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진의 도시이야기] 부산의 본질,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브랜딩하자
‘브랜드’란 말이 일상이 되었다. 브랜드는 다른 것과 비교되는 가치, 즉 차별성을 뜻한다. 이를 도시가 가졌을 때 비교 우위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에 현대도시들 대부분이 브랜드를 갖고 싶어 하고 또 잡고 싶어 한다. 결과적으로 제대로 된 도시 브랜드는 문화적 풍요와 경제를 돌게 한다. 도시 브랜드는 해당 도시와 전혀 관계없는 엉뚱한 것이 선택될 수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해당 도시의 고유한 것에서 비롯되며, 이런 경우 더더욱 강력한 힘을 발한다. 하지만 도시 브랜드는 쉽게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브랜딩)이 전심으로, 집중적으로, 전략적으로, 시민과 함께할 때 비로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고픈 얘기는 ‘부산의 브랜딩’이다. 부산은 브랜딩 할 소재가 여느 도시들보다 다양하다. 자연 역사 문화 산업 등 매우 풍부하다. 이런 조건의 도시는 잠재력이 뛰어난 도시로 인식되어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들고 경제는 점차 강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근자에 들어 부산에 대한 반대의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인구소멸도시, 초고령도시, 인천에 곧 따라 잡힐 도시, 100대 기업이 없는 도시, 기업이 가장 많이 떠난 도시 등. 참 이상하다. 부산은 좋은 도시임에 틀림없는데 왜 떠나기만 하고 들어오진 않을까? 수도권이 난공불락이고, 양질의 일자리 부족 때문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과연 이뿐일까?
이렇게 생각해 보았다. 부산은 다이내믹했던 20세기를 보냈다. 침탈과 전쟁이라는 극단의 상황들이 중첩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런 중 부산은 조급해지고 말았다. 19세기 이전의 부산을 소홀히 했고 20세기의 부산은 지우려고만 했다. 지난 시간이 가혹할 정도로 힘들었기에 그랬으리라. 1963년에서 1995년까지 직할시 시절의 부산은 가난했지만 부흥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도시로 기록된다. 380여만의 인구 정점을 찍었던 해가 1995년이었다. 그해, 파이를 1/6로 나눠가져야 하는 광역시가 되면서 부산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분명 그 즈음이었다. 부산의 쇠락과 퇴락이 본격화된 시간이.
그 시점은 국가가 아닌 지역 스스로 부산을 지키며 이끌기 위한 선택이 필요한 때였다. 그 선택의 중심에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견과 부산이 무엇을 붙잡고 가야하는 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이 있어야 했다. 사실 지난 30여 년 동안 부산은 무던히도 뭔가를 했고, 놀지는 않았다. 그런데 결과가 그리 희망적이지 않고, 평가가 크게 박하다. 왜?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부산을 다루는 방식과 과정적 내용이 잘못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순간, 그것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짚어 보아야 한다. 이유는 또 한 번의 30년을 지금처럼 보내지 않아야 하고, 더 악화된 길로 가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에 대한 긍정의 면을 국민에게 묻는다고 가정해 보자. 필경 바다와 항구, 날씨, 피란수도 이야기, 개항 역사, 수변 풍경, 소박하고 신선한 음식문화 등이 앞 순위를 차지할 것이다. 모두 삼포지향(三抱之鄕)과 연결되고 너무나 익숙한, 그래서 당연해 보이는 부산만의 것들이다. 국민이 부산을 이리 기억한다면 바다와 강 그리고 산을 생태적으로 그 주변은 친환경이 살아 약동하도록, 그리고 피란수도이자 국가재건도시로서의 국난 극복의 근대역사는 진정으로 선명해지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류의 것들은 밥을 먹여 주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가끔 떠올리는 시늉만하면 되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부산의 자연과 역사는 그렇게 적당히 다룰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부산사람들을 늘려갈 수 있는 미래 산업의 바탕이자 근거이고, 바로 그것이 부산이 붙들어야 하는 차별화된 도시 브랜드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단발 사업들과 일회성의 정책으로는 제대로 된 도시 브랜드를 절대 잡을 수 없다. 아니 불가능하다. 반드시 근본의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시간에 따른 도시 변화는 필연적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은 부산의 본질적 가치를 지우고 파괴하는 변화와 스스로 부산다움을 잃게 하는 그저 그런 도시로의 변화를 당연시 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부산의 경쟁력이 점차 하락할 수밖에 없다. 누적치가 극에 달하면 급속히 무너질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부산의 본질적 가치를 브랜딩해야 한다. 본질을 찾고, 그것을 미래 경쟁력으로 연결하는 일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장기 플랜이 필수지만, 장기가 싫다면 10년 정도의 중기계획이라도 짜서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할 일은 해야 한다. 최소한 중단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10년, 30년 후에도 부산에서 살아갈 후대에게 희망을 주어야 한다. 부산에서 지탱할 수 있는 근거들을 공급해야 한다. 정체성은 ‘일관되게 유지되는 존재의 본질’을 의미하니, 부산의 정체성이 곧 본질적 가치라 할 수 있다. 부산이 다시 도약하려면 이것을 반드시 붙잡아야 한다. 이를 터부시하거나 진정으로 끌어안지 않는다면 부산은 현재의 박한 평가에서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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