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장악 카르텔]④공언련이 ‘드리블’ 대통령이 ‘마무리’
윤석열 정권의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뉴스타파와 미디어오늘, 시사IN, 오마이뉴스, 한겨레신문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특정 언론사에 대한 차별적 발언을 이어왔다. 무소속으로 대통령 예비 후보 등록을 한지 2달 된 시점, 윤 후보는 ‘고발 사주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매체에 하지 말고 국민들이 다 아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한 인터넷 매체는 뉴스타파, 뉴스버스이고 윤 후보가 권장 예시로 든 메이저 언론은 KBS와 MBC이다.
처음부터 자신 있으면 제대로 이를테면 뭐 뉴스타파나 저기 뭐죠, 뉴스 뭐죠, 뉴스버스가 (보도를)하고 그리고 나서 막 달라 붙을 것이 아니라... (중략) 국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그런 데 들어가서 던져 놓고 쭉 따라가지 말고 자신 있으면 처음부터 독자도 많고 이런 데 바로 들어가라 그 말이야. 어차피 다 따라올 텐데. KBS, MBC에서 바로 시작하던지.
- 윤석열 대통령 후보 (2021년 9월 8일 국회 기자회견)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만취 음주운전’과 ‘제자 갑질’ 등 의혹으로 자격 논란이 일었던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언론에, 야당에 공격받느라고 고생 많이 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없이 논란인 후보자를 임명 강행하면서 공직자 검증 보도를 언론의 부당한 공격으로 표현했다. 부정적인 여론 속 임명된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결국 취임 한 달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임명이 늦어져 가지고. 언론에 야당에 공격받느라고 고생 많이 했습니다. 소신껏 하십쇼.
- 윤석열 대통령(2022년 7월 4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식)
후보 시절에 직접 예시로 들며 제보 권장한 이른바 메이저 언론, 공영방송 MBC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의혹을 보도하자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악의적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실과 다른 보도’에서 나아가 해당 보도를 ‘가짜뉴스’ 로 단정했을 뿐 아니라 MBC에 전용기 탑승 배제 등으로 보복 조치로 이어졌다.
MBC에 대한 전용기 탑승 배제는 우리 국가 안보의 핵심 축인 동맹관계를 사실과 다른 그런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고 아주 악의적인 그런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대통령의 헌법 수호 책임의 일환으로써 부득이한 조치였다고 저는 생각하고
- 윤석열 대통령(2022년 11월 18일 도어스테핑)
윤석열 대통령의 비판 언론, 검증 보도에 대한 노골적인 반감이 점점 더 여과없이 드러난 셈이다. 윤 대통령의 반감은 자신을 비판하고 검증하는 매체를 공격하고 ‘인터넷 매체’라며 배제하고 ‘메이저 언론’에 보복한 데 이어 언론 장악으로 나아갔다.
언론 장악의 첫 단추, 방송통신위원장 교체
지금 방통위원장이 누굽니까 한상혁 씨 아닙니까. 민주당 사람이예요. 아니 민주당 사람이 방송통신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지금 방송을 장악할 수 있겠어요. 민주당이 우리한테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라는 비판을 하려면 한상혁 씨가 사퇴를 하고 우리가 맡아야지 그런 주장이 가능하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2022년 7월 17일 권성동 원내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방통위원장이 한상혁 씨다. 민주당 사람이 방송통신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데 어떻게 우리가 방송을 장악할 수 있겠느냐”며 “민주당이 우리에게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있다’ 고 비판하려면 한상혁 씨가 사퇴하고 그 자리를 우리가 맡아야 한다”고 답변했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 권 원내대표의 발언을 액면 그대로 보면 윤석열 정부는 방송 장악 의도가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러나 사실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실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바로 다음 달인 6월부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잔여 임기가 남은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의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다음 날, 윤석열 대통령 또한 한상혁 위원장의 거취를 언급했다.
그 자리에 앉아있는 것 자체가 후안무치한 것이고 자리욕심 내는 것으로만 비춰진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철학에 동조하고 있지 않잖아요. 당연히 물러나 주는 것이 아름다운 모습이죠.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2022년 6월 16일 백브리핑)
저는 국무회의에 필수요원, 그 저기 국무위원도 아닌 사람들이 이렇게 와서 앉아 있으면, 다른 국무위원들이 또 마음에 있는 얘기들을 툭 터놓고 비공개 논의도 많이 하는데, 그래서 뭐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까지 다 배석시켜서 국무회의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은 있습니다. (질문 : 물러나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신가요?) 임기가 있으니까 자기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 아니겠습니까?
