악’ 신호탄은 방통위원장 찍어내기

대통령과 여당이 방통위원장 거취와 관련해 압박에 나서자 보수 성향 언론·시민단체의 직접 행동이 이어졌다. 같은해 6월27일 한국방송(KBS)·문화방송(MBC)의 보수 성향 노조가 한 위원장을 방송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7월4일에는 한국방송 노조 등 20개 단체가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의 검찰 고발(10월),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도 진행됐다.

공언련 등의 행위는 결국 한 전 위원장 해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지난해 5월2일 검찰이 ‘티브이(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혐의로 한 위원장을 기소하자, 30일 윤 대통령은 “형사소추되어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며 한 위원장을 면직했다. 임기를 두 달 남긴 시점이었다.

한 위원장 면직은 방통위 개편에 이은 공영방송 이사진 교체 작업의 신호탄이 됐다. 윤 대통령은 앞서 3월 야당 몫 방통위원으로 추천된 최민희 당시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거부한 상태에서 한 위원장이 기소되자마자(5월3일) 자신의 추천 몫으로 이상인 위원을 지명함으로써 방통위 구도를 여야 2대1로 바꿔놓았다.

여권 우위의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에 돌입했다. 한국방송 이사회에는 윤석년 이사(7월12일)와 남영진 이사장(8월14일)이 해임되고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 황근 선문대 교수가 들어오면서 여야 구도가 4대7에서 6대5로 뒤집혔다. 새 이사회는 9월12일 김의철 한국방송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이날 바로 해임안을 재가했다.

김의철 전 한국방송 사장. 연합뉴스

지난해 6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는 한상혁 전 위원장은 23일 공동취재단과 통화에서 “정권이 바뀌고 공영방송 경영진을 장악하려면 일단 방통위를 정리해야 한다. 방통위 거버넌스를 바꿔야 그 다음(공영방송 이사진 교체)이 가능하다. 그런 차원에서 (방통위부터) 시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전 위원장은 “전체 과정을 쭉 되짚어보면, 보수적 시민·언론 단체에서 감사를 청구하고 고발, 진정 등을 하면 권력기관이 바로 거기에 응해서 수사·감사에 착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시민단체들이 공권력의 ‘방송 장악’ 과정에 계기와 명분을 만들어준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보수단체·권력기관 ‘티키타카’

윤석열 정권 들어 공영방송과 언론·미디어 관련 정부기구에서 잇달아 벌어진 전임 정권 인사 해임 과정에는 보수 성향 언론·시민단체의 활동이 빠짐없이 관찰된다. 대표적인 곳은 공언련이다. 공언련은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인 2022년 6월 설립됐다. 이는 앞서 감사 청구 등 활동 주체로 등장한 한국방송 노조, 문화방송 제3노조 등 각 방송사 보수 성향 노조와 시민단체가 속한 연합단체로 정부·여당과 긴밀한 관계를 보여 왔다. 출범식에는 박성중 전 국민의힘 의원이 찾아가 “여러분 덕에 선거에서 이겼다”며 감사 인사를 한 바 있고, 김장겸 의원은 공언련 고문 출신,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는 공언련 발기인 출신이다.

공언련은 한상혁 방통위원장 고발만이 아니라 문화방송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감사원 국민감사 청구(11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익감사 청구(2023년 5월), 정민영 방심위원 권익위 고발(8월) 등 활동을 벌이며 전임 정권 인사들을 흔들었다. 이후 방심위에서는 정연주 위원장, 이광복 부위원장, 정민영 위원이 모두 해촉되고, 류희림 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민원사주’ 의혹, ‘표적심의·정치심의’ 논란이 불거졌다. 남영진 전 한국방송 이사장(2023년 7월),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9월)을 겨냥한 권익위 신고 등도 공언련 참여단체인 공영방송 노조(한국방송노조, 문화방송 제3노조)가 실행했다.

공동취재단이 파악해보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전 정부에서 임명된 언론·미디어 기관 인사 등을 겨냥한 공언련 등 보수단체와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의 성명·집회·기자회견은 3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권익위 신고가 4건, 감사원 감사 청구 4건, 검찰·경찰 고소·고발 7건으로 이를 모두 합치면 45건이다.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연합뉴스

지난해 해임된 김의철 전 한국방송 사장은 공동취재단과 인터뷰에서 “특정 정치권과 결탁한 특정 단체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주도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공언련 전신은 ‘20대 대선 불공정방송국민감시단’으로 이 곳은 국민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힘·윤석열 후보 입장에서 뉴스를 재단했다”며 “특정 정파의 이익을 ‘공정성’ 이슈로 포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언련이 비판 보도를 겨냥해 여권과 발 맞춰 ‘불공정 보도’ 공세를 편 정황은 지난 22대 국회의원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심의 결과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선방위는 정권 비판 보도에만 집중적으로 법정제재를 내리면서 ‘표적 심의’, ‘과잉 심의’ 논란을 불렀는데, 이때 선방위에 접수(2023년 12월14일∼2024년 3월20일)된 32건의 단체 민원은 모두 공언련에서 낸 민원이었고, 정당 민원 149건 역시 모두 국민의힘 민원이었다. 여기에 더해 해당 선방위에는 공언련 공동대표 출신인 최철호 전 한국방송 피디, 공언련 이사장인 권재홍 전 문화방송 부사장 등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어 이해충돌 논란을 불렀다.

한편 공언련은 윤석열 정권과 공언련, 공언련 출신 공직자들 유착 의혹을 제기한 공동취재단 첫 보도가 나간 뒤인 지난 17일 성명을 내어 “공언련과 인연이 있었던 분이 현 정부에 발탁된 것은 각 개인의 능력이나 소신 철학에 의해서일 것”이라며 “공언련 소속 회원이나 연대 단체 구성원들이 지금까지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다. 좌우 정권에 상관없이 언론의 정치적 독립이다. 공언련은 민주당 정권이 방송과 언론을 사실상 민주당의 하수인으로 만들어 왔던 것에 분노하고 개선을 요구해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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