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종 다양성

정옥재 기자 2024. 7. 25.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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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1835년 '비글호'를 타고 꿈에 그리던 태평양의 고립된 섬 갈라파고스 제도를 찾는다.

이렇게 종 다양성(species diversity)이 확보된 것은 엘니뇨와 라니냐가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를 일으키고 1000㎞ 떨어진 남미 에콰도르뿐만 아니라 다른 먼 대륙에서 건너온 개척종이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적응한 까닭이다.

'정치는 생물'이라면 정치도 '종 다양성'은 필수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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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은 1835년 ‘비글호’를 타고 꿈에 그리던 태평양의 고립된 섬 갈라파고스 제도를 찾는다.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진귀한 동식물이 어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윈은 여기에서 채집한 생물을 표본으로 해서 1859년 그 유명한 ‘종의 기원’을 저술한다.


갈라파고스에는 현재도 6000종 이상 생물이 서식한다. 이렇게 종 다양성(species diversity)이 확보된 것은 엘니뇨와 라니냐가 극단적인 가뭄과 홍수를 일으키고 1000㎞ 떨어진 남미 에콰도르뿐만 아니라 다른 먼 대륙에서 건너온 개척종이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적응한 까닭이다. 다윈은 변화에 적응한 생물들이 진화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 구강 내부도 갈라파고스 이상 다양한 미생물의 생태계다. 인체에 좋은 균과 나쁜 균이 뒤섞여 균형을 이룬다. 이런 조사도 있다. 두 사람이 10초간 키스를 하면 각자 구강 내 8000마리 상주균이 옮겨간다. 특히 구강에는 건강에 꼭 필요한 700여 종 다양한 미생물이 있고, 이 미생물이 교환되면 건강 유지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게 네덜란드 미생물박물관을 비롯한 여러 연구 기관의 결론이다.

다양한 종의 균형 잡힌 생태계는 환경 파괴라는 위험에 부딪힌 인류 당면 과제이기도 하다. 세계 각국은 1992년 5월 생물 다양성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도 1994년 10월 154번째 회원국이 됐다. 1900년대 이후 생물종 멸종 속도가 그 이전보다 50~100배 빨라졌고 멸종 위기종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뤘기에 가능했다. 자연계가 하나의 사슬처럼 단단하게 엮여 있으면 외부 영향에 저항력이 높아져 이는 전체의 안전망으로 작용한다.

그런데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대변해야 할 국내 정당들이 정작 내부에서는 정치적 다양성, 계파 다양성, 인물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특정 인물이나 계파의 줄 세우기는 기본이고 다른 견해를 갖거나 다른 계파라면 강력하게 배척하는 현상이다.

집권당인 국민의힘,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새 지도부를 선출했거나 선출하는 과정에 있다. 국민이 지켜봐야 할 것은 어느 정당이 더욱 다양한 이해 관계자를 대변하려 하며 다양한 인물을 발탁하고 선출하는지 여부다. 특정 종만 득세하면 그 생태계가 큰 위험에 빠지는 것처럼, 정당도 마찬가지다. 다양성 부족은 긴장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위험에 취약해진다. ‘정치는 생물’이라면 정치도 ‘종 다양성’은 필수이지 싶다.

정옥재 서울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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