- 윤석열 대통령 (2022년 6월 17일 도어스테핑)
권성동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한상혁 방통위원장의 거취를 언급한 2022년 6월 한 달 동안,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한상혁 위원장을 상대로 농지법 위반 의혹, MBC 정상화위원회 조사 반발, YTN 파업 블랙리스트 의혹 등 3건의 성명을 발표하며 책임을 물었다. 대통령과 여당의 압박이 계속되자 보수 단체들이 직접 활동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던 6월 17일,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가 서울경찰청에 한 위원장을 고발했고, 27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KBS 노동조합⋅MBC 노동조합, 7월 3일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각각 서울남부지검에 한 위원장을 고발했다. 다음날인 4일 KBS노동조합,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자유언론국민연합 등 20여 개 시민단체가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고, 2022년 10월 12일 공정언론국민연대가 대검찰청에 한상혁 위원장을 고발했다. 한상혁 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회를 향한 고소⋅고발이 끊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2022년 7월 정기감사에 착수한 뒤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정황’을 발견했다며 9월 감사자료를 검찰로 이첩했다. 자료를 이첩받은 검찰은 수사를 본격화했다. 감사원은 시민단체의 청구로 시작된 국민감사 기간을 세 차례 연장했고, 같은 시기 검찰은 주거지와 사무실을 대상으로 수차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은 2023년 5월 1일에야 ‘시민단체 국민감사 청구 내용 위법사항 없다’고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같은 달 23일 마침내 검찰은 한 위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그리고 5월이 끝나기 전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기소를 이유로 한 위원장을 면직했다. 이로써 방송통신위원회 여야 구도가 2대2(여:이상인⋅김효재, 야:한상혁⋅김현)에서 2대1(여:이상인⋅김효재, 야:김현)이 됐다.
여권이 우위를 차지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남영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등 공영방송 이사 4명을 잇따라 해임했다. 방통위는 남영진 이사장과 윤석년 이사를 해임해 생긴 KBS 이사회 공석에 여권 이사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과 황근 선문대 교수를 임명하며 여야 구도를 4대 7에서 6대 5로 뒤집었다. 방통위에 이어 여권 우위가 된 KBS 이사회는 여권 추천 서기석 이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하고 김의철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같은 날 김의철 KBS 사장 해임안을 재가했다.
한상혁 위원장이 면직된 후, 여권 우위 구조가 된 방통위는 이후 야당 추천 위원 없이 여권 추천 인사로만 운영되고 있다. 방통위는 여야 추천 위원 5인으로 구성하는 합의제 기구이나, 윤석열 정부 들어 사실상 조직의 의사결정권이 한 사람의 책임자에게 부여되는 독임제 행정기구와 다름없이 운영되고 있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에 “방송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을 교체를 해야하고 경영진을 교체를 하려면 공영방송의 이사진을 교체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임명권과 추천권을 갖는 방통위를 장악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만 일들이 순서대로 진행될 수 있는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순서의 시작으로 방통위를 타겟으로 삼은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보수 단체가 ‘킥오프’...수사기관에 패스, 골대는 해임
윤석열 정부의 언론 장악은 보수 단체와 수사기관의 공조 체제로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방송 관련 기관의 인사를 향한 감사원의 감사, 권익위원회의 조사, 검찰의 수사는 주로 보수 단체에서 시작된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과 만난 김의철 전 KBS사장은 “2022년 6월, KBS 노동조합과 20여 개 보수적인 시민단체들이 감사원에 국민감사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공정언론국민연대가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조직된 ‘공정언론국민연대’와 유사 단체들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영방송 이사회를 표적으로 신고⋅고발⋅감사 청구를 진행해왔다.
김의철 전 KBS사장은 “정권은 과거 정연주 전 KBS 사장 모델을 찾으려 했다”며 “감사원 감사를 진행했고 감사원에서 해임을 권유했고 바로 이사회에서 해임 제청하고 대통령이 해임을 하는 절차를 밟았다”며 자신의 사례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2008년 해임 사태로 이어진 정연주 KBS 사장 ‘배임’ 사건은 고발에 의해 수사착수가 이뤄졌고 감사원과 검찰이 동원된 바 있다. 그러나 2009년 1심, 2010년 항소심, 2012년 상고심 모두 무죄가 선고⋅확정됐다. 2019년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해당 사건에 대해 ‘검사의 잘못된 기소로 피해를 입은 KBS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보수단체의 활동은 내용이나 형식을 가리지 않고 진행된다. 또 표적으로 삼은 인사가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집요하게 지속된다. 김의철 전 사장은 “고소고발도 이뤄지고 고용노동부 조사도 두 번 받았고 경찰 조사,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 조사 등 매우 다양한, 한마디로 권력기관을 총동원해서 저의 약점을 찾으려고 노력을 했는데 결국은 제가 책임져야 될 사항이 전혀 안 나타났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결국 수신료 이슈를 꺼내들면서 구성원들이 동의하고 그런 것들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라고 덧붙였다. 권태선 이사장 또한 시민단체가 청구한 내용에는 법률 위반이나 부패 행위가 없고 방만 경영을 방치했다는 주장뿐이라며, 국민감사가 통상 2개월 정도 진행되고 연장이 가능하지만 “2023년 3월 초부터 감사가 실시된 셈인데 지금 1년이 훨씬 넘도록 끝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국민의힘 미디어특위와 공정언론국민연대 등 보수 단체들이 방송 관련 기관과 소속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활동은 ‘언론장악 카르텔 추적’ 공동취재팀이 파악한 것만 성명⋅집회⋅기자회견 30건, 권익위원회 신고 4건, 감사원 감사청구 4건, 검찰 경찰 고소고발 7건 등 총 45건에 달한다.
한상혁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전체 과정을 되짚어보면 보수적 언론단체에서 감사 청구를 하고 고소⋅고발⋅진정 등을 하면 권력기관이 바로 거기에 응해서 수사에 착수하거나 감사에 착수하거나 하는 일들이 벌어졌다”며 “우익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공권력의 공영방송 장악 과정에 계기와 명분을 만들어준 것이 아닌가. 사전에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독립적으로 진행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타파 연다혜 dahy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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