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카드사에서 결제 취소해주면 안 되나요?”··· 복잡한 티몬·위메프 환불 전쟁
대금 못 받은 PG사 동의 미지수
잔여 할부금·철회권은 법적 보장
여행사 "8월 출발 상품은 다시 결제해야"
정부 "카드·여행사 협조해달라" 압박
이커머스 기업인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에게 제때 정산을 해주지 못한 사태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25일 위메프가 여행 상품을 예매한 일부 고객을 상대로 환불에 나섰지만 그 외 티몬 캐시나 상품권, 각종 물품을 산 대다수 고객은 기약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현재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환불 방법은 없을지, 정부 계획은 무엇인지 궁금할 만한 내용을 문답 형태로 정리해봤다.
-티몬·위메프가 판매자에게 정산하지 못한 자금 규모가 얼마나 되나
금융 당국이 파악한 액수는 1,600억~1,700억 원이다.
-소비자들이 환불을 받을 수 있을까
류화현 위메프 공동대표는 이날 "소비자 피해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환불 자금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1,300여 명 고객이 현장 환불을 받았다. 다만 이는 여행 상품 기준이다. 그 밖의 상품·서비스를 구매한 고객들은 온라인에서 환불 신청을 하고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티몬 고객들도 마찬가지다. 이날 위메프의 '현장 환불' 소식을 들은 티몬 고객이 몰려들었지만 회사 측은 "법인이 달라 환불을 해드릴 수 없다"고만 했다. 무엇보다 위메프·티몬이 충분한 실탄이 있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시간이 있다고 해도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걱정이 나오는 대목이다.
-카드사에서 결제를 취소할 수 없나
신용카드 일시불 결제는 취소가 어렵다. 가령 티몬에서 전기 압력밥솥(57만8,000원)을 샀다고 해보자. 결제 시 카드사는 전자결제사(PG)에 돈을 보내고 PG가 다시 가맹점인 티몬에 돈을 보내는 구조다. 소비자→카드사→PG→플랫폼으로 돈이 흘러가는 셈이다. 카드사가 PG의 동의 없이 임의로 결제를 취소할 수 없는 구조다. PG가 결제를 취소하려면 역(逆)으로 티몬→PG→카드사 순서로 대금이 다시 나와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티몬이 돈이 모자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PG가 결제 취소에 동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이에 금감원은 이날 오후 8개 임원들을 불러 긴급회의를 열고 "(티몬·위메프 카드 결제 건에 대해) 환불을 차질 없이 진행해달라"고 압박했다.
-그럼 할부 결제는 어떻게 되나
취소가 가능하다. 20만 원 이상 상품·서비스를 할부 결제한 후 7일 내 계약을 철회할 수 있다. 또 20만 원 이상 서비스를 3개월 이상 할부 결제한 뒤 도중에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면 할부금 납입을 거절(항변권)할 수도 있다. 헬스장 6개월 회원권을 할부로 끊었다가 업체가 2개월 만에 문을 닫았을 때 "잔여 할부금은 못 내겠다"고 카드사에 요청할 수 있다. 물론 결제 취소는 PG를 거쳐야 하지만 철회·항변권은 법적 권리라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소비자가 결제 후 상품·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PG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취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전망이다.
-'7말 8초' 휴가를 위해 숙소, 항공권 등을 예약했는데
하나투어·모두투어·노랑풍선은 티몬·위메프를 통해 구매한 7월 출발 여행 상품의 일정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티몬·위메프에서 대금이 들어오지 않아도 여행사가 부담하겠다는 것. 하지만 8월 1일 이후 출발 상품에 대해서는 여행사에 다시 결제한 경우에만 일정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숙박·여가 플랫폼 '야놀자' 또한 28일(일요일)까지 입실하는 숙박 상품은 사용 가능하다고 알렸다. 하지만 29일 입실하는 상품부터는 '사용 불가' 처리할 방침이다.
-여행사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오픈 카톡방을 만들어 여행사 관련 피해 사례를 모으고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여행사가 플랫폼을 통해 예약을 접수한 이상 정산 여부와 상관없이 고객과 계약을 이행할 책임이 있다는 것. 정부 관계자는 "여행사가 대금을 못 받아 재무적 여력이 없어 계약 이행을 못 하는 것인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엄살을 떠는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여행 업계에 계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정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티몬·위메프에 대한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전자상거래법상 온라인으로 상품·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가 환불을 요청하면 3영업일 안에 돈을 돌려줘야 한다. 어길 시 공정위는 시정 명령을 내릴 수 있고 검찰 고발도 가능하다. 다만 티몬·위메프가 "돈이 없다"며 버티기로 나오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피해자 구제 방안은 없나
공정위는 피해 구제를 위해 집단분쟁 조정 절차를 개시할 계획이다. 이는 피해 유형이 같은 50명 이상이 모여 재판 대신 당사자 간 합의로 분쟁을 조정하는 제도다. 다만 소비자원 조정 결정은 권고에 불과하다. 2022년 11월 소비자원은 환불 대란 머지 포인트 사태 피해자 5,400여 명의 주장을 받아들여 11번가 등 머지 포인트를 판매한 업체들에 손해 배상을 하라고 결정했지만 업체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나오자 성립되지 않았다.
-다른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사도 되나
국내 이커머스의 경우 정산과 대금 보관, 사용 등에 관련한 법 규정이 없다. 티몬·위메프는 소비자 결제 이후 1, 2개월 뒤 셀러에게 대금을 주는 방식을 썼다. 이 기간 '남의 돈'을 별 제약 없이 굴리다가 이 사태가 벌어진 것. 게다가 유동성 위기를 넘길 만한 자본금도, 든든한 모기업도 없었다. 반면 다른 업체는 안전장치가 있다. 지마켓, 11번가 등은 제3의 금융기관에서 대금을 보관하다, 고객이 상품을 받고 구매 확정을 하는 즉시 다음 날 셀러에게 돈이 가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자본력 있고 안전한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박경담 기자 wall@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